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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오감으로 기억하는 <시네마 천국>


 

<시네마천국>은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1988년작이다. 가난하고 전쟁의 상처가 남아 있는 시칠리아의 작은 마을에서, 영화에 빠진 소년 토토와 영사기사 알프레도 사이의 우정을 그린 이 작품은 오랫동안 전 세계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누군가에게는 성장영화였고, 누군가에게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였으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영화에 대한 영화로 남았다.

 

영화를 정말 좋아하던 때가 있었다. 내가 처음 <시네마 천국>을 본 건 바로 그 때였다. 이 날 영화관으로 달려가다 발을 삐었는데, 영화가 시작되자 발목의 시큰거림은 바로 잊혀졌던 기억도 생생하다. 시칠리아 섬에서 펼쳐지는 토토와 알프레도 아저씨의 이야기는 평범하면서도 드라마틱했다. 그로부터 약 10년이 지난 지금, <시네마 천국>의 이머시브 전시회에 오게 되었다. 서울숲의 더서울라이티움에서 열린 이머시브 특별전은 다시 한 번 이 영화를 오감으로 기억하게 만든다. 입구에서부터 영화 속 극장을 재현해놓은 디테일, 필름 모양의 티켓, 실제 촬영 소품들, 그리고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이 서라운드로 흐르는 이머시브룸까지.

 

한국과 이탈리아의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여 제작된 <시네마 천국 이머시브 특별전 - 투.토토>는 디지털 미디어와 공간을 결합해 관객의 시각, 청각, 촉각 등을 자극한다. 이를 '이머시브 전시'라고 부른다. 영화의 이야기를 재현하는 방식으로 기획된 전시는 영화의 서사나 제작 과정에서 중요한 순간들, 영화의 상징적인 장면과 오리지널 소장품, 그리고 고풍스러운 당시 촬영 소품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토토가 스크린을 바라볼 때 느꼈던 순수한 경이로움에 빠져들게 된다. 전시장에 흐르는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과 함께, 관객은 이 곳에서 '토토'가 된다. 영화를 처음 본 어린 토토가 되었다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사랑을 시작한 청년 토토가 되었다가, 인생을 되돌아보는 장년의 토토가 된다.


옛날에 개봉했던 실제 포스터, 티켓 등에 이어 영화 속 토토가 신기해했을 필름과 영사기를 구경하고, 토토와 엘레나가 함께한 갈대밭을 직접 걷게 된다. 상당히 느낌이 다른 감독판 결말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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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네마 천국>을 영화에 대한 영화로 생각했는데, 전시를 보며 떠올려보니 실제로는 영화에서 토토와 알프레도 아저씨의 우정 그리고 토토와 엘레나와의 사랑이 큰 줄기를 차지하고 있었다. 토토의 인생이 영화처럼 아름다운 것이었다.


특히 영화 장면들이 동시 상영되는 전시장을 보고 있으면, 인생이 영화와 같다는 은유가 자연스러워진다. 토토의 유년 시절과 청년 시절, 그리고 장년이 된 지금의 모습까지. 그 모든 시간이 한 화면 위에 겹쳐질 때, 나도 모르게 나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마치 나 역시 이 스크린 속 인물인 것처럼. 기억들은 그렇게 하나의 몽타주가 되어 흐르고, 나는 그 장면들 속에서 웃고 울며 살아온 시간들을 다시 만난다. 후회도 있었고, 눈부셨던 순간들도 있었지만, 결국엔 그것들이 모여 한 편의 이야기가 된다. 그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왜 우리는 지나온 시간을 종종 영화처럼 회상하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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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토토


 

전시의 마지막, '토토'에게 남겨진 편지가 있다.

 

"세상의 모든 토토에게, 우리 모두가 자신의 영화 속 토토임을 잊지 않기를. 네 꿈을 찾아, 다음 문을 열길 바라며."


관객이 정말 토토가 된 것처럼 만들어주는 것은 이 편지다. 알프레도 아저씨가 내게 하는 말로 들리기 때문이다.


토토가 삶에 고여있지 않도록, 머무르지 않도록 가장 친한 친구를 보내주는 알프레도 아저씨. 그는 그의 친구가 젊음을 만개하도록 도와준다. 내가 알프레도인 것처럼 나에게 조언해보자. 지금의 나에게 뭐라고 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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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본 날 밤, 나는 '영화에 대한 영화'를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영화 <파벨만스>를 봤는데, 여기서도 <시네마 천국>과 비슷한 대사가 나온다.


“인생은 영화와 달라.”


그런데 지나고 나면 인생은 이상하게 영화처럼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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