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칼럼·에세이

 

 

'자기소개'라는 것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 누군가에게 하여도 항상 살짝 낯부끄러운 것 같다. 다행인 건 글로 하는 자기소개라는 것이고, 나의 떨리는 눈과 목소리를 보이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조금은 편안하게 자기소개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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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운을 떼려니 어떤 말부터 해야할지 모르겠다. 격식적인 인사를 하기에는, 내가 그러고 싶지가 않다. 그렇다고 어떤 것부터 소개를 해야하나 고민해보면, 그것도 복잡하다. 음, 그래. 내가 이곳에 글을 쓰게 된 경위부터 말을 해볼까. 나는 종이를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낯가림이 심했던 나는 항상 종이에 낙서를 하거나, '엄마', '아빠', '사과' 와 같은 글자들을 쓰고, 지우고, 다시 쓰고, 글씨체가 마음에 안 들면 또 다시 지우고를 반복했었다. 그러다보니 항상 내 주변에는 종이가 많았다. 그 뿐만이 아니다. 심심해지면 종이를 접어서 다양한 것들을 표현할 수도 있다. 항상 종이배와 까마귀를 접었었고, 초등학교 고학년에 올라가면서부터는 학을 접기 시작한 걸로 기억한다. 이렇게나 종이는 내게 살뜰한 친구였고, 친구이다. 그리고 나의 세상이었고, 세상이다. 그러다보니 나는 어릴 때부터 종이가 무작정 좋았다. 예쁜 색종이를 모았고, 무지노트를 여러 권 샀었고, 종이책을 여러 권 빌려 읽었고, 도서관이나 도서실에서 종이책 냄새를 있는 힘껏 들이마시기도 했다. 종이 냄새.. 나는 정말로 그 오래된 종이 냄새가 좋았다.

 

어느 순간부터 기술의 발달로 인해 전자책이 발달하기 시작했다. 학교 수업도 칠판이나, 책을 스캔하고 그 위에 판서를 하는 것이 아닌 pdf 파일에 판서를 하거나 아예 전자책 그 자체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최대한 미루고 미루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을 때 쯤, 아이패드를 샀다. 아이패드로 필기를 하니 편하긴 정말 편했다. 그러나 항상 종이가 그리웠다. 주변을 둘러봐도 한 명도 종이책을 사용하는 사람이 없었다. 시대가 변하면서 어쩔 수 없는 거니까, 라고 생각하면서도 종이에 서걱서걱하고 필기를 했던(이왕이면 연필이 좋았다. 연필 특유의 뭉뚝한 느낌이 그리 좋을 수가 없었다.) 그 느낌이 아쉬웠다. 그래서 아이패드에 종이 질감의 필름을 붙였다. 종이 질감이 나는 게 신기해서 계속 계속 무언가를 쓰고 지우고를 반복했다. 그게 습관이 된 걸까, 나는 계속 글을 쓰고 있었다.

 

그 글이라는 게, 참 별 거 아니었다. 그냥 아무 문장이나 쓴다. 내 감정을 담은 문장일 수도 있고, 내가 좋아하는 시의 한 구절일 수도 있었다. 그래도 그게 그냥 좋았다. 종이에다가도, 종이 질감 보호 필름을 붙인 아이패드에다가도, 업무를 보기 위해 사용하던 노트북 내 블로그에서도, 그 어디에서든 내 글은 항상 나타났다 사라졌다. 그래서, 나는 비로소 깨달은 것이다. 나는 글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그럼 이 글로 어떤 걸 써볼까?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가진 지식을 활용해서, 혹은 뜨거운 이슈에 대해서 설명하고 소개해주는 것을 너무나도 좋아한다. 그럼 내가 좋아하는 걸 글로 알려줘보자! 그럼, 내가 좋아하는 게 뭐지? 어..

 

사실 나는 미술을 정말 좋아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어쩌면 글을 쓰기 전의 나이였을 때부터 나는 그림을 그렸을 것이다. 왜냐하면 어릴 때의 기억은 온 종이와 벽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내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미술에 대한 강한 사랑은 성인이 되어서도 꾸준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어릴 땐 매일 매일 그림을 그려댔었지만 성인이 된 이후부터는 그림을 그릴 수 없었던 것이랄까. 내가 왜 그림을 못 그리게 되었는지 생각해보면,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내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내 욕심에 내가 잡아먹힌 것이다. 잘 그리고 싶다 라는 강한 욕심과 목표에 의해 내 개성이 잡아 먹혔고 내 사랑이 잡아 먹힌 바람에, 나는 붓을 잡으면 손이 떨리고 캔버스에 집중할 수가 없게 되었다. 이상한 일이지. 그렇게나 좋아했던 미술인데, 그렇게나 하고 싶었던 방향인데.

 

그래도, 그래도 내가 알려주는 건 할 수 있지 않을까? 미술이 궁금한 사람들한테 알려줄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새로 찾은, 글쓰기라는 취미로 말이야!

 

그렇게 시작하게 된 것이 아트인사이트다. 뭐, 별 거 없다. 이로써 나는 '글쓰는 걸 좋아한다', '미술을 많이도 사랑한다', '누군가에게 알려주고 소개하는 걸 좋아한다' 라는 나의 특징을 소개한 것 같다. 아, 물론 아트인사이트에서 미술만을 가지고 글을 쓰진 않는다. 미술에만 국한되기 보단, 예술 전체를 모두 사랑한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하나를 위해 열을 알아야 직성이 풀리는 내 성격 덕분에 주변에서 잘 모르는 분야의 음악이나 오래 전 영화들을 파헤치는 게 너무 좋았다. 어릴 때부터 나는 취향이 독특한 걸로 유명했고, 그렇다보니 그림을 그릴 수 없게된 이후부턴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는 빈도를 더욱 높여 나만의 독보적인 취향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보니 아트인사이트에서 영화나 드라마, 음악에 대해서도 글을 쓴다. 어느 순간부터는 이 모든 걸 창작해내는 '사람'이라는 분야에 관심이 생기게 되었다.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런 사람을 연구하는 게 재밌다. 인본주의란 무엇인지, 그것을 관통하는 철학은 또 무엇인지, 우리는 무엇을 궁극적으로 원하며 지향해야 하는 것인지. 그렇다보니 그런 글들을 나는 아트인사이트에서 자유롭게 글을 쓰는 것이다.

 

'자유', '취향에 꽂히다' 라는 것이 나를 소개하는 가장 만족스러운 표현이 아닐까 싶다. 나는 자유롭게 내 취향을,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들을 찾아 연구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지는 취향에 있어서 정성을 다하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내 취미는 그다지 다양하지는 않다. 하나 하나 신경써가며 내 취미와 취향을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번 만들어진 내 취향에 대해서는 사랑을 가지고 가꾸고, 취미를 만들어낸다. 뭐, 나는 그런 사람이다.

 

글을 쓰며 느낀 것이지만 나라는 사람을 소개할 때 예술을 가장 먼저 소개하는 걸 보니 나는 여전히 부단히도 예술을 사랑하는 것 같다. 그럼, 나의 예술에 대한 사랑을 좀 더 가꿔나가는 김에 오늘 소개하고 싶은 예술이 하나 있다. 오늘은 4월 1일, 4월의 시작이다. 나는 뭔가, 이런 날씨를 좋아하는 것 같다. 청명하고, 따뜻하고, 꽃은 피고, 사람들은 웃고, 사랑스러운 이런 날씨. 이런 날씨에 어울리는 노래를 하나 추천하며, 나의 소개는 예술에 대한 소개로 앞으로도 이어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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