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드릭 라마의 2025년 슈퍼볼 하프타임쇼 공연이 엄청난 화제였다. 힙합의 많은 래퍼들과 랩을 사랑하는 대중들 사이에서도 최근 가장 뜨겁고,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켄드릭 라마. 최고의 스타만이 오른다는 슈퍼볼 하프타임쇼에 그가 단독 공연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엄청나지만, 그가 공연을 진행한 전반적인 과정에 대해서도 극찬을 받았다. 도대체 왜, 어떤 이유로 사람들은 켄드릭 라마의 슈퍼볼 공연에 열광하는 걸까?
아마 켄드릭 라마에 대해 잘 모르거나, 그의 노래만을 가볍게 청취하는 대중이라면 그가 공연한 'Not Like Us'를 통해 그와 'Beef'(갈등, 라이벌리 등의 관계를 의미한다)인 드레이크를 디스하였다는 사실까지는 알고 있을 것이다. 켄드릭 라마와 드레이크의 서로를 향한 'beef'는 2023년 드레이크가 발매한 'First Person Shooter'부터 시작하였지만, 2024년 드레이크의 'Push Ups', 켄드릭 라마의 'euphoria' 등 날카로운 디스가 포함된 음원이 발매되면서 본격적으로 불타올랐다. 그래서 그들의 디스전에서 승리한 사람은 누구일까. 그 승자는, 올해 슈퍼볼 공연을 한 켄드릭 라마. 그의 'Not Like Us'는 드레이크를 제대로 디스한, 실력이 뒷받침된, 대중성을 모두 잡은 최고의 음악이었다. 2024년을 물든 'Not Like Us'의 비트는 사람들로 하여금 디스전의 승자, 현 힙합 씬의 최고가 켄드릭 라마임을 잊지 못하게 하였고, 그 사실은 하프볼 공연에서의 'A minor' 떼창을 통해 전세계로 송출되었다.
근본적으로 생각해보자. 왜 서로를 디스하는 걸까? 힙합은 흑인들이 받은 차별과 빈민가에서의 삶 등을 조명하면서 발전한 장르의 음악이다. 따라서 현실에 대한 가감없는 시선이 기반이 되는 음악이고, 랩을 통해 '디스'한다는 것은 이 비판의 경쟁에서 자신이 평소 존경하는 것을 리스펙함과 동시에 현실에 대해 음악적 재치로 비판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즉, 디스는 힙합이라는 장르에서 생존하기 위한 필수 요소다. 대중들은 그것을 이해하며 디스를 무지성 비난의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아닌, 힙합을 이루는 하나의 장치로서 래퍼들을 응원하고 즐긴다. 비트와 목소리로 이루어진 청각적인 예술 장르에서 래퍼가 어떤 주제의식을 가지고 무엇을 비판하는지를 함께 공유하는 것이 대중과 래퍼들의 소통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슈퍼볼 공연에서 켄드릭 라마가 비단 '드레이크를 향한 비판'으로만 대중들의 열광을 받은 건 아닐 것이다. 켄드릭 라마가 전달하고 싶은 '비판'이 사람들로 하여금 찬사를 자아내게 한 것일거다. 그게 무엇일지 생각을 해보면, 역시 'Not Like Us' 공연 초입부 발언을 통해 일부 알 수 있다.
"40 acres and a mule, this is bigger than a music"
40 에이커의 땅과 노새 한 마리, 이건 음악보다 더 중요하지
인종차별의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미국을 이해해야 무릎을 치는 반응이 나올 수 있다. 흑인 노예제와 깊은 관련이 있는 남북전쟁이 끝날 즈음, 남부의 흑인 노예들을 위해 남부 농장주들의 땅을 배분하기로 한다. 이 결정이 퍼지고 퍼져 '40 acres and a mule'이라는 관용어구로 굳어지게 되었으나 링컨이 암살당하며 해당 결정 또한 무산되었다. 결국 흑인들은 노예 제도로부터 해방되었으나 '자발적으로' 생존을 위해 백인의 '을'이 되고 만다. 현재도 흑인들의 빈민 비율이 백인보다 더 높으며, 여전히 인종차별로 인한 많은 논란이 미국에서 발생하는 것을 통해 흑인들의 분노, 그들이 만든 힙합에서의 현실에 대한 '삐딱한' 비판 의식을 이해할 수 있다.
켄드릭 라마 공연 내내 사무엘 잭슨이 '엉클 샘'으로 등장해 나타난다. '사무엘'이라는 이름은 줄여서 '샘'으로 말할 수 있으니, 정말 '샘 아저씨'라는 말에 들어맞는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백인 남성이 손가락으로 'I WANT YOU FOR U.S ARMY'를 언급하는 포스터 속 인물의 착장을 사무엘 잭슨이 그대로 입으며, '미국'이라는 이미지를 비판하고자 한다. 사무엘 잭슨은 공연 내내 '조용한 음악을 해라'는 뉘앙스로 켄드릭 라마를 막아선다. '거친 음악을 하지 말라'는 사무엘 잭슨의 대사는, 슈퍼볼에서조차 디스곡의 공연을 하는 켄드릭 라마를 만류하는 것 같지만 흑인에게 백인들의 심기를 거스르는 '힙합'으로 대중의 시선을 끌지 말라는 거대한 미국 사회 구조의 억압으로도 들린다. 켄드릭 라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자신의 음악을 한다. 댄서들은 성조기를 표현하는 것처럼, 흰 색, 붉은 색, 푸른 색의 옷을 입고 춤을 추며 대형을 이룬다. 켄드릭 라마는 결국, '아프리칸 아메리칸'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음악에 녹이고, 표면적으로는 자신의 'beef'인 드레이크를 디스하면서 결국 미국 그 자체를 디스하는 '힙합'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니, 대중들은 열광할 수밖에.
최고의 래퍼 타이틀을 가지고 많은 사랑을 받는 래퍼 켄드릭 라마. 그가 보여준 당찬 '디스'를 통해 여전히 부조리한 미국의 사회 구조가 전세계로 송출되었으니, 얼마나 창피한 일인가. 그러니 보다 인격적인 대우를, 차별하지 않는 평등한 구조를 쫓아가길, 미국이여. 참, 드레이크도 더욱 분발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