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아트인사이트 제1회 기획전 《틔움》 개최
일상의 틈에서 예술의 언어로 틔워내는 5인의 이야기
조밀하게 배열된 세상의 순서를 쫓다 보면 숨 돌릴 틈도, 미묘한 찰나를 곱씹으며 질문을 던질 겨를도 없다. 하지만 그렇게 외면한 의문들은 억지로 삼킨 알약처럼 명치께에 한참을 머무른다. 아무리 무시하려 해도 그 석연찮은 감각이 쉽게 가시지 않을 때는 그 이유를 차근히 살필 수밖에 없다. 아트인사이트에서 개최히는 제1회 기획전 《틔움》의 명분도 여기에 있다. Mia(이서연), 나른(장의신), 대성(정주희), 유사사(오예찬), 은유(박가은) 등 아트인사이트에서 활동해 온 아티스트 5인의 시선으로 일상을 지나칠 때 주목하지 못했던 내면의 여린 감각을 섬세하게 통역하는 자리다.
Mia, 〈나는, 이제 Ça va〉, 2024, 리소프린팅, 90 × 90mm.
북 아티스트 Mia는 인간적이고 내밀한 감정에서 출발한 이야기로 그림책을 만든다. 동판화나 리소 인쇄 등의 방식으로 장면들을 표현하고, 이미지와 이야기를 책의 형태로 엮는다. 책의 구조를 달리해 독자가 이야기의 맥락을 다시 조합할 수 있는 새로운 읽기의 방식을 제안하기도 한다.
2022년에 발표한 『The blue: bench(벤치, 슬픔에 관하여)』로 2023년 볼로냐 라가치상에서 오페라 프리마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이외에도 2023 제5회 인스퍼 어워드에서 북디자인 부문 골든페이퍼 상을 수상했으며 현대어린이책미술관, 뮤지엄산, 비플랫폼, 아트스토리자리 등 다수의 개인전 및 단체전에 참여한 바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2024년에 발표한 신작 『나는, 이제 Ça va』 속 장면의 원화를 선보인다.
나른, 〈다정함〉, 2019, 디지털 드로잉, 200 × 200mm.
일러스트레이터 나른은 일러스트와 글로 내면 깊은 곳의 감정, 그중에서도 사랑이라는 테마를 진솔하고도 낭만적으로 그려낸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 삼아 연인들의 서사 속 내밀한 감정을 현실적인 삽화와 시적인 문장으로 표현한다. 열렬한 사랑이 사그라들고 남는 쓰라린 여운, 혹은 잔잔하고 평탄한 연애 중에도 고요하게 지속되는 무력함처럼 사랑이 낳는 복합적인 감정들을 세심하게 살핀다.
2016년부터 아트인사이트와 브런치에서 〈감정의 순간〉, 〈몸의 언어〉, 〈‘틈’ 이야기〉 등 다수의 일러스트 에세이 시리즈를 연재해 왔다. 2020년, 〈몸의 언어〉 시리즈의 그림과 글을 책으로 엮은 동명의 일러스트 에세이집을 출간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해당 시리즈의 원화와 함께, 보다 개인적인 내면을 바라보는 신작들을 공개한다.
대성, 〈존재의 근원〉, 2025, 디지털 드로잉, 270 × 220mm.
일러스트레이터 대성은 회화나 일러스트, 디지털 영상 등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매체로 개인적 관심사와 맞닿아 있는 사회 이슈에 유머러스하게 접근한다. 미디어의 파급력이나 여성 신체 이미지의 왜곡, 우리 사회를 점령한 물질주의처럼 평범한 일상 가운데 통찰할 수 있는 동시대의 쓰라린 단면을 풍자적인 시선으로 조명한다.
네덜란드 윌렘 드 쿠닝 아카데미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으며 2023년에 아트인사이트에서 작가의 자유로운 단상을 담은 〈상상하는 주디〉 시리즈를 연재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사교육계에서 겪은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위선이 가득한 자본주의 사회 속 여정을 담은 일러스트 시리즈를 최초로 공개한다.
유사사, 〈총총〉, 2025, 캔버스에 종이와 펜 드로잉, 100 × 100mm.
그림 작가 유사사는 내면세계에 싹트는 감정을 깊이 사색하고 형체를 부여해 이들의 존재를 보존한다. 마음이나 일상에서 마주하는 미묘한 찰나를 사색하고 글과 이미지로 표현한다. 불안이나 우울 등의 감정에 몰두했던 초기작에서 출발해, 근래에는 미미하게 일렁이는 차분함까지 눈여겨보고 있다. 한 존재로서 간직하고자 하는 순간을 세밀한 필선으로 형상화해 어렴풋한 감정에 형태를 부여하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2023년에 연재한 〈숨죽여 빛나는 나의 우울에게〉 시리즈를 엮어 이듬해 동명의 독립 출판물을 발간했다. 2024년부터 아트인사이트에서 내면의 유동성을 해파리에 빗대어 표현한 〈Jellyfish Monologue〉를 연재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기존의 펜 드로잉 원화를 중심으로 2022년부터 이어진 탐색의 과정을 되밟으며, 그 연장선에서 새로운 소재를 실험한 신작을 함께 선보인다.
은유, 〈선인장〉, 2024, 디지털 드로잉, 420 × 326mm.
일러스트레이터 은유는 상처의 시기를 환상적인 여정으로 재구성하고, 그 과정에 임했던 전진과 희망의 순간을 그린다. 밝은 곳에서 맞닥뜨리는 어둠, 암흑을 뚫고 드러나는 빛을 이야기한다. 지난날의 일상 속에서 필연적이었던 실패의 기억에 귀 기울이고, 내일로 전진하며 새로운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을 디지털 기반의 일러스트와 문장으로 재구성한다. 실패나 아픔, 무력함이나 희망 등의 내면의 감정을 가상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빗대어 은유한다.
아트인사이트에서 2024년부터 일러스트 에세이 〈까막별〉 시리즈와 〈별바라기〉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혼란과 상처가 남았던 어린 시절의 내면세계를 사막이라는 공간에 비유하고, 그곳을 여행하며 겪은 성장의 과정을 담은 〈별바라기〉 시리즈 속 원화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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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오는 4월 4일에 개막해 4월 14일까지 총 11일간 진행된다. 성수동에 위치한 갤러리 맷멀(서울시 성동구 성수이로7가길 3 B1)에서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4월 5일(토) – 4월 6일(일)의 경우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운영한다.
더불어 이번 전시에서는 관객이 자유롭게 컬렉팅을 시도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한다. 비공개 입찰로 이루어지는 상설 경매 시스템으로, 낙찰 희망가를 작성해 전시 현장에서 제출하면 전시 종료 후 최종 낙찰과 함께 판매가 이루어진다. 관객 친화적인 판매 방식을 통해 작품 소장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예비 컬렉터들과 친밀하게 소통하고자 한다.
이 밖에도 전시 현장에서는 굿즈 판매, 작가와의 소통 등 참여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보다 풍성하게 체험할 수 있는 상시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전시 개막을 앞두고 아트인사이트 공식 인스타그램 채널에서는 작품 구매 할인권을 제공하는 사전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