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가 주는 선물
아침에 일어나 아버지가 켜놓으신 TV에서 들리는 노래
밖으로 나와 길을 걸을 때 들리는 마트에서 나오는 노래
버스에서 들려오는 광고음악이나 라디오 신청곡
'콩나물 대가리'를 통해 출근길에 듣는 '플레이리스트'까지...
우리의 일상 속에서 '노래'는 너무나 감사하게도 우리의 귀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그것도 매우 다양한 형태로 '귀'를 간지럽히기도, 때리기도, 쓰다듬기도 하며 때로는 '마음'이라는 가장 약한 부분까지 비집고 들어와 건드린다. 하지만 우리는 이 비집고 들어오는 노래를 밀어내지 않는다. 왜냐하면 '노래가 주는 괴롭힘'은 너무나 따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그동안 우리의 귀는, 우리의 마음은, 우리의 삶은 '노래'에 의해 '위로'라는 선물을 받고 있었다.
'노래'를 선물하는 형제
필자는 이번 인터뷰 기회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노래'를 선물해 주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형제를 만나보려고 한다. 그들 중 '형'은 필자의 오랜 친구이자 코치이며, 떼쓰는 막냇동생 같은 존재로써 최근 '성악'에 도전하고 있다.
Q.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할게요.
형 :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교회음악학과, 성악 전공 하고 있는 이현우라고 합니다.
동생 :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시립대학교에서 성악 전공 하고 있는 이민우라고 합니다.
Q. 성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형 : 19살에 체대 입시를 준비했어요. 하지만 많은 부상과 불합격이라는 좌절의 시간으로 인해 20대 초반의 시기를 많이 방황하고 있었어요. 그때 동생(민우)의 성악 선생님께서 제 목소리를 들으시고는 '가지고 있는 달란트가 너무 좋으니 성악을 한번 도전해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라는 제안을 하셨어요. 그래서 고민 끝에 도전해 보기로 다짐했고, 선생님의 훌륭한 가르침을 통해 결국 학교를 진학하게 되는 쾌거를 이뤄냈습니다.
동생 : 중학생 때 저는 목소리가 크다는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어요. 하지만 이 콤플렉스를 큰 재능으로 봐주신 음악 선생님을 만나 취미로 성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근데 이 성악이라는 게 하다 보니 '욕심'을 가지게 하더라고요. 그리고 취미로 했던 성악이 '내가 가장 잘 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되는 저만의 '특기'가 되면서 성악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Q. 형제가 같이 '성악'이라는 문화 예술 장르에 '도전'하고 있는데 좋은 점이 있나요?
형 : 성악을 시작하기 전에는 형제끼리 소통도 적고 자주 다투는 사이였어요. 하지만 성악을 시작하면서 음악적으로 궁금한 부분, 부족한 부분을 서로 물어보고 함께 공부하면서 '다툼'이 아닌 '대화'를 하고 있더라고요. 이제는 주변에서 '우애 깊다'는 말을 많이 들을 정도로 좋은 형제이자 동료가 되었습니다.
동생 : 혼자 음악을 할 때는 나 자신 말고는 음악에 대한 고민이나 다양한 이야기를 해도 이해해 주는 사람이 드물었어요. 하지만 형이 성악을 시작하면서 '좋은 노래'와 '좋은 무대'에 대한 감정들을 터놓고 이야기할 상대가 생겼다는 것이 너무 좋은 거 같아요. 서로가 서로에게 알게 모르게 의지하고 있다는 것도 좋은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Q. 음악적인 부분에서 형 또는 동생에게 부러운 점 (뺏어오고 싶은 점)
형 : 동생은 '테너' 파트입니다. 그렇다 보니 좋은 고음을 바탕으로 한 뛰어난 음악적 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그 부분이 '바리톤' 파트인 저에게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음악적인 부분은 아니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꾸준히 연습을 하는 '연습벌레'의 자세도 제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생 : 저희 형이 배우는 게 진짜 빨라요.. 노래 부르기에 좋은 몸을 가지고 있어서 금방 체득한다? 이런 부분이 많이 부러워요.
Q. 가장 좋아하는 성악곡
형 : '팬텀싱어3'에서 유채운 테너가 부른 'Il Mondo'입니다.
세상이라는 뜻을 가진 이 곡은 사랑과 인생을 담담하게 노래한 곡으로, 가사는 세상이 계속 돌아가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로맨틱한 내용을 담고 있어요.
제 마음속 깊은 곳에 '성악가로서의 꿈'을 심어준 소중한 곡입니다.
동생 :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에 나오는 유명한 아리아 '그대의 찬 손'입니다.
[라 보엠]이라는 작품은 1830년대 파리의 변두리에서 일어나는 젊은이들의 사랑과 우정을 담고 있어요. 그중 '그대의 찬 손'이라는 아리아는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을 처음 만났을 때 부르는 노래인데요. 푸치니가 추구하는 선율과 오페라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바이올린 선율이 어우러져 주인공의 설레는 감정을 잘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주목할 점은 마지막에 나오는 극고음인데요. 고음을 내는 테너라면 꼭 부르고 싶고 그 음을 온전히 내고 싶어 하는 테너의 로망이 담긴 곡입니다.
Q. 마지막으로 각자의 꿈 또는 형제로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형 : 언젠가 서로 실력을 더 쌓아 콩쿠르에서 겨뤄보고 싶고 큰 오페라극장에서 두 형제가 무대에서 노래를 하고 싶어요. 그리고 하나님께서 주신 이 귀한 달란트를 통해 두 형제가 같이 찬양을 하며 많은 이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고 싶어요.
동생 : 제 꿈은 제 무대를 보러 오신 분들이 티켓값이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는 훌륭한 공연을 하는 성악가가 되고 싶어요. 요즘 공연을 보러 가고 싶어도 티켓값이 비싸서 가볍게 공연을 즐기기 어려운데요. 제 이름값이 저의 무대를 보러 오시는 분들에게 티켓값만큼, 아니 그 이상의 값어치가 있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형제로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저희 형제가 참 많은 분들께 사랑과 응원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받은 만큼 많이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꼭 성공해서 많은 분들께 베풀면서 사는 사람이 되고 싶고, 저희의 도움을 받은 분들이 또 다른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베풂의 선순환을 이루고 싶어요.
형제와의 만남 후
형제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나 자신은 잘 달려가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주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하나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 속에서 나의 능력은, 나의 노력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 깊이 생각해 보았다.
그들과의 인터뷰는 온전히 자신들의 성공을 향한 노력이 아닌 많은 사람들의 행복을 향한 노력이라는 점에서 많은 감동을 받은 인터뷰였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내가 가진 달란트(재능)는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과 그 달란트를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 역시 내가 아닌 나의 콘텐츠를 향유하는 향유자들을 위한 노력이라는 것을 크게 깨닫게 되었다.
노래를 업으로 삼는다는 것은 참 멋진 일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주고 심지어 그 사랑을 크게 받을 수 있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과정이 얼마나 험난한지 직접 겪어보지 못하면 모를 것이다. 필자는 형제의 노력을 아주 가까이서는 아니지만 그들의 '좋은 노래'를 향한 수많은 노력과 고민은 곧 그들이 원하는 한 편의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그렇게 되기를 정성스럽게 응원하고 싶다.
노래는 많은 이들에게 '위로'를 선물한다고 앞에서 이야기했다.
그들이 부르는 노래가 많은 이들에게 '위로'를 선물해 주기를, 그리고 그들이 부르는 노래가 그들 본인에게 더 큰 위로를 선물해 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