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인생에서 가진 것들’은 뉴욕에서 활동하는 마이라 칼만의 그림 에세이이다. 글이 많지 않아서 어릴 적 동화책을 읽는 듯한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을 펼치면, 뉴욕시티의 현대 미술관 (MOMA)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자유롭고 아름다웠다. 영감이 머리부터 충전되는 느낌. 작품이 완전히 이해되지 않더라도, 그저 작가가 만들어놓은 공간에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무엇인가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 말이다.
뉴욕 출신 작가의 일러스트레이트가 주를 이루는 책이라는 설명을 읽어 내려갈 때부터 뉴욕 미술관의 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나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작년 5월, MOMA에 갔을 때 느꼈던 향, 그 이후로도 계속 찾아 헤맸던 향을 찾은 느낌이다.
더 매트, 뉴욕현대미술관, 더게티 등 유명한 미술관을 다니며 얻게 된 교훈 중 하나는, 작품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감싸 안아 있는 그대로 느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마치 이해되지 않는 시구와 같은 것이다.
나 또한, 이 책을 읽는다기 보다는, 느낀다는 느낌으로 감상했다.
참고로 그 생각을 더 확고하게 해준 책은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많은 것들 안고 (hold) 있다. 한국어 번역본에는 그렇지 않지만, 함께 명시되어 있는 영어 원문을 읽어보면 항상 모든 구절이 ‘woman holding’으로 시작한다.
그들은 사랑, 강아지, 아이, 풍선, 음식, 악기, 때로는 시기와 악의를 ‘hold’하고 있다.
우리네 인생 또한 그러하다 느꼈다.
무엇을 들 것인지는 우리의 선택이 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았다.
재미있고 통통 튀는, 그리고 따뜻한 마음과 사랑을 안고 있는 사람으로 묘사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가도, 항상 내가 원하는 것을 안고 있는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것이 떠올랐다.
그러나 그것은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고통과 상처를 안고 있는 순간들이 있다는 것은 우리가 소망하고 싸우며 버티고 있다는 증거라는 옮긴이의 말을 빌려서, 이 책은 그러한 것들은 안고 있는 분들께 희망을 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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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줄글 책에 비해 쉽게 읽힐 것, 그리고 읽는 동안 현실 세계로부터 큰 경계가 지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으나, 소설만큼이나 나를 작품 안으로 끌어당기는 책이었다.
참으로 신비한 몰입도를 선물한다.
예술에 조예가 깊어 작품을 예리하게 분석할 수는 없다만, 한 가지 느껴지는 것은, 작품 속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표정과 감정이 아주 잘 느껴져서 계속 응시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확실한 작품의 색이 있는 작가가 부러웠다. 그리고 우리 모두 또한 그러한 색채를 품고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예술가들의 모습과 작가 주변의 일반인의 모습이 교차해서 구성이 되어있는데, 그러한 책의 형태는 우리는 모두 내면에 어떠한 것을 간직 (hold)하며, 예술가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멋진 작가의 첫 한국 출간작을 손에 잡을 수 있게 되어서 행복했다.
선물용으로도 굉장히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을 선물한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예술의 시간과 생각할 기회, 미술관의 향을 선물하는 것이 될 것이다.
책에서 얻은 아주 작은 인생의 힌트들을 공유하면서 글을 끝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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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시간을 찾자마자 더 많은 시간을 원할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 사이에 더 많은 시간을.
충분한 시간이란 결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절대 붙들고 있을 수도 없다
너무 이상하다.
우리는 살아간다. 그런 다음 우리는 죽는다.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이상하다.
우리 주변의 것들은
우리의 관심과 사랑을 담고 있다.
모든 걸 갖는 건
힘든 일이며
결코 끝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