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핫했던 모 연애프로그램에서 마지막 고백멘트로 나왔던 말 "내 인생의 반을 줄테니 네 인생의 반을 줘!"
이 멘트는 어디서 어떻게 나온걸까? 그건 바로 등가교환의 법칙을 기반으로 한 연금술 만화 '강철의 연금술사'다.
어린 시절 나는 만화를 많이 보던 아이였다. 만화의 어떤 점이 날 끌리게 만들었던가 생각하면 현실에서 느낄 수 없는 감정들 때문이지 않았나 싶다. 어떤 열정, 슬픔, 기쁨, 사랑 그리고 절망까지.
강철의 연금술사는 내게 특유의 절망감을 느끼게 했다.
그전에 강철의 연금술사가 어떤 만화인지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연금술사인 에드와 알 형제는 어머니를 되살리기 위하여 ‘인체 연성’을 시도했다가 참혹한 대가를 치른다. 왼쪽 다리를 잃은 에드는 자신의 오른팔을 대가로 치르고 육체를 잃어버린 알의 영혼을 금속 갑옷에 정착시킨다. 원래의 육체를 되찾기 위해 현자의 돌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형제의 이야기가 때론 코믹하게 때론 진지하게 다루어진다.”는 내용이다.
위 내용이 만화의 시작인데 첫 번째로 죽은 사람을 살리는 술식을 행한다는 것, 두 번째로 그로 인해 왼쪽 다리를 잃고 오른팔을 대가로 자신의 동생을 살렸다는 것, 세번째로 육체를 완전히 잃어버린 동생이라는 세 가지 사실이 날 충격의 도가니로 몰고갔었다.
얼마나 잔인하고 얼마나 괴로운가.
그러니까 절망. 나는 강철의 연금술사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절망을 느꼈고 그 기분을 꽤나 좋아했던 것 같다.
강철의 연금술사는 TV 버전과 오리지널 버전이 나뉜다. 나는 개인적으로 TV버전을 더 좋아하는데 오리지널보다 조금 더 스타일리쉬하다고 느끼는 것도 있고 스토리적으로 내가 더 좋아하는 부분이 있다.
이번 전시는 아쉽게도 오리지널 버전이었지만 강철의 연금술사를 좋아한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전시였다.
재밌었던 건 처음 입장할 때 지도를 하나 주는데 전시 곳곳에서 스탬프를 찍을 수 있었다. 필체감이 살아있는 원화의 캐릭터 스탬프가 너무 귀여웠다.
강철의 연금술사 20년 기념 전시를 위한 일러스트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피규어도 있었고 실제 크기의 에드와 알이 있었는데 알이 정말 컸다.
제일 기대했던 인체 연성진에서 사진도 찍어보았다.
그리고 어린 시절 어린 아이들의 악몽을 대거 생산했던 대망의 ‘에드워드 오빠’ 에피소드…
한 미치광이 연금술사가 자신이 키우던 강아지와 자신의 딸을 인체연성하여 둘을 합체시킨 에피소드다. 에드와 알은 처음에 그 사실을 모르는 채 연구를 축하하다가 ‘에드워드 오빠야’라는 대사를 듣고 그것이 자신이 아끼던 여동생이라는 걸 눈치챈다.
너처럼 눈치 빠른 어린애는 정말 싫어 라는 명대사도 이곳에서 나왔다.
강철의 연금술사에서는 ‘호문클루스’라는 존재를 빼놓을 수 없다.
엘릭형제가 인체연성을 한 것처럼 특정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진 호문클루스는 엘릭 형제의 거대한 적인 동시에 감정이 풍부하고 인간다운 면이 있는 점이 특징이다.
쉽게 말하자면 감정을 가지게 된 AI 같은 것이다. 그들은 아버지에게 복종하면서도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려 한다. 그런 점이 적으로 만들어진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게 되는 이유였다.
그들은 7명의 아이들로 분노, 교만, 질투, 색욕, 폭식, 나태, 탐욕을 담당한다.
이번 전시를 오면서 제일 기대했던 두 가지는 인체연성진과 진리의 문이었다.
엘릭 형제가 만화 시작에서 시도했던 인체연성에서 그들의 몸을 뺏어갔던 건 진리의 문이었다.
‘등가교환의 법칙’
주는 게 있으면 가져가는 게 반드시 있다는 법칙.
주인공 에드는 자신과 동생의 몸을 돌려받기 위해 결국 다시 무언가를 진리의 문에 건네야만 했었다. 그것이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연금술’. 이 만화의 모든 걸 이야기하는 연금술을 결국 포기하는 주인공.
진리의 문은 이렇게 말한다.
“정답이다, 연금술사.”
어린 시절부터 주인공이 찾아 헤맸던 무언가. 연금술로 해결될 줄 알았던 모든것들. 그 모든걸 포기하게 된 마음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헤아려본다.
“고통을 동반하지 않는 교훈은 의의가 없다. 인간은 어떤 희생 없이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으므로. 하지만 그것을 뛰어넘어 자기 것으로 만들었을 때… 사람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강철 같은 마음을 갖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