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QWER 역전의 용사 - 온 세상이 QWER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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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초신성처럼 나타난 밴드 QWER. 내가 주워 들었던 이 그룹에 대한 이야기는 여성 BJ들의 조합. 밴드들에게 욕을 많이 먹고 있다는 소식. 마케팅이 꽤나 공격적이며 성공적으로 보인다는 점 등이 있었다.
어느 40대 아재의 마음까지 공략했을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모 사이트에서 연재했던 웹툰 중 할머니가 남자 아이돌을 덕질하는 내용이 떠올랐다. 덕질에는 더 이상 여고생들만 남아있지 않다. 할머니, 아재, 아줌마 가릴 것 없이 모두 덕질이라는 취미를 가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QWER이 누구고 아재는 왜 빠진 건데?! 하는 궁금증에서 시작한 독서.
작가는 생각보다 K-pop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책을 작성한 듯 보였다. 물론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리얼 덕질 용어는 작가와 한 발짝 멀어지는 기분이 들었지만 그에 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책 모서리에 Qr 코드를 삽입함으로써 부가적인 설명을 곁들여 이해를 도왔다. 그 덕분에 마치 함께 덕질하는 것 같은 친근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한때 나도 아이돌 덕질이라는 걸 한 적이 있었는데 정말 딱 미쳐있던 그때의 나를 보는 듯했다.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그날 있었던 가수의 행사를 돌아보는 게 낙이었던 삶. 그 당시 가수의 사진을 보면 행사의 시간과 장소를 맞출 정도였다. 나의 비밀번호는 그 아이돌의 생일이었으며 지금도 이따금 그 숫자만이 명확하게 내 뇌에 각인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팬들과 가수만이 나누는 개그코드도 나를 즐겁게 해주었었다. 바위게들이 QWER에서 본명이 이아희인 멤버에게 ‘이아희는 게으름이란 걸 알까요?’라는 농담을 던지는 것처럼 말이다.
아 참. QWER의 팬덤명은 바위게다. 그룹명 QWER의 유래는 게임 ‘LOL (리그 오브 레전드)’의 스킬 배치 순서인 QWER 키보드 배열이며 바위게는 같은 게임속의 몬스터 이름에서 가져온 이름이다.
덕질은 보통 한 번에 모든 멤버에 빠지지 않는다. 입덕 멤버라는 호칭이 따로 있을 정도로 입덕을 담당하는 멤버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작가도 처음부터 QWER 전체에 빠진 건 아니었으며 어느 날그에게 눈에 띄는 한 멤버가 존재했다.
운동과 여행에 관심이 많던 작가는 [피지컬 갤러리] 및 달리기 채널을 즐겨 보다가 김계란 및 빠니보틀과 합동 코텐츠를 만들었던 '쵸단'과 '마젠타'를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고 한다.
트위치 탑 스트리머이자 드러머인 쵸단은 타고난 부끄럼쟁이었지만 무대에 올라가면 돌변하는 모습에서 작가에게 인상 깊었다고 한다. 운동 유튜버 김계란은 전쟁으로 인해 준비했던 콘텐츠를 엎어두고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하는데 그것이 글로벌 걸밴드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작가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쵸단부터 동종업에 종사하는 마젠타가 베이시스트로 400만 틱톡 인플루언서 냥뇽녕냥 발탁까지 그들의 스토리를 자연스럽게 접하고 있었다. 결정적으로 작가가 QWER에 빠지게 된 계기는 2024년 3월에 있었던 [진해 해군 교육사령부 위문공연]이었다.
그가 QWER에 입덕하게 된 멤버는 보컬 ‘시요밍’이었다. 다른 유명한 세 명의 멤버에 비해 인지도가 적었던 시요밍. 그는 이 영상 마지막에 한 장병을 안아준다. 다른 멤버들이 먼저 최애 멤버로 선택될 때 마지막으로 선택된 이후였다.
그는 그때 문득 시요밍이 걸어온 길이 얼마나 험난했을까 그리고 그 길을 그녀가 얼마나 강인하게 걸어왔는가를 느꼈다고 한다. 20대 초반 소녀의 ‘살아남기 위한 가짜 광기’. 인생 마지막 기회를 단 0.1초도 헛되이 쓰지 않겠다는 놀라운 의지를 방송 내내 보여주는 모습. 작가는 그녀에게서 인생을 배운 듯 했다. 작은 소녀가 보여주는 인생의 불확실함에 목숨을 거는 광기를.
덕질을 했던 사람으로써 노래에 빠지는 것은 물론 멤버의 인생사에 빠져버리는 순간 그것은 헤어나올 수 없는 덕질의 시작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그러니까 결국은 그들에게서 ‘진심’을 느껴버리는 순간. 우리도 진심으로 그들에게 사랑을 주게 된다.
작가는 우리에게 왜 QWER이 잘 된 건지에 대해 세심하고 객관적으로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마침 정말 궁금하기도 했었다. 나에겐 일련의 사태라고 부를 정도로 갑자기 나타난 QWER의 인기의 이유가 정말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그는 이 두 가지로 이유를 설명했다. 위문공연으로 다져진 오프라인 실력과 폭격기처럼 떨어진 온라인 콘텐츠. 가만 생각해 보면 온갖 곳에서 QWER이 가득했다. 저게 뭔데 이렇게까지 난리야? 싶을 정도로. 이렇게 온라인에 광고를 뿌려대는 방법은 나에게 있어서 반감을 가지기 쉬운데 생각보다 괜찮았던 이유는 그들의 노래가 좋았기 때문이다. 아 누군데? 하고 찾아봤더니 어? 실력이 괜찮네? 노래가 좋네?로 이어졌달까.
작가는 QWER에 입덕하기 전 <봇치 더 록!>에 먼저 빠져있었다.
<봇치 더 록!>
이 애니메이션은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대인기피증 여고생 고토 히토리가 밴드를 시작하면서 조금씩 성장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과하지 않지만 끊임없이 터지는 자잘한 개그, 밴드 멤버 4명을 비롯한 모든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매력, 그녀들이 속한 결속밴드의 멋진 연주 모습, 수많은 명곡, 히키코모리 기타리스트 히토리가 조금씩 마음을 열고 세상과 소통하는 과정 등이 멋지게 어우러져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146p
QWER과 봇치 더 록의 공통점은 멤버 4명이라는 점과 그들이 세상과 소통하며 조금씩 성장해간다는 점이다. 우리가 그들을 보는 과정에서 그들에게 우리를 투영해서 보고 있진 않았을까 싶다.
히나는 ‘귀여운 딸’이미지, 시요밍은 ‘장난꾸러기 조카’ 이미지, 쵸단은 ‘바른생활 처제’ 이미지, 그리고 마젠타는 ‘인생의 동반자’ 이미지
218p
바위게들에게 QWER은 딸, 조카, 처제, 동반자처럼 이미 가족이나 다름없다. 작가는 이를 통해 “저 자신을 구했습니다.”라고 말하며 QWER을 통한 자기 구원을 고백했다.
덕후들이란 언제든 순진해질 준비가 돼 있는 사람들로서 순진한 어린아이로 돌아가는 그 순간이 바로 자기 구원의 시간이다.
아이돌이 아니어도 좋다. 무엇이 되었든 진심을 다해 덕질을 시작해 보는 게 어떨까. 40대 아재의 고백은 내게 언제고 순진해져도 좋다는 위로로 다가왔다.
[박차론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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