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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기획 콜렉티브 HeX, 그들은 어떤 전시를 만들까?

HeX.

Horizontal Exhibition의 약자인 '헥스'는 홍익대학교 학생들 6명으로 이루어진 전시기획 콜렉티브다. 2024년 9월부터 모여 전시를 준비한 그들은, 현재 성수역 인근에서 전시 《머무는 곳에는 문이 있다》를 진행 중이다.

HeX는 'Horizontal Expansion', 그리고 'Hongik Exhibition'이라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경계를 확장하는 전시를 기획하고자 하는 포부와, 홍익대학교 학생들이 모인 팀이라는 헥스의 정체성이 모두 담긴 이름이다. 또한, 헥스는 'Hexagon', 즉 '육각형'을 의미하기도 한다. 6명이 모여 균형 잡힌 육각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그 의미에 부합하기도 해서 헥스를 팀 이름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래서 팀 로고도 육각형 형태를 띠고 있다.

대학생 동아리 형태가 아닌 이렇게 팀 형식의 대학생 콜렉티브는 드물다. 그들이 직접 콜렉티브를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학교나 기존 기관에서 제공하는 전시 기회만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 기획부터 실행까지 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들만의 색깔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고,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그들이 정말 보여주고 싶은 것을 표현해보고자 한 것이다.

 

물론 학생들이 가진 자원은 한정적이지만, 그런 제약 속에서도 그들은 창의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자 한다. 제한이 있다고 해서 포기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기회로 삼아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을 실현하는 것이 헥스의 목표이다.

 

"단순히 전시를 '기획'하는 것을 넘어서, 예술을 매개체로 관객들과 소통하고 나아가 우리 세대의 목소리를 담으려고 합니다. 지금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헥스라는 팀을 통해 표현하고 싶어요. 욕심을 조금 더 부리자면 아직 시도되지 않은 것을 실험하고, 대담한 도전을 통해 기존의 전시 형식을 뛰어넘는 플랫폼을 구축하고자 합니다. 헥스의 전시는 단순히 전시라는 결과물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질문을 던지고 탐구를 이어가는 과정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전공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전시를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정말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희의 협업이 전시기획의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경계를 넘어, 가능성을 잇는 전시기획 콜렉티브 HeX. 그들의 전시는 1월 23일부터 28일까지 성수역 근처 '스페이스 로라'에서 진행된다. 전시 《머무는 곳에는 문이 있다》는 작가 박정민, 박혜림, 이상민, 정성진, 최현희가 참여하며 '문'이라는 사물의 이중적 특성에 주목하여 인간과 세상을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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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서문>

 

머무는 곳에는 늘 문이 있다. 문 너머로 소리가 들려온다. 그것의 출처를 알 수는 없으나 외부 소리는 분명 지금, 이곳에 존재하고 있다. 그렇게 우리는 늘 외부와 맞닿는다.

 

사람은 방 안에 그만의 흔적을 남긴다. 방 안의 개인은 자신이 단절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문고리를 잡아 비트는 순간, 내부의 공기는 바깥의 공기와 만나 한 몸이 되고 고여있던 한 사람만의 자취는 밖으로 흘러 스며든다.

 

오래전부터 완전한 단절은 존재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낯선 소음이 방 안에 침투했던 그때부터 말이다. 방은 문의 형성으로부터 탄생한다. 문이 없다면 그 안으로 들어설 수 없다. 열림이 있기에 닫힘이 있고, 연결이 있기에 단절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철저히 독립되고자 늘 연결의 상징과도 같은 무언가와 손을 잡아 왔다.

 

우리는 방에 들어가기 위해 문을 연다. 문은 얇고 여린 몸으로 서서 안과 밖을 지탱한다. 문턱을 넘나들 때 내부의 공기는 옅어지거나 짙어지며 간혹 퍼져나간다. 그러한 불확실성에도 사람은 문을 연다. 문이 열릴 때 개인의 공간은 타인의 삶과 교차하며 무수한 연결을 낳는다.

 

머무는 곳에는 늘 문이 있다. 문은 열리고 닫히며 공간의 경계를 흐린다. 이제 그 틈새를 들여다보려 한다. 이어질 방 안의 이야기는, 문으로써 우리 앞에 생동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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