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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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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너무 미숙하지도 어색하지도 않은 나이. 그 나이를 지독하게 싫어하는 사람이 무대 위로 등장한다. 자신의 30살 생일이 다가오는 소리, 틱..틱..붐!! 마치 폭탄이 곧 터질 것만 같은 불안한 마음의 조나단 라슨은 피아노를 치며 자신의 불안한 마음을 조금은 달래 본다.

 

이번에 마주한 뮤지컬 <틱틱붐>은 렌트의 작곡가인 조나단 라슨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로 새로운 시작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고 있는 이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작품이었다.

 

단순히 ‘30’이라는 숫자만으로는 표현되기 어려운 다양한 범위의 불안함과 위태로움이 이 뮤지컬 속에서 희망차게 번져가는 모습을 보며 걱정에 대한 최고의 위로는 불안함을 희미하게 만드는 음악과 노래에 있다는 것을 깨달을 만큼 인상적이었다.

 

 

[2024뮤지컬틱틱붐] 존(배두훈).jpg

 

 

대표적인 넘버, 그리고 뮤지컬의 시작을 알리는 넘버인 <30/90>에는 이러한 가사가 등장한다.

 

 

Peter Pan and Tinkerbell 말해주렴 피터팬

Which way to Never Never Land? 네버랜드가 어딘지

Emerald City's gone to hell 에메랄드 시티는 망했어

 

Since the wizard Blew off his command 마법사가 신경 끈 뒤로

 

 

언제까지나 동화처럼 푸르르고 아름다울 것만 같은 꿈의 세계, 20대에서 벗어나 30대에 들어서는 순간 피터팬, 팅커벨의 마법도 부질없이 느껴지고, 오즈의 마법사가 지배하는 에메랄드 시티의 웅장함 또한 사라지는 기분을 세심하게 표현하고 있다.

 

조나단처럼 30대가 되는 사람들이 아니더라도,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느껴본 “상실감”은 뮤지컬 틱틱붐이 현대인들을 철저하게 공감하고 있다는 첫인상을 부여하게 도와주었다.

 

멜로디와 가사도 훌륭했지만, 무대 위에서 쏟아내듯이 넘버를 소화하는 조나단 역의 장지후 배우는 자신의 마지막 29살의 울분을 내뱉는 느낌이 들어 더 큰 감정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좌우로 돌아가는 화면과 무대 구조물은 현재 조나단이 얼마나 혼란스러운지 느낄 수 있게 마구 움직였다.

 

그 순간, 내 마음도 주저할 수 없이 움직였던 것 같다.

 

 

[2024뮤지컬틱틱붐] 존(장지후), 수잔(김수하), 마이클(김대웅), 앙상블.jpg

 

 

무대에서 절대 내려가지 않는 조나단은 그의 여자친구, 수잔 그리고 오래된 친구 마이클과의 관계를 통해서도 성장한다.

 

뛰어난 무용수이지만 뉴욕이라는 도시에 회의감을 느끼고 떠나는 수잔 그리고 에이즈라는 큰 병을 얻게 된 친구 마이클까지. 그동안 조나단은 자신만 성장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마케팅 회사 임원으로 성장한 마이클, 유명한 무용수를 가르치는 무용 선생님 수잔. 멋진 타이틀을 이름 앞에 붙이게 된 주변 친구들과 달리, 아직 히트작 하나 없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작곡가 조나단 라슨은 너무나도 초라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잔, 마이클이라는 이름 앞에 타이틀 하나 추가되었다고 그들의 고민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마이클의 에이즈 소식을 듣고 절규하는 조나단의 모습에는 30살을 앞두고 그가 성장하고, 그의 친구들을 통해 제자리걸음이 아닌 계단을 올라가는 점진적 성장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지금은 당장 휘황찬란한, 혹은 자신이 원하는 목적지에 다다르지 못하더라도 이미 성장하고, 시간과 함께 동행하고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뮤지컬이 끝나고 공연장을 나갈 땐 딱 한 마디가 떠올랐다. 축하해 해피벌쓰데이 조나단, 언젠가는 또 다른 고민으로 이 극이 생각날 이 세상에 모든 조나단을 위하여. 위로가 필요한 모든 조나단을 꼭 한 번쯤은 보면 좋을 뮤지컬, 틱틱붐이었다.

 

 

[2024뮤지컬틱틱붐] 존(장지후), 수잔(김수하), 마이클(김대웅), 앙상블 (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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