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그 한마디면
우리는 수많은 선택 속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아간다.
매 순간 어떤 길을 선택할지 그 결정은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간다. 그 선택이 옳은지는 알 수 없지만 그것이 결국 우리 삶을 형성하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뮤지컬 ‘클로버’는 바로 이런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난한 현실 속에서 많은 것을 포기한 주인공은 수많은 유혹과 갈등 속에서 삶을 살아갈 길을 선택해야 한다.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도서 ‘클로버’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희망과 절망, 선택과 유혹이 얽히는 순간들 속에서 삶의 진정한 가치를 성찰하게 한다.
‘인간의 욕망’이라는 뻔하게 느껴질 수 있는 소재이지만 인간 세계로 내려온 악마라는 설정 탓에 이야기는 지루하지 않게 전개된다.
가난한 환경 탓에 평생 선택을 할 여유가 없었던 ‘정인’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할머니와 단둘이 살아가는 소년이다. 평소와 같이 학교와 알바를 하던 ‘정인’에게 일주일 간의 휴가를 맞아 지상에 내려온 악마 '헬렐'이 찾아오고 ‘만약에’ 그 한마디면 모든 걸 들어주겠다는 유혹을 한다.
평소 착하고 바라던 소원도 없다는 정인이 처음으로 빈 소원은 여기서 자신을 사라지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동안 겪어온 가난과 고통 속에서 버티며 살아온 정인이 결국 그 무게에 짓눌려 빌게 된 소원은 너무 현실적이라 마음 아프게 다가왔다. 하지만 결국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다시 현실로 돌아가기로 결심하는 장면은 사랑과 가족의 힘이 얼마나 큰지 느끼게 해주었다.
두 명의 배우로만 이루어진 공연이지만 일인 다역을 소화하는 연출은 무대를 꽉 찬 느낌이 들게 해주었다.
또한 led 영상을 사용하여 실시간으로 변하는 영상은 장면 전환을 원활하게 하여 집, 학교, 햄버거 가게 등 다양한 장소의 전환을 더욱 생동감 있게 만들어주었다.
소설을 뮤지컬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원작이 가진 이야기의 깊이가 잘 전달되어 정인이의 고통과 성장 그리고 사랑의 힘에 온전히 공감할 수 있었다. 현실적인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정인의 이야기는 큰 울림을 주었으며 자극적인 결말 없이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