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어린왕자를 읽고 썼던 노트 [도서/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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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 어린 왕자를 읽고 썼던 노트를 다시 꺼내보게 되었다.
노트를 다시 꺼내보게 되는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갑자기 그 노트가 이유 없이 떠올랐다던가, 특정 사람이 그것을 꺼내보게 한다던가 공기의 흐름 때문이라던가. 하지만 나는 분명 그렇게 되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
나 같은 경우에는 사람 때문이었다. 오랜만에 교환 학생을 같이 갔던 친구들과 1년 전을 회상하며 밤새워 이야기했다. 그리고 문득 순수한 그들이 어린 왕자 같다고 생각하게 되었다.어린 왕자의 기준으로 바라보면, 우리는 짧은 4개월 동안 서로를 길들이고 길들여졌다.
그렇게 꺼내든 나의 노트에 적힌 내용들을 여러분들과 조금 공유하고 싶다. 여러분들의 어린 왕자를 생각하며 읽어주시기를 바라는 바이다.
내용 공유에 앞서 내가 인상 깊게 느꼈던 구절을 적고, 시작하고 싶다.©Myminifactory
“길들여지면 약간의 눈물은 감수해야 하는 법이다.”
“네가 나를 길들이면, 우린 서로를 필요로 하게 돼. 너는 나에게 단 하나뿐인 존재가 되는 거고, 나는 너에게 세상에서 하나뿐인 존재가 되는 거야.”
“비밀을 말해줄게. 아주 간단해. 오직 마음으로 보아야 잘 보인다는 거야. 중요한 것은 눈에는 보이지 않아.”
여기서부터는 나의 노트이다.
어린아이였을 때보다, 오히려 어른일 때 이 책을 읽고 눈물이 날 것 같은 이유는 생텍쥐페리가 말하는 바를 내가 잊어버리는 과정 중에 있음이 분명할지도 모르겠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어린아이들을 위해 이 책을 바치고 싶어 했지만 말이다.작가가 직접 그린 어린 왕자의 모습들은 알 수 없는 울림을 준다. 동그랗고 순수한 어린 왕자의 모습을 참 잘 표현한 듯하다. 그의 스케치에 영감을 받아 나도 비슷한 그림들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싸우지 말고 순수하게 사랑하자. 그러나 조금 솔직해진다면, 이 지구에서 어린 왕자처럼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을 길들이기만 하며 살아가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 왕자처럼 순수함을 지니고 살기에는 어려운 세상임이 분명하다. 내가 그러한 사람이 되지 못한다면, 어린 왕자같이 순수함을 지닌 자들을 아름답게 바라봐주는 조종사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세상의 풍파를 맞고, 심술쟁이들에게 상처받아 더 이상 일정 정량 이상의 순수함을 내포하기 힘들어지더라도, 그로 인해 얻은 단단함을 바탕으로 다시 순수함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옮긴이의 해석에 대한 고찰:
옮긴이의 말처럼 내 느낌의 방향을 따라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드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물론 해석이 있으면 더 풍성해지겠지만, 무지의 자유에서 오는 예술의 스파크도 분명 존재한다고 믿고, 나 또한 그것을 경험하였다.
그저 내가 추구해나가야할 방향에 또 다른 힌트를 얻고, 그것을 향해 가면 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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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을 공유한 노트만을 공유하면 사람들이 재미 없어 할지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여러분들이 예술을 감상하고, 순수함을 지키고, 노트를 기록하는 것에 대한 조각을 가져가시기를 바라는 마음일 뿐이다.
또한, 예술을 통해 언제나 순수함을 유지하셨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선 다짐과 기록이 필요하기에, 예술 뒤에 오는 것들에 대한 작은 실마리들을 미래를 향해 날려보자.
[배수빈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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