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온 세상이 되어준 너에게 - 온 세상이 QWER이다 [도서]

'벅차오르다 못해 쿡쿡 아려오는' 마음을 써내려간 40대 바위게의 덕질일기
글 입력 2025.01.11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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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걸음과 발걸음 사이 쌓여만 간 망설임과 무리란 말

네가 내 곁에 와주던 순간 전부 사라졌어

(...)

너와 함께라는 이유로 운명을 믿어 난” 

 

- QWER, ‘별의 하모니’ 가사 中

 

 

무언가를, 또 누군가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마음은 그 자체로 많은 한계를 지워버린다. 마치 ‘운명’처럼 마주한 순간들에서 누군가를 좋아하고 응원하게 되고, 그들의 성장과 성공을 함께 지켜보는 과정 역시 마찬가지다.


흔히 ‘덕질’이라 불리는 이 과정은 한때 어린 시절 잠깐 드는 철없는 마음에 따른 것으로 치부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나이와 성별, 국적과 상관없이, 심지어 물리적인 차원의 한계 역시도 뛰어넘어 가능한 것이 되었고,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성 역시 높아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편견어린 시선 속에 ‘덕메(덕질메이트)’를 찾기 위해 자신의 ‘덕질 기록’을 공유하기 시작한 사람들이 있다. 특히 원유, 이소담, 윤혜은 등의 작가들은 3, 40대 여성으로서 아이돌 덕질 경험을 공유했고, <온 세상이 QWER이다>의 저자인 이주강 작가는 40대 남성으로서 덕질을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QWER 입덕 포인트, 자신의 덕질 경험을 그만의 유쾌한 문체로 써내려간다.


QWER의 ‘사관(史官)’을 자처하는 그는 2024년 3월 17일 삶에 ‘벅차오름’을 채워 넣기 위해 QWER의 팬이 되기로 했음을 밝히고, 24년 10월까지의 덕질 기록을 애정어린 관점에서 상세히 기록했다. 동양철학을 전공한 40대 남성이자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수로서 그가 가진 ‘글쓰기’ 능력과 유구한 서브컬처 및 매스컬처 ‘덕질’의 역사가 글 안에 녹아들어, QWER이나 서브컬쳐에 관심이 있는 독자로서 계속 피식피식 웃음이 나는 포인트와 공감이 되는 부분이 있었다.

 

 

QWER_앞면_테두리.jpg

 

 

 

QWER, 서브컬처와 매스컬처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장르를 만들다


 

QWER은 UDT 출신의 유튜버 ‘김계란’의 ‘최애의 아이들’ 기획으로 데뷔한 4인조 걸밴드이다. 인터넷 방송 스트리머로 인지도가 높았던 ‘쵸단’, ‘마젠타’, ‘냥뇽녕냥(히나)’과 일본 아이돌 NMB48의 멤버로 활동하던 ‘시연’이 차례로 프로젝트에 합류하면서 서브컬쳐와 매스컬쳐의 경례를 허물고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QWER은 어떤 한 장르로 규정할 수 없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가고 있는 아티스트이자 크리에이터라는 생각이 더욱 들었다. QWER은 ‘최애의 아이’나 ‘봇치 더 록!’을 모티브로 삼아 진행된 프로젝트에서 시작되었고, 멤버들 각각도 서브컬쳐와 비즈니스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깊게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서브컬처에 속해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 차트 상위권에서 지속적으로 스트리밍되고, 음악 방송 1위와 음악 시상식 무대에서 공연하는 등 대중적인 아티스트나 아이돌로서의 면모도 가지고 있다. 또 음악적으로는 펜타포트 락페스티벌 등 밴드 씬에서 주목받는 큰 무대들에서 공연하고 락 기반의 밴드음악을 지속해서 발매하면서 록 기반의 ‘밴드’로서의 정체성도 가져가고 있다.


이렇게 하나로 규정지을 수 없는 QWER의 정체성은 QWER만의 매력과 화제성을 더욱 높였다. 또한 음악을 포함한 다양한 컨텐츠의 소비자 그룹 안에서 니치(niche)를 찾아내 이들을 타겟팅 했다는 점도 QWER, 3Y코퍼레이션의 전략이 되었다.


 

QWER은 밴드 음악을 추구하지만 동시에 걸크러시가 아니라는 점에서 4세대 걸그룹 음악 주류에 대한 카운터컬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그녀들은 과거 남성향 걸그룹이 청순함 또는 섹시함을 어필했던 것과는 달리, 게임이나 인터넷 방송, 애니메이션 등의 ‘서브컬처’에 익숙한 남심을 저격하는 방향으로 기획되었습니다.

 

물론 그녀들은 노래 성격에 따라 청순할 수도 섹시할 수도 있지만, 핵심은 그녀들의 표면적 이미지가 아닙니다. 결혼과 출산은 물론 연애조차도 무관심한 Z세대 및 알파세대에 속한 남성 가운데 많은 이들은, 취미와 개그 스타일을 공유하고 그런 성향을 대변해줄 수 있는 ‘여자 사람 친구’를 원했습니다.

 

그리고 QWER이 그런 니즈에 부합했죠.

 

- p.23-24


 

QWER은 K-POP으로 주목받는 국내 음악 시장 내에서는 크게 타겟 소비자 층으로 부각된 적 없는 ‘서브컬처를 즐기는 (20대) 남성’을 타겟층으로 삼았다. 그리고 그들의 니즈를 파고들어 활동하면서도 메인스트림에서의 영역을 점차 넓혀갔다.


이는 ‘성장형 아이돌’이라는 QWER의 컨셉에 부합하기도 하지만, 서브컬쳐에 머물러 있던 자신의 취향이 메인스트림에서 인정받고 이해되는 장면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타겟 소비자층의 인정욕구 등을 건드리고 충족시키는 지점이기도 했다.


이렇게 서브컬처와 매스컬처의 경계를 넘어 완전히 새로운 장르로 포지셔닝한 QWER은 멤버들 개개인이 지닌 역량과 서사, 노력으로도 그 매력을 더했다. 또 메인 콘텐츠로서 음악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으며 단발성의 프로젝트로서가 아니라 오래 사랑받을 수 있는 자원과 기반을 축적하고 있다.


물론 그동안 사업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되어 온 타겟 소비자층에 소구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을 수 있고, 국내 및 일부 아시아 지역으로 활동 영역이 국한될 수 있다는 점도 한계가 될 수 있다. 그러나 QWER은 서브컬쳐와 매스컬쳐 등 다양한 문화의 경계에서 자신들만의 장르와 영역을 구축해낸 아티스트이자 크리에이터이기에, 그들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온 세상이 되어 준 너에게 : 덕질예찬


 

<온 세상이 QWER이다> 속 작가는 QWER의 덕질을 시작하며 처음 경험해보는 것들에 대한 기록을 해나간다. 그는 덕질을 통해 새로운 장소, 새로운 무대, 새로운 매체, 새로운 친구들을 접하게 된다.


서툴지만 애정어린 그의 경험들을 따라가다보면, 누군가를 또 무언가를 좋아하는 일은 그만큼 자신의 세상이 넓어지는 일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그렇기에 삶과의 균형이 일정 부분 지켜질 수 있다면, 덕질은 단순히 돈과 시간만 소비하는 소모적인 행동이 아니라 새로운 경험 속에서 스스로의 세상을 넓혀가고 그 안에서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기도 하다.


'온 세상이 QWER이다‘라는 책의 제목처럼, 자신의 온 세상을 차지할 만큼 애정을 쏟을 수 있는 대상이 있다면, 그의 세상을 받아들임으로써 자신의 세상이 더욱 넓어진다. 마치 무한대의 공간처럼, 무언가를 받아들였다고 그만큼의 세상이 좁아지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이 더 넓어지는 것이다.


다만 책을 읽으면서 다소 불편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는데, 계속해서 QWER이 얼마나 많은 악플과 부적절한 비난의 대상이 되었는지를 부각하는 점이었다. 물론 팬의 입장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말도 안되는 오해와 악의적인 비난을 받는 모습을 본다면 너무 화나고 억울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을 ’피해자‘로 만드면서 그들을 ’주인공‘의 자리로 올려 놓는 방식의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나왔을 때 느껴지는 왠지 모를 불편함과 피로감이 있었다. 특정 집단을 규정하지는 않았지만 지속적으로 비난을 가하는 대상을 ’적‘으로 간주하고 가해-피해의 구도를 계속해서 강조하는 것은 작가가 지속적으로 아쉬움을 피력하는 ’대혐오시대‘에 더욱 위험할 수 있다.


작가도 밝혔듯 워낙 QWER의 타겟층과 실제 팬들의 구성인원이 뚜렷하기에 더욱 그렇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그만큼 세상이 넓어지는 일이기도 하지만, 사랑하는 마음이 과하면 그것이 시야를 덮여버리기도 한다. 그렇다고 책의 표현 방식이 과도하게 편협한 방식으로 작성된 것은 물론 아니긴 하지만, 이 둘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덕심을 가진 모든 사람들에게 아주 중요한 과제이기도 하다.

 

 

남녀노소의 구분과 관계없이, 언제든지 순진무구함으로 돌아가 자기 자신을 구원할 채비를 마친 분들에게 덕후로 사는 삶은 항상 이롭습니다. 올바른 방식의 덕질은 자기구원의 한 방식이기 때문에 결코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제가 QWER에 입문한 때는 2024년 3월 17일이었습니다. 길지 않은 기간 동안 푹 빠진 덕질이 한 권의 책으로 묶여 나오는 과정에서 40대 아재는 삶의 열정을 많이 회복했습니다. 다시 말해, 저 자신을 구했습니다.

 

- p.316

 

 

그러나 결국 무언가에, 또 누군가에 애정을 쏟는 덕질은 삶에 새로운 에너지를 더해준다. 또한 자신의 온 세상을 덮을 만한 애정을 지니고 그것을 건강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참 멋지고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이 책의 저자를 포함하여 덕심을 지닌, 누군가를 아끼고 좋아하는 마음으로 열렬히 응원하는 모두가 오래오래 행복하고 건강하게 덕질을 할 수 있기를 응원하는 마음을 이 글에 담아 전해본다.

 

 

 

김효중 컬쳐리스트 태그.jpg

 

 

[김효중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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