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맨몸으로 싸우는 아름다운 전쟁, ‘스테이지 파이터’ [예능]

글 입력 2024.12.20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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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종영한 <스테이지 파이터>는 스우파, 스맨파, 스걸파에 이어 Mnet이 새롭게 선보인 댄스 서바이벌이다. 스트릿 댄스, 즉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춤을 선보이는 이전 시리즈들과 달리 ‘스테이지’라는 무대를 차지하기 위한 프로 무용수들의 쟁탈전을 그리고 있다.

 

이전 시리즈들이 상대를 이기기 위한 팀 서바이벌 이었다면, <스테파>의 무용수들은 자신의 피지컬과 테크닉적 한계를 뛰어넘어 단 하나의 주역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분투한다.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 속 두 명의 주인공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종영 1주일 전, 뒤늦게 프로그램을 보기 시작해 무대를 향한 그들의 치열함에 매료되어 연달아 2번을 정주행했다.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말 그대로 자기 자신과 ‘싸우는’ 스테이지 파이터들의 몸짓에 아름다움을 넘어선 고무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발레, 현대무용, 한국무용수들이 보여주는 우아하고도 강렬한 몸짓에 자연스레 빠져들었다.

 

 

 

불공평한 계급 예술, 무용


 

생존과 탈락, 혹은 순위만이 존재했던 이전 시리즈들과 다른 <스테파>의 가장 큰 특징은 ‘계급’이다. 무용수들은 ‘퍼스트’, ‘세컨드’, ‘언더’ 세 계급으로 나뉘어 매 라운드마다 계급을 지키거나 올라가기 위해 노력한다. 이러한 스테파의 ‘계급’은 단순한 서바이벌적 장치를 넘어 실제 무용이라는 예술의 불공평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요소이다.

 

<스테파>의 첫 미션이 ‘피지컬&테크닉 오디션’인 것 역시 다른 춤과 비교되는 무용만의 특징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고 생각한다. ‘피지컬&테크닉 오디션’에서 무용수들은 발레, 현대무용, 한국무용의 세 파트로 나뉘어 각자의 장르에서 요구되는 기본적인 피지컬과 테크닉을 심사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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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에서 계급을 나누는 기준은 ’피지컬‘이다. 본인의 개성을 표출하는 타 장르 춤들과 달리 무용에는 어느 정도 정해진 동작들이 있기 때문에 피지컬과 테크닉이 춤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한다. 당연히 피지컬이 좋을수록 춤의 라인이 돋보이고 더 뛰어난 테크닉을 구사할 수 있다.

 

예시로 한 발레 무용수는 선천적인 오다리로, 발레에서 중요한 턴아웃 동작이 되지 않아 언더 계급을 부여받는다. 클래식 발레에 적합하지 않은 타고난 체형이 원망스러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며 무용이 불공평한 예술이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피지컬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악착같이 노력하는 무용수들의 모습은 더욱 감탄을 자아낸다. 어린 시절의 왜소한 체형을 바꾸기 위해 끊임없이 운동해 모두가 감탄하는 몸을 가지게 된 윤혁중 무용수, 160대의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다른 무용수들을 제치고 주역을 차지한 김혜현, 정혜성 무용수가 그 예시다. 본인의 한계를 넓히기 위해 남들의 두 배로 노력했을 그들의 열정이 감동적이면서 부럽기도 했다. 죽을 각오로 쏟아붓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는 것 역시 또 다른 재능이기에, 그들이 더욱 높이 날아오르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발레, 현대무용, 한국무용이라는 장르의 매력


 

<스테파>에는 발레, 현대무용, 한국무용 세 장르의 무용수들이 등장한다. 우아하지만 누구보다 강한 힘을 요구하는 발레, 화려한 테크닉과 부드러운 움직임이 공존하는 현대무용, 강렬하도고 유려한 몸짓의 한국무용까지.

 

첫 단체 미션인 ‘메가 스테이지 미션’에서는 다른 장르의 무용수들이 서로의 춤을 카피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여기서 각 장르의 특징을 더욱 잘 느낄 수 있었다. 이를테면 주로 공중에서 춤을 추는 발레 무용수들은 플로어 동작에 익숙하지 않고, 현대무용과 한국무용수들은 극도의 유연성이 필요한 발레 동작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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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용의 경우 플로어와 공중을 넘나드는 화려한 테크닉의 현대무용, 부드러운 턴과 점프의 발레와 비교하면 자칫 두드러지지 않아 보이지만, 한국무용 고유의 손짓과 느낌을 내기는 무척 어렵다. 이처럼 방송을 보며 각기 다른 무용의 세 장르를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다만 후반부로 갈수록 세 분야에 대한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점이 다소 아쉽다. 물론 여러 장르의 무용수들이 섞여 춤을 추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보편적인 동작 위주로 안무를 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일부 미션의 경우 특정 장르의 동작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데, 그럴 경우 해당 장르의 무용수들은 본인의 기량을 뽐낼 기회가 사라지게 된다. 따라서 세 파트를 조화롭게 융화하되 각 장르의 특색이 돋보이는 킬링 파트들을 적절히 배치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애청자로서의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STF 무용단의 탄생,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방영 전 올라온 <스테이지 파이터>의 우승 혜택은 단 한 명의 무용수를 선발해 프로 무용단에 입단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호종, 강경호, 김혜현 무용수 등이 엄청난 인기를 얻기 시작하며 파이널 진출자들 중 12명을 뽑아 ‘SFT 무용단’을 만들고 이들에게 공연과 투어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혜택이 바뀌었다.

 

이는 스테파의 여러 무용수들을 응원하는 팬들에게는 기쁜 소식이다. 그러나 제작진의 목적이 더 많은 팬들을 모아 성공적인 투어를 진행하는 것이었다면, 연출적인 부분에서의 변화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스테파>의 평균 방영 시간은 2시간 30분으로 타 예능 프로그램에 비해 월등히 길다. 이는 짧은 회차 내에 여러 번의 미션을 진행해야 하는 서바이벌의 특성을 고려한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방영 시간의 대부분이 연습 과정이 아닌 계급 선정에 치중되어 있다는 점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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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방송을 즐겨 보는 프로 과몰입러로서 어떤 프로그램, 혹은 참가자에게 각별한 애정이 생기는 순간은 대체로 무대를 준비하는 과정을 볼 때다. 어떻게 해야 내가 만든 안무가 뽑힐 지 고민하고, 선정된 안무를 익혀 내 것으로 만들고, 음악에 맞춰 완벽하게 선보이는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자연스럽게 해당 참가자를 응원하게 된다.

 

따라서 계급 발표에 할당된 시간을 줄이고 안무 선정과 연습 과정을 좀 더 집중해서 보여주었다면 더 많은 팬들을 끌어들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참가자들의 땀과 열정이 여실히 드러날 때 서바이벌이라는 요소가 더욱 극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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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수많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봐왔지만, <스테이지 파이터>는 조금 더 각별하다. 아마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로 나아가는 지점에서 이 프로그램을 만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스테파>의 무용수들은 자신의 재능이 조금 부족할지라도 포기하지 않고 부딪힌다. 그 과정에서 주역을 따내지 못할지언정 큰 후회는 하지 않는다. 본인의 춤에 자신감이 있는 무용수들의 태도는 스스로가 최선을 다했음을 알기에 나올 수 있는 자기 확신이다.

 

이처럼 전혀 다른 분야의 무용수들이 온몸을 다해 노력하는 모습은 나 자신에 대한 동기부여로 다가왔다. 내 선택에 대한 확신이 부족할지라도, 우선 부딪히고 최선을 다해보자는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다소 싱숭생숭한 한 해의 끝자락에서, <스테파> 무용수들이 보여준 강력한 에너지가 내년을 힘차게 시작할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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