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말, 언제부터 이렇게 어려워졌을까 - 착한 대화 콤플렉스
글 입력 2024.12.09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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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을 잘 못 한다. 글을 쓰는 것에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는데, 글보다도 먼저 깨우친 말은 이상하게도 너무 어렵다. 분명 머리로 생각했을 땐 뒤로 넘어갈 만큼 웃겼는데, 왜 입으로 내뱉어버리면 그렇게 재미없어지는 건지. 집에 돌아와서 “그때 왜 그 말을 했지?”하고 후회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조리 있게 잘 대답하고 싶은데, 결국 내뱉는 말은 “오 대박”, “아냐 됐어”, “진짜 쩐다” 뿐이다. 더욱이 미디어나 주변에서도 입을 여는 사람보다 귀를 여는 사람이 되자고 많이들 하지 않는가.그렇게 살다보니 점차 말수가 줄어들게 되었고, 갈수록 말을 더 못 하게 되었다. 내가 말을 하면 상대방은 재미없어 할 것이고. 분명 말실수를 할 것이라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있다. 그래서 편하지 않은 누군가와 대화하는 게 어렵고, 이력서와 자소서를 쓰는 것보다 면접이 백배 천배 힘들다. 말을 하는 게 왜 이렇게 힘들어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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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착한 대화 콤플렉스>는 나와 같이 말에 대한 우리의 불안과 갈등을 정면으로 파헤친다. 실제 갈등과 논란이 되는 표현을 예로 들며, 그 이면에 숨겨진 복잡한 언어적 맥락을 풀어내면서 우리가 쓰는 말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하게끔 도와주고, “이렇게 말해도 괜찮을까” 망설이는 사람과 “말 한마디 가지고 난리야”라고 불편했던 사람 사이의 간극을 메꿔준다.어쩌면 ‘라떼’를 기피하게 된 건 과거 이야기가 듣기 싫다거나 흥미를 느끼지 못해서라기보단 그 이야기의 끝이 상대방과의 공유가 아닌 발화자의 기억에만 머물러있는 습관 때문은 아닐지.<착한 대화 콤플렉스>를 모두 읽고 나니, 빅뱅의 GD 생각이 많이 났다. 대중적으로 GD는 정말 그 분야에서 너무나 대단하고 엄청난 영향력을 자랑하는 아티스트다. 그가 부르는 노래는 남녀노소에게 한 번씩은 기억에 남고, 그가 입는 옷은 패션 트렌드가 되고, 그가 걸어가는 길은 후배 가수들의 이정표가 될 정도다. 그러다보니 GD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어쩔 수 없이 (제3자의 입장이긴 하지만) “저렇게 말 해도 괜찮을까?”와 “저렇게 말 하는 게 뭐가 문젠데?”라는 두 진영을 많이 만들어내곤 했다.한동안 오르지 않았던 음악 무대를 MAMA로 복귀하면서 다른 유튜브 예능에도 출연하는 GD는 과거에 비해 말투가 굉장히 어눌해지고 느려진 듯 했다. 혹시 건강에 이상이 있어 그런 게 아닐까 하고 찾아보았더니, 한 프로그램에서 자신이 무슨 말을 할 때마다 일어나는 파급력이 너무 강해졌고, 이에 두려워 점점 말을 조심하게 되었다고 한다. 나는 그가 바로 이 <착한 대화 콤플렉스>의 가장 맞는 주인공이 아닌가 싶었다.혼잣말이란 단어도 있지만, 본디 말이란 건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그렇게도 어려운 걸까? 분명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다르게 해석되거나, 분명 제대로 얘기한 것 같은데 상대방이 이해하지 못 하거나 할 때와 같이 왜 어긋나는 일이 일어나는 걸까.너무나 슬프고 억울한 일이지만, 말에는 그 시대와 사회를 빼 놓을 수 없기 때문 아닐까. 컴컴한 오밤중에 흑인에게 “미안, 피부가 검어서 안 보였어!”라고(진짜로 안 보여서) 단 0.01%의 악의도 없이 얘기했을 때, 놀리려는 의도가 없고 상대방도 유하게 그럴 수 있다고 넘어가 준다면 문제 없겠지만 이는 인종차별적인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그들은 ‘피부가 검다’는 이유로 여러 차별을 겪었으니 말이다.GD 뿐 아니라 다른 유명 연예인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했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대중들의 평가를 받게 된다. 물론 잘못된 단어와 말을 사용한 것에 있어 알려주는 것에는 전혀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그런 의도가 아니었음에도 어떤 문제가 있는 단어 한 마디를 내뱉는 순간 몰매를 맞게 된다. 마치 잘못 얘기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상대방이 정말로 그 단어가 그런 의미로 쓰이는 것을 몰랐고, 이를 시정하고, 앞으로 수정해나가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렇게까지 몰아붙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 우리도 사람이고, 우리도 그 단어의 뜻을 모를 때가 있을 것이고, 우리도 말을 잘못 할 수도 있을테니 말이다.우리 모두는 언제든 듣는 이가 될 수 있고 말하는 이가 될 수 있기에, 항상 서로를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을 해야할 것이며, 아마 작가도 이를 바라고 있던 게 아닐까 싶다.*
태생적으로 노잼인 인간은 본래 유잼 인간을 이길 수 없다. 대화란 센스가 필요하고, 이 센스는 ‘선천적이다’에 120%, 아니 250% 맞다고 생각한다. 같은 말과 리액션이어도 그 안에 포함된 일부 단어가 상대방에게 재미를 줄 수도, 불쾌감을 줄 수도 있다. 나 역시도 재밌다고 생각해서 한 말이 상대방에겐 재미없던 경험이 워낙 많다 보니 말을 잘 안 하게 된 케이스다. 하지만 센스 있는 사람은 나와 같은 뜻으로 얘기해도 분명 상대방을 유쾌하게 만들어줬을 것이다.그렇기에 나와 비슷한 사람들은 모두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말을 하지 말걸”과 같이 착한 대화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대방만 혼자 떠들게 만들 순 없지 않는가. 대화도 탁구나 배드민턴과 같이 ‘랠리’가 필요하다. 그러니 상대방을 재미있게 해야 한다고 고집부리기 보다는,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대화를 “이끌어 나가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훨씬 더 유익하고 유용할 것이다. (그리고 그 방법은 <착한 대화 콤플렉스>를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다!)[배지은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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