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코미디? 별로야!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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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코미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정확히는 ‘웃어라!’라는 명령과도 같은 어설픈 코믹 연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더 가볍게만 느껴지는 코미디.
하지만 때때로는 무겁고 어려운 맛보다, ‘이 영화를 샅샅이 파헤치겠다!’라는 마음을 먹지 않아도 좋은, 그런 쉬운 영화가 당길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이 영화를 추천한다. 누구나 편하게 웃을 수 있는 ‘진짜’ 코미디, 화이트 칙스!
“꼼짝 마! FBI다!” 끝내주는 변장술을 가지고 있지만 매번 번번이 범인을 놓치는 어딘가 2% 모자란 FBI 요원 케빈과 마커스. 둘은 오랜 시간 쫓고 있던 범인을 놓치며 해고 위기에 처하게 되고, 그로 인해 부자 집안의 ‘윌슨 자매’를 경호하는 사소한 업무를 맡게 된다.
하지만 우연한 교통사고로 윌슨 자매의 얼굴에는 조그마한 상처가 나게 되고, 그들은 이 꼴로는 파티에 갈 수 없다며 케빈과 마커스를 상관에게 보고하겠다는 말을 내뱉는다. 그 말을 들은 케빈과 마커스는 자신들이 윌슨 자매로 변장하여 파티에 참석하겠다는 기상천외한 작전을 펼치기 시작하는데.
윌슨 자매로 변장한 둘을 괴롭히는 것은 자꾸만 앞을 가리는 긴 머리, 걸을 때마다 욱신거리는 하이힐이 끝이 아니었다. 시도 때도 없이 소리를 지르는 친구들, 이상한 추파를 던져오는 남자들, 라이벌 ‘벤더갤드 자매’들과의 기싸움까지. 수많은 해프닝 속에서 케빈과 마커스는 그들만의 방식대로 문제를 해결하며 윌슨 자매의 일상에 녹아든다.
그 속에서 케빈과 마커스는 이제껏 경험해 보지 못한 것들을 마주하며 재밌고 통쾌한 웃음을 전달해 준다.
영화를 보며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삶을 살아가는 케빈과 마커스의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괄괄한 성격의 둘은 추파에는 험한 욕으로 대응하고, 라이벌들과의 기싸움에서는 조신함이나 부끄럼 없이 패드립을 날려 모두를 기함하게 만든다.
그들은 자신들과 마주한 문제를 통쾌하고 시원하게 해결하며 동시에 새로운 삶을 이해하려고 한다. 작은 옷에 집착하는 리사와 연애에 성공하지 못해 슬퍼하는 카렌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위로하고, 이해하는 둘의 모습이 어딘가 위로가 되기도 했다.
화이트 칙스가 좋은 또 다른 이유는 이 영화를 보며 ‘누구나’ 웃을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영화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인종차별은 물론 성차별과 성 정체성 등 그 무엇도 상관없다는 메시지를 던짐과 동시에 누구나 웃을 수 있는 유머 포인트를 선사한다. 연기를 통해 1차원적인 개그를 살리고, 다양한 인물을 통해 인종, 성별에 관계없는 여러 인간 군상을 보여준다.
진솔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이 누구든 상관없이 함께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잘못을 하지 않아도 조롱거리가 되고, 어딘가 찜찜한 웃음들이 난무하는 요즘, 편안하면서도 시시하지만은 않은 웃음을 안겨주는 화이트 칙스가 더 좋아지곤 한다.
가끔은 화이트 칙스에서 보이는 버디 무비의 클리셰와 화장실 개그 같은 과도하게 단순한 유머 요소가 흠이라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진지한 시선으로 이 영화를 바라보고 싶지는 않다. 나에게 화이트 칙스는 편하게 즐길 수 있는, 108분이라는 러닝 타임이 단 한순간도 지루하지 않은 그런 코미디 영화이기 때문이다.
코미디를 싫어하는 나도, 몇 번이고 다시 보게 만들어준 영화 화이트 칙스. 누군가에게는 분명한 ‘B급’ 코미디 영화겠지만, 내 마음 속에서만큼은 ‘S급’ 코미디 영화로 인정한다.
[박아란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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