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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졸업연주 그 후 - 평범한 음대생의 특별한 이야기

by 원정민 에디터
2024.09.29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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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오늘은 매우 특별한 자리를 마련했는데요, 내가 나에게 묻는다, 일명 자문자답 인터뷰를 진행해 보려고 합니다. 오늘의 주인공 정민 님,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얼마 전 학부를 졸업한 원정민입니다.

 


정민 님, 오늘 이렇게 먼저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연락을 주셨는데요, 특별한 계기가 있으실까요?

 

음, 저에게 2024년은 정말 중요한 해였어요. 마지막 학기를 맞이하며, 우선순위를 학부 마무리에 뒀습니다. 특히 졸업 연주를 무사히 마치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지만, 여느 때와 같이 시간은 흘러갔고, 이제 다 끝났습니다. 벌써 연주가 끝난 지 석 달가량 되었네요, 하하.

 

오랜 염원을 이뤄낸 듯 후련했지만,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이 찝찝했어요. 여러 감정들이 엉켜서 왜 그럴지 생각해 보니, 제가 최종 마무리를 짓지 못해서 그런 것 같아요. 연주는 끝났지만, 나에게 이 연주가 어떤 의미였고, 어떤 마음으로 준비했었는지 한 번 정리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어요. 저한테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거든요.

 

그래서 연락을 드리게 됐습니다. 나한테 궁금했던 점들을 물어보려고요. 나는 어떤 마음이었는지 한 번 털어내고 나면, 앞으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할 때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질 것 같아요.

 

 

오늘 인터뷰가 마음 정리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졸업 연주라는 게 정확히 어떤 건가요?


일단 간략한 설명을 해드리기 전에, 저는 해외에 있는 대학교에 다녔기 때문에 한국의 졸업 연주와 그 방식이 다를 수도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다른 과 대학생분들이 시험을 치듯이, 저희도 전공 과목 시험을 보거든요? 저희 학교에서는 마지막 학기에 보는 시험이 일종의 졸업 연주였어요. 일반 시험과 똑같지만, 학부 과정 중 제일 오랜 시간 동안 시험을 봅니다. 총 40~50분의 연주 프로그램을 짜야 했어요.

 


40~50분이면 꽤 기네요! 프로그램을 어떻게 정하는지 궁금해요.


교수님과 협의를 통해서 정하는 편이에요. 저희 교수님은 학생의 의견을 많이 배려해 주셨어요. 저한테도 공부하고, 연주하고 싶은 곡이 있다면 언제든지 편하게 말해달라고 하셨고요. 저는 교수님께 추천받은 곡들 위주로 프로그램을 짰어요. 오랜 기간의 연주, 교직 생활로 다져진 혜안에 학부 생활 동안 저를 지도해주신 분이니, 제가 어떤 곡을 해야 부족한 부분을 공부할 수 있을지, 어떤 곡이 어울릴지 누구보다 잘 아실 거로 생각했어요.

 

 

프로그램 중 가장 좋아하는 곡은 무엇이었나요?


윤이상 작곡가님의 작품집 '리나가 정원에서'를 가장 좋아했어요. 수록곡 중 배고픈 고양이, 이웃집 불도그, 작은 새를 연주했습니다. 교수님이 한국 작곡가 곡도 프로그램에 넣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해 주셔서 제가 직접 찾아보고, 결정한 음악인데요, 제목이 너무 재밌지 않나요?

 

곡을 들으면 제목에 걸맞게 동물의 다양한 움직임과 특징이 자연스럽게 떠올라요. 그래서 다른 곡보다 해석하기도 훨씬 수월했는데요,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동물의 이미지에 캐릭터를 부여해서 저만의 동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재밌었습니다. 교수님의 해석을 듣고, 영감도 많이 받았고요. 레슨 시간 동안, 서로의 아이디어를 나누면서 연주가 점점 디테일 해졌어요.


직접 악보를 보여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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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고양이에서 제가 좋아하는 부분입니다. 연습할 때 사용했던 악보라 군데군데 저의 필기가 있네요, 제가 상상했던 장면이 무엇인지 들어보시겠어요?

 

배가 매우 고팠던 고양이는 허겁지겁 먹잇감을 사냥해서 식사를 합니다. 부른 배를 잡고, 냅킨으로 입을 닦는 것을 마무리로 56마디에 식사를 마칩니다.

 

세상에, 배가 불룩해졌네요. 걷는 것마저 힘들어진 고양이는 57마디부터 뒤뚱뒤뚱 힘겹게 나아갑니다. 그런데 눈앞에 먹잇감이 다시 나타났고, 고양이는 본능적으로 입맛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61마디부터 살금살금 걸어가기 시작하지요. 쥐에게 다가가면서 분위기도 고양되기 시작하지만, 거의 다 잡았을 때쯤 무서운 야생 들개가 나타났고, 고양이는 몸을 수그려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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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유사한 긴장감 넘치는 추격전이 곡 전체에 걸쳐서 반복됩니다. 연주하는 내내 톰과 제리를 방불케 하는 재미가 있었답니다! 독자 여러분도 자신만의 시나리오를 만들어가며 들어보세요, 추천합니다!


좋아하는 음악에 관해 얘기하다 보니, 신이 나서 말이 길어졌네요. 지금이야 재밌게 이야기하지만, 처음에는 스토리를 어떻게 짤지 고민이 많았어요. 이 곡은 특히 청소년기에 저를 가르쳐 주신 선생님께 조언을 구해,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답니다.


 

곡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네요! 연습은 어떻게 하셨나요? 긴 레파토리를 소화하는 방법도 궁금해요!


저는 어떤 곡을 준비해도 항상 비슷한 순서로 완성해 나가요. 먼저, 악보를 유심히 보면서 곡을 천천히 익힙니다. 악보대로만 연주해도 반은 간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에요! 작곡가가 연주자를 위해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기록해 두었답니다. 주의해서 읽어가며, 정확한 음정과 박자로, 음 사이의 간격에 손가락이 익숙해지도록 연습합니다.


어릴 적에는 이렇게 정직하게 음정과 박자만 익혔다면, 이제는 첫 번째 단계에서부터 해석도 같이 들어갑니다. 이 부분은 어디서 활을 쓸지,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곡을 어떻게 몰아세웠다가, 다시 느슨하게 풀어낼지. 곡을 이해해 나가고, 연구를 거듭해 갑니다. 그 과정에서 기본이 흔들린다면, 초심으로 돌아가 무너진 부분들을 정리하고요. 백 퍼센트 내 연주에 만족하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하루하루 고쳐나갈 게 많았습니다.


말씀해 주신 것처럼, 40-50분 동안 긴 호흡의 연주를 이어 나가야 했기에 어느 정도 곡을 완성한 다음에는 전체 프로그램을 연주해 보는 연습을 매일 했어요, 연주 리허설을 하듯이요. 그렇게 했을 때 분명 하나씩 연습할 때랑은 다르게 부족한 점들이 보이거든요.


앞에 했던 곡에 영향을 받아서 분위기 반전에 실패하기도 하고, 끝으로 갈수록 체력이 소진돼서 퀄리티가 떨어지기도 하고, 여러 문제점이 보인답니다. 그렇게 연주하면서 바로바로 느낀 점들, 미처 발견하지 못한 녹음본 속 실수를 찾아서 고쳐나갑니다. 연습은 갈고 닦아나가는 것의 연속이고, 해도 해도 지나침이 없는 것 같아요.

 

 

꾸준히 연습하는 습관을 들이려면, 체력이 중요하겠어요. 연습 외에도 연주 전에 준비해야 했던 게 있었나요?


프로그램 북 제작, 초대 연락 돌리기, 의상, 액세서리 준비 등 연주에 필요한 여러 가지를 챙겨야 했습니다. 예전에는, "연주만 잘하면 되지 않나?"라는 생각이 컸거든요?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어른이 돼서 내 자신을 스스로 돌보며 살아가다 보니, 내 몸 하나 간수하기도 벅차다는 걸 느꼈거든요. 그래서 저마다의 바쁜 일상에서도 시간을 쪼개서 제 연주를 보러 와주시는 분들에 대해 더욱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물론 좋은 음악이 당연히 1순위가 되어야겠지만, 제가 관객들에게 보답할 방법을 생각했을 때, 음악 외에도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단정하게 머리를 하고, 무대 조명에 어울리는 예쁜 드레스를 입고, 미리 프로그램을 고지하는 것처럼 사소한 것들이 모여서 관객에게 기분 좋은 시간을 선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관객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지만, 저 또한 그렇게 정성스레 준비하다 보면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동기부여도 되고요!

 

 

연주하면서 긴장되지는 않았어요?


원래 긴장을 잘 안 하는 편이에요! 조용한 무대에 올라 연습했던 음악을 차분히 풀어나갈 수 있기 때문에, 연주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응원하러 와주시는 관객분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까 봐 초조하기도 했어요.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면, 전문 공연장에 가서 유명한 연주자의 연주를 듣거나, 하다못해 유튜브, 스트리밍 사이트에서도 좋은 연주를 많이 접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나의 연주는 어떤 강점이 있지? 나만이 할 수 있는 연주가 있을까?”라는 걱정을 많이 한 것 같아요. 어느 정도 악보가 손에 익은 후에는, 실력이 늘지 않는 것 같아서 더욱 의기소침해지기도 했고요.


연주에 대한 확신이 생겨야 불안감이 해소될 것 같았기에, 그럴 때일수록 스스로를 다독여나가면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그래도 이제 다 정말 끝났네요! 끝나고 기분이 어떠셨어요?

 

부족한 부분도 있었지만, 제가 생각했던 대로 어느 정도 표현하고 나온 것 같아서 후련했어요. 좋아하는 분들을 모시고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려드릴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특히, 멀리 한국에서 졸업 무대를 보러 와준 엄마가 있어서 더 든든했어요. 얼른 안정적으로 자리 잡아 많은 분들께 받은 응원과 사랑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졸업식도 얼마 전에 하셨다고, 들었는데 그러면 이제 정말 대학 생활이 끝난 거네요? 졸업 축하합니다! 학부를 마치신 소감이 어떠세요?


시원섭섭해요. 다 지나가서야, 행복했었다는 것을 알았네요. 이렇게 다양한 연주 형태와 레파토리를 접해보고, 실수 해가면서 배워나갈 기회가 또 어디 있을까요. 오직 학생으로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인 것 같습니다.


연주 외에도 다른 과목들을 공부할 수 있던 것도 좋았어요. 음악교육학, 작곡 같이 음악 관련 과목을 비롯한 교양과목들까지도요! 다양한 분야를 접하면서 저의 강점과 단점, 흥미와 적성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알아갈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도 좋은 선생님을 만난 게 가장 큰 행운이었습니다. 저희 교수님은 신체적인 편안함이 연주의 기본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계셨어요. 그 철학을 바탕으로 제가 편안하게 연주할 수 있는 상태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셨습니다. 곡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면, 저의 의견이 어떤지 항상 물어봐 주시고, 제가 배우고 싶은 부분을 얘기하면 그 부분에 도움 되는 조언도 많이 해주셨고요. 덕분에 바이올린에 대한 접근법이 많이 바뀌었어요.


 

졸업하면 제일 많이 받는 질문 일 순위가 뭔지 아시죠? "이제 뭐 할 거야?" 정민 님의 추후 계획이 궁금하실 지인분들을 위해 한마디 해주세요!


저 드디어 졸업했습니다! 항상 새로운 시작은 설레면서도 두려운 것 같아요. 새 학기, 새내기, 등등…. 단어 앞에 -새가 붙으면 드는 그 묘한 느낌이 있잖아요, 제가 딱 그런 기분이에요. 제가 일궈 나갈 미래에 대해 설레기도 하면서,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터널을 지나가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제가 터널에서 헤매고, 답답해 보여도, 평소처럼 옆에서 묵묵히 응원해 주시면, 힘이 될 것 같아요. 그게 사소해 보여도 저한테는 손전등처럼 밝은 빛이 되어주거든요. 항상 감사합니다.


 

저도 응원하겠습니다! 오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저에게 꼭 필요한 시간이었어요. 갑작스럽게 연락드렸는데, 이렇게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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