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대학생인 나에서 졸업한 나로 거듭나기

방황 대신 전진
글 입력 2024.03.01 12:29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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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중순, 대학교를 졸업했다.

 

기나긴 학생 신분에서 졸업하면서 그만둔 것도 많아졌다. 입학 이후 졸업까지 함께 했던 공연학회장, 삼 년 넘게 일한 카페 아르바이트, 이 년간 일주일 치 스트레스를 날려줬던 드럼 등 학교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일종의 졸업을 한 셈이다. 정든 친구를 보내주는 듯한 아쉬움과 동시에 드디어 마침표를 찍는다는 해방감도 느껴졌다.

 

사실 4학년을 마친 후에는 졸업하고 싶지 않았다. 한참 남은 인생이지만, 그럼에도 가장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하는 대학교 시절은 힘들면서도 보람찬 게 더 컸다. 대부분 대학생으로부터 사회의 악이라고 불리는 팀 프로젝트가 나에게는 다른 개념으로 다가왔다.

 

문화콘텐츠 전공 특성상 공연, 전시, 영화, 축제 등 다양한 콘텐츠를 A to Z까지 다루며 하나의 기획안으로 완성하는 작업이 많았다. 모든 팀 프로젝트가 좋은 결실을 거둔 건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 저마다 다른 성향과 의견을 지닌 사람들과 열띤 회의를 진행하며 살아있음을 느꼈다. 그러나 사회에 진출해서는 수직적 구조 아래 내가 원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무언가를 생산하고 배설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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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만의 메시지를 담은 콘텐츠를 기획할 때 가장 반짝이던 친구들과 멀어져 홀로 어둡고 외딴 길에 다다를까 두려웠다. 주변에는 공연, 그것도 뮤지컬로 나가려는 사람이 없는 탓에 누군가와 의지하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새로 무언가를 도전하는 일에 있어 겁낸 적이 없는데, 졸업은 왜 이리도 사람을 움츠러들게 만드는지. 아무도 걱정하지 않는 나의 미래를 오직 나만이 계속해서 걱정하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얼른 졸업해서 돈을 벌고 싶다는 친구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주변 어른들로부터 대학생 시절이 제일 좋다는 말을 수십 번 듣다 보니 ‘대학생인 나’를 보내주기 싫었다. 영원히 여기 머물러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때로는 현실과 먼 허무맹랑한 소리를 내뱉어도 쉽게 흘려보내지 않고, 너라면 할 수 있다거나 함께 해보자고 대답하는 사람들을 만난 건 축복과도 같았다.

 

그동안 만난 수많은 사람 중 몇몇은 이름과 얼굴도 희미하지만, 긍정적인 에너지를 잔뜩 남기고 갔다. 그래선지 그들이 없는 사회가 커다란 벽처럼 느껴졌다.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돌파해야 하지만, 굳이 뚫고 가야 할지 혹은 내가 뚫을 수는 있을지 망설이게 되는 최종 관문. 

 

그런데 모순되게도 가장 먼저 관문을 넘어서려는 사람도 나였다.

 

나는 정착할 곳이 없어 제자리에 맴도는걸, 그러니까 정체 구간을 견디지 못한다. 계속해서 횡단해야만 숨을 쉴 수 있다. 사회로 나가기 싫은 마음은 굴뚝같아도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 되지 않도록 일단 취업에 도전하게 되었다. 후회하지 않을 삶을 위해 방황 대신 전진을 택하며 내면 깊숙이 자리 잡은 두려움을 끄집어내고 있다. 두 발 앞에 진흙투성이 길이 있다 해도 그걸 밟아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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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전에는 그렇게 고민하던 것들도 막상 졸업하고 나니 아무렇지도 않았다. 대학에서의 열정과 노력을 증명받듯 졸업생 대표 중 하나로 상을 받았는데, 이에 기뻐하는 가족들과 동기들의 모습을 보며 불안한 미래에 소란스럽던 마음이 절로 잠잠해졌다. 뒤이어 존경하고 애정하는 교수님들께서 졸업은 새로운 시작이라며 따듯한 축사를 건네주심에 안정을 되찾았다. 

 

졸업식 날 옹기종기 모여 서로의 앞날을 응원했던 기억, 동기들과 뒤풀이에서 나눈 진심 어린 대화, 졸업 축하 선물과 메시지 등 많은 것들로부터 힘과 용기를 얻었다. 그 덕분에 한껏 낮아졌던 자존감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그간 내가 나의 편이 되어주지 못해서 미안했다. 동시에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믿는다면 더 이상의 방해물은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지금은 면접을 준비하고 있는데, 결과에 상관없이 그로 인해 무너지지만 않길 바라고 있다. 

 

누군가 하루라도 더 살고 싶게 할 뮤지컬을 만들겠다는 꿈을 믿고, 온 마음을 다해 진흙투성이 길을 질주하기. 그게 바로 ‘졸업한 나’가 바라는 목표이자 이상향이다.

 

 

[최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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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  
  • 박도훈
    • 졸업 축하드려요~ 앞으로의 삶도 에디터님의 목표대로 되시기를..
    •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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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suyoung0011
    • 2024.04.03 10:5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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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도훈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도훈님도 목표하는 삶 이루시길 바라요 :)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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