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피스] 미움 없는 사진을 찍는 사진작가 진억의 세계

온기가 느껴지는 사진작가 진억의 세계를 들여다봅니다.
글 입력 2024.08.02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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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는 볼 수 없었던 세상을,

그들의 시선과 역사를 빌려 완성합니다.

그렇게 그들의 마스터피스를 이해합니다.

 

 

 

찍고 싶은 것을 찍을 뿐입니다, 사진작가 진억


 

- 안녕하세요 진억 아티스트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사진 찍는 김진억입니다. 저는 거창한 사진을 찍는 사람이 아니에요. 그저 인물 사진을 찍는 것이 전부인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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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르신 분들을 찍는 것으로 유명하시고, 실제로 많은 관심도 받으시는데 '거창하지 않다'고 소개하시는 것이 인상깊습니다.

 

저는 그저 재미있어서 하는 것이니까요.

 

이따금씩 저에게 연락을 주시거나 댓글을 주시는 분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제가 어떠한 의무감을 갖고 사진을 찍는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세요. 지방 소멸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활동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죠. 하지만 저는 그저 제가 잘하고 재미있어 하는 것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고, 그중에서도 어르신들이랑 대화를 나누며 사진을 찍는 것이 즐거우니까 이 작업을 하는 것 뿐이에요. 처음 이 작업을 시작했을 때보다 책임의식은 어느정도 생겼지만, 그렇다고 저 스스로 소명감을 갖고 하는 작업은 아닙니다.


 

- 소명감과 의무감은 없지만 책임감은 있다는 이야기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저는 아마추어 작가이고, 저를 알려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을 때 주변 많은 분들께서 '사진 알고리즘의 시대는 끝이고, 스스로를 알리기 위해서는 무조건을 숏폼을 해야한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죠. 그렇다면 아무것도 없는 제가 저 스스로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다가 제가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었어요.

 

제가 작년 2023년 11월에 혼자 차박을 다니면서 사진 여행을 떠났어요. 그런데 그때 정말 우연치 않게 어르신들을 많이 만나서 사진을 찍었어요. 아무래도 젊은 사람이 시골에 와서 홀로 사진을 찍고 있으니 어르신들께서 많이 말씀을 걸어주시더라고요. 그때 대화를 하고 찍은 사진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기도 하고, 그렇다면 제가 타인은 안하면서도 내가 잘하는 것의 교집합은 '어르신들의 사진을 찍는 것'이겠구나 싶어서 영상을 만들어 SNS 올리게 된 것 뿐이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저에게 소명감이나 의무감은 없어요. 하지만 이 작업을 하며 책임감은 생기게 되었어요.

 

제가 창녕에서 어떤 어르신의 사진을 찍어드린 적이 있어요, 그 사진을 액자에 담아 선물해 드리고 몇 달 뒤 다시 그 동네를 지나가게 되었죠. 그런데 어떤 복숭아 밭에서 할아버지께서 밭일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분께 인사를 드리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제가 이 동네의 할머니를 사진찍어드린 적이 있다'고 말씀 드리며 사진을 보여드렸어요. 그런데 그 할아버지께서 사진을 보시고 하시는 말씀이, 사진 속 할머니께서 이제는 이곳에 안계신다고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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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제가 굉장한 충격을 받았어요. 그 할머니는 제가 지금까지 뵈었던 할머니 중 가장 활발하고, 장난도 많으시고, 젊게 사시는 건강하신 분이셨거든요. 그리고 그 순간 제 사진에 대한 무게감이 느껴졌죠. 저에게는 그저 재미있어서, 나를 알리기 위해서 시작한 것이 그분께는 마지막 사진이 된 것이잖아요.


그 경험 이후로, 저는 그 전에도 사진에 진심을 담았지만 더욱 사진에 진심을 담게 되었어요. 사진을 접근하는 생각 자체가 많이 바뀌게 되었죠. 마냥 나를 알리기 위한 것이 아닌, 어떤 결과물을 통해 다른 사람들이 사진의 대상을 기억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겼습니다.

 

 

- 기존에 음악을 하겠다고 서울로 상경해서 한 번 도전을 했다가 실패하신 적이 있으신 것으로 알아요. 그에 대해 '오히려 성공에 대한 갈망이 사라졌다'고 말씀하셨던 것도 봤습니다. 이미 한 번 실패를 경험하고, 그럼에도 회사를 그만두고 사진을 찍겠다고 도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

 

두려움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에요. 저의 가족 관계가 어머니와 둘 밖에 없거든요. 외동이다보니 제가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입장이죠.

 

어떻게 보면 철이 안 든 것일수도 있지만, 저는 그래도 '안하면 평생 후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다른 사람들도 다 그런 생각을 갖고 무언가를 시작하겠지만 저는 제가 회사를 그만 둘 당시에 느꼈던 그 감정의 무게감이 다른 사람들과는 많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제가 그때 '사진을 찍고 싶다'는 욕구가 정말 미친 듯이 차올랐으니까요.

 

또, 제가 사진에 대해서는 미련이 남아있었어요. 서울에서 음악을 할 때에도 사진은 계속 생각이 났거든요. 그 당시에는 취미용 카메라를 사서 주말에 몇 장 찍기만 했었을 때에요. 그런데, 음악을 할 때는 사진이 생각나는데 사진을 찍고 있으면 음악 생각이 안나더라고요. 그렇다면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사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학생 때 학업을 가까이 하는 학생은 아니었어요. 그럼에도 돌이켜보면 유일하게 혼자 학원 상담을 다녔던 곳이 사진 학원이었어요. '사진 배우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고 학원에 막무가내로 물어보고 다녔었죠. 하하. 그래서 옛날부터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것은 사진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뒤 그 생각을 계속 품고 살다가, 어떠한 트리거가 있는 것이 아님에도 어느날 쌓이던 것이 터진 거였어요. 그래서 그 자리에서 바로 주임님께 가서 '퇴사해야할 것 같습니다. 사진을 찍어야 할 것 같습니다.'하고 퇴사했죠.

 

당시 저는 청년내일채움공제라는 것도 받고 있었기 때문에 계속 회사를 다니면 어느정도의 지원금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회사에서는 저를 이해하지 못했죠. 트러블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일도 잘하고, 저에게 직책을 달아보지 않겠느냐 말씀해주신 적도 있으셨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사진을 찍으러 나가겠다고 하니까요. 하하. 주변인들도 마찬가지였고요.

 

하지만 제가 그 사람들까지 이해를 시킬 필요는 없잖아요. 그저 제가 하고 싶은 것일 뿐이니까요. '저는 그냥 제가 하고 싶은 거 하며 살겠습니다' 하고 회사에서 나와서 그때부터 모아둔 돈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지금까지 쭉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그가 찍는 사진은 미움 없는 사진 


 

- 진억 작가님의 모든 사진을 아우를 수 있는 테마곡을 하나 선정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저의 테마곡, 무조건 있어요. 

 

Novo Amor(노보 아모르) 가수의 노래 중 Repeat Until Death라는 노래를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는 작업할 때마다 그 노래만 틀어놓거든요. 저는 제 사진을 봤을 때 사진으로부터 음악이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제가 그 음악을 들을 때의 마음가짐으로 작업을 해야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항상 이 음악을 들으며 작업합니다.

 

 

 

 

저는 음악과 사진이 정말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억지라고 느껴지실 수도 있지만, 하하, 사진은 순간의 정서를 담는 시간성 그 자체의 작품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정말 단 한순간을 담아서 시각적으로 보이는 거잖아요.

 

그런데 음악을 들을 때도 저의 인생에 임팩트 있는 일이 생길 때 들은 노래를 나중에 다시 들으면 그 순간이 그대로 머릿속에 재현이 되거든요. 정말 디테일하게 생각나요. 예를 들면 군대에 있을 때, 이등병 때 아침마자 흘러나오던 노래가 있어요. 그런데 그 노래만 들으면 전 이등병 때 아침마다 욕먹던 그 장면이 생생하게 생각이 나거든요.

 

그 연관관계로, 제가 노래를 들으며 어르신들의 사진을 찍고 작업을 하면 사람들이 그 노래를 모른다고 하더라도 그 당시의 저의 감정이나 상황이 어느정도 전달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 처음 사진을 찍기 시작했을 당시, 어떤 사진작가가 되고 싶은지에 대한 목표가 있었을까요?

 

그 당시에는 사진에 대한 공부 없이 그저 셔터질이 좋아서 사진을 찍는 거였어요. 그래서 아무 의미 없이 그저 제 눈에 예뻐보이면 다 찍었죠. 그러면서 사진을 찾아보고, 작가님들도 찾아보는 과정에서 파인아트 계열 쪽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그 이후로 파인아트는 아니어도 파인아트 계열을 모방해서 비슷한 느낌을 주기 위해 연습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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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제가 정말 좋아하는 민현우 사진 작가님과 좋은 기회에 만나게 되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생겼어요. 그런데 작가님께서 저에게 저는 파인아트에 재능이 아예 없다고 말씀을 해주셨어요. 하하.

 

정말 존경하는 작가님으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나는 왜 재능이 없을까 싶은 마음에 그 당시에는 우울했어요. 기분이 전혀 나쁜것은 아니었어요. 워낙 존경하는 작가님이니까요.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우울함을 느꼈죠.

 

그런데 민현우 작가님께서, 저에게 '너가 잘하는 것은 다른 부분에 있으니 너가 잘하는 것을 찾아라, 너는 네가 잘하는 것이 있음에도 맞지 않는 옷을 입으려고 하는 것 같다'는 내용의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때가 제가 어르신들을 촬영하는 숏폼 영상이 유명해진 이후였거든요. 그렇다면 내가 잘하는 것은 무엇일지에 대해 고민해보니 결국에는 제가 주목을 받는 이유가 어르신들을 따뜻하게 담아낼 수 있는 다큐 사진 분야인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그 분야로 지금은 공부를 하며 저의 색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 그렇다면, 진억님께서 찾으신 진억님의 색은 어떤 색인 것 같나요?

 

미움 없는 사진인 것 같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미움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를 것 같아요. 따뜻하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부정적인 감정을 잠시나마 잊게 해준다는 의미일수도 있어요. 제가 서울에 있을 때 사진 찍을 때 만큼은 음악 생각이 안나고, 다른 생각 없이 사진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것처럼요. 다른 분들께서도 제 사진을 보고 그런 느낌을 받으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사진을 찍을 때 가장 중요시 여기는 부분이 있다면.

 

저는 피사체가 되는 인물에 대해 알기 위해 계속 개인적인 부분까지 물어봐요. 제가 그 대상에 대해 알아야 그 사람을 찍었을 떄 스스로 당당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그래서 저는 개인적인 것을 여쭤보기 전에 먼저 저의 개인적인 이야기, 가정사까지를 하나도 숨김 없이 전부 다 이야기해요. (진짜요? 처음 보는 사람에게 그렇게 먼저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은 일일 것 같은데.) 네. 사실 그렇잖아요. 제가 타인의 개인사를 알고 싶은데 나의 개인사를 숨겨서는 안되니까요.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어르신 분들께서도 제가 저의 개인사를 먼저 이야기하고 먼저 마음을 열면 그분들께서도 저에게 마음을 열어주세요. 그러다보니 다양한 개인사도 다 듣고, 오히려 가족에게도 말할 수 없는 것들을 말해주시기도 하죠. 남이니까요. 그래서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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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지으며


 

- 진억님께 앞으로 풀어나갈 숙제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저는 제 사진적 퀄리티가 높지 않다고 생각해요. 아직 공부하는 입장이고, 저도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이 많으니까요. 사진에 이야기를 담아내는 부분은 솔직하게 말하자면 자신이 있는데, 하하,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부족함을 많이 느껴서 그런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숙제가 많이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기본적인 것은 다 알지만, 그래도 한 스텝 더 알아야 더 좋은 사진작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최종적으로, 어떤 사진 작가가 되고 싶은지.

 

제가 찍은 사진들로 성공한 작가가 되고 싶죠. 저의 색에 맞는, 지금과 같은 작업들만 하며 활동할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아마 저만이 아닌 모든 예술하시는 분들의 공통된 꿈일 것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하고 싶은 작업들로만 예술 활동을 하며 삶을 영위하는 것이요.

 

 

-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해주신다면.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그저 SNS 상에서 팔로워가 조금 많은 사람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저의 사진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다양한 공중파에서도, 그리고 아트인사이트에서도 저에게 인터뷰를 요청해주셔서 감사하죠. 말뿐만이 아니라, 정말 감사드린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김푸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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