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어떻게 글을 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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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잡을 수 없는 시간을 지나치고 나니 어느새 2024년. 아트인사이트에서 글을 작성한 지도 벌써 2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나는 25기 에디터(컬쳐리스트)이다. 곧 새로 들어올 에디터들에게는 까마득한 기수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으나, 사실 10주년 기념 아트인사이트 모임에 참여해보니 나보다 훨씬 위 기수 에디터분들이 많아서 깜짝 놀라기도 했다. 상당히 지속성이 높은 아트인사이트의 활동에 감탄하면서도, 아직 나 정도는 여전히 신입에 가까우니 늘 겸손해야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번 달의 글만 모두 기고하고 나면 이제 80개의 글을 아트인사이트에 보관하게 된다. 한 달에 두 개의 글을 기고하니, 이번 해가 지나면 딱 100개의 글을 달성하겠다 싶어 묘한 뿌듯함도 느껴진다. 그래도 여전히 벼락치기처럼 글을 작성할 때도 많고, 이게 좋은 글인가 의문이 들 때도 적지 않다.
내가 뭐 그리 대단한 글쓴이라고 ‘글 기고 노하우’까지 전수하나 싶은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글쓰기 실력과는 별개로 글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글에 대한 피드백도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스스로 차근차근 물음을 던져가며, 또 다른 피드백을 써본다.
1. 노트북 앞에 앉기까지
나는 키보드에 손가락을 대기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 소재와 내용을 머릿속에서 먼저 자세하게 그려 나가기 때문이다. 모든 심리테스트와 MBTI 검사, 심지어 타로점을 볼 때도 나는 생각이 ‘심각하게’ 많은 편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무조건 행동보다 생각 먼저, 그리고 그것을 바깥으로 표출하지 않는 성격.
그러면 이처럼 폭풍이 몰아치고 있는 복잡한 머릿속에서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첫 번째로, 소재부터 정한다. 리뷰는 간단하다. 내가 참여하고 싶은 문화초대를 스케줄에 맞게만 신청하면 되니. 문제는 오피니언이다. 처음 에디터를 시작할 때는 의욕이 넘쳐서 온갖 소재가 저절로 떠올라 그중에 하나를 선택하면 되었는데, 이제는 슬슬 문화 활동을 직접 해야만 소재가 등장하는 시기가 되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적어도 한 달에 한 개의 소재는 머릿속에서 떠오를 정도의 즐거운 인생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굳이 소재가 공연, 영화, 전시처럼 체험해야만 하는 문화예술 장르가 아니어도 좋다.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나 추억을 소재로 정하여 구체화해도 제법 재밌는 글이 나온다. 아트인사이트의 좋은 점은 카테고리가 상당히 세부적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미 떠올린 소재가 어디에 들어가야 할지 생각하기에도 편하고, 혹은 아예 카테고리에서 출발하여 소재를 정해도 좋다.
두 번째로, 글감을 구성한다. 에세이를 쓸 때는 큰 고민 없이 바로 모니터 앞에 앉아서 글을 써 내려가는 편이다. 그편이 조금은 투박해도 더 진솔하게 느껴지기에. 다만 오피니언과 리뷰를 쓸 때는 생각을 조금 더 정제하는 편이다. 특히 리뷰를 쓸 때는 더욱 그러하다. 이때는 쓸 만한 글감, 써야 할 글감 등이 생각날 때마다 휴대폰 메모장에 이를 기록해둔다.
글감의 범위는 최대한 다양하게 구성하려고 노력한다. 특히 요즘은 작품을 단순히 텍스트로만 분석하기보다는 그 연출과 작품 형성 배경 등을 많이 분석하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조사가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렌트> 리뷰는 <라 보엠>을 인터넷으로 조사하였고, <딜쿠샤> 리뷰는 직접 딜쿠샤를 방문하였다.) 그리고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연계하여 내용을 덧붙이면 더 풍부한 글을 만들 수 있는 듯하다.
2. 키보드를 두들기며
이제 미리 구성한 글감을 구체화할 차례이다. 대체로 서론은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에서 출발한다. 독자들을 맞이하는 일종의 ‘스몰 토크’, 혹은 ‘아이스 브레이킹’이라고 해야 할까. 무작정 본론부터 말하기보다는 조금이나마 부드럽게 본론으로 향하는 과정을 만들어 나간다.
사실 본론부터는 미리 생각해둔 글감을 흐름에 맞게 이리저리 짜 맞추는 과정에 가깝기에, 별다른 ‘노하우’가 존재하지는 않는다. 그저 본능적으로 키보드를 두들기게 된다. 다만 그렇게 글을 한창 작성하다가 흐름이 이상하다 싶으면 내용의 순서를 바꿀 때도 있고, 쓰려고 했던 글감을 포기할 때도 존재한다. 사실 이야기하고 싶은 글감을 폐기하는 것만큼 아쉬울 때도 없으나, 흐름에 맞지 않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다음 기회를 기대할 수밖에.
간혹 리뷰를 쓸 때는 부정적인 내용을 써도 될지 고민하기도 한다. 아무래도 초대권이라는 대가를 얻다 보니 부정적인 내용을 쓰면 미안해질 때가 있다. 안 좋은 점만 나열하기보다는 좋은 점을 보여주는 글이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글이기도 하고. 하지만 리뷰도 결국 그 작품에 대한 피드백이라고 생각한다. 무조건 긍정적인 피드백만 주고서는 글을 쓰는 이에게도, 읽는 이에게도 성장이 이루어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중요한 것은 ‘설득’이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 논지를 설득할 구체적인 근거를 제공하는 것이 좋은 평론이라고 생각한다.
결론을 쓰는 것은 지금도 꽤 어려운 일이다. 결국 마지막 문장으로 나의 글에 대한 최종적인 인상이 남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대한 ‘~하기를 바란다’, ‘~를 추천한다’ 식의 흔한 문장은 피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마지막 문장이 생각나지 않으면 최후의 보루로 사용하게 되는 형식이다.
제목과 요약글은 미리 작성할 때도 있고, 글을 다 작성하고 난 후 작성할 때도 있다. 제목은 요약글보다 우선으로 노출되기 때문에 글의 내용이 무엇인지 한눈에 알 수 있는 것으로 작성한다. 요약글은 말 그대로 글의 요약 정도 역할을 하거나, 혹은 부제목처럼 사용하기도 한다. 가끔 제목과 요약글의 역할 자체가 바뀔 때도 있는데, 웬만하면 각 역할은 지키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3. 마지막 다듬기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작성하였다면 다시 처음부터 읽어본다. 글이 흐름에 맞게 잘 읽히는지와, 내용과 이질적인 단어는 없는지 알아내기 위해서다. 이는 맞춤법 검사로도 파악할 수 없는 문제다. 특히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단어를 남용하였다가 나중에 내용에 맞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경우 제법 부끄러워지니, 국어사전을 항상 옆에 끼고 수정을 준비한다.
아트인사이트는 기고 시 일정한 가이드라인이 있어서 이를 준수하면 큰 문제는 없다. 맞춤법 검사를 진행하고, 작성한 내용을 텍스트화하여 붙여넣고, 형식에 맞게 정리한 후 크기를 미리 맞춘 이미지를 삽입하면 완성이다. 물론 정리하는 과정에서 간혹 실수로 삭제되는 글자들도 있기에, 제출 후에도 미리보기용 글을 재차 확인한다.
이렇게 하나의 글을 완성한다. 아무래도 모두가 읽을 수 있는 글이다 보니, 글을 기고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신중함’인 것 같다. 늘 모든 순간에 신중함을 기하며 완성된 글을 보면 뿌듯해진다. 물론 내 글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이 돌아오면 더욱 뿌듯해진다!
이제 또 마의 구간, 이 글의 마지막 문장을 써야 할 때가 되었다. 만약 이 글을 새로 들어올 에디터가 읽고 있다면, 글을 쓰는 매 순간 신중함을 기하되 지나치게 부담을 느끼지는 않았으면 한다. 모든 글이 완벽할 수는 없다. 그리고 내가 완벽하지 못하다고 느낀 글을 누군가는 또 재미있게 읽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앞으로의 소중한 자산을 즐겁게 쌓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앗, 또 흔한 형식의 문장을 써버렸다!)
[김민성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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