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 어느 겨울날의 티타임 [사람]

글 입력 2024.01.13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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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 다 왔습니다.”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했음을 알리는 핸드폰 진동에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린다. 오늘은 항상 메일로만 소통하던 아트인사이트 대표님을 직접 뵙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날이다.

 

쭈뼛쭈뼛 문을 열고 들어가자, 대표님이 반갑게 맞아 주셨다. 어색하게 차를 홀짝거리던 것도 잠시, 한 번 말문이 트이자, 평소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말들이 술술 나왔다.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만난 듯, 내가 애정을 담아 글을 쓰는 공간에 대한 자랑을 시작했다.

 

  
“아트인사이트에서는 제가 쓰고 싶은 글을 마음껏 쓸 수 있어서 좋아요, 글의 형식과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제 생각들을 마음껏 풀어낼 수 있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읽는 것도 재밌어요. 나 말고 세상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지, 궁금하더라고요. 어떤 사람의 글을 보면 나는 그 사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그 사람을 알게 되는 것만 같아요.”
 

 

쉴 새 없이 뱉어낸 고백에 한 박자 쉬어가고자, 나는 차 한 모금에 숨을 돌렸다. 그리고 최근에 리뷰 글을 쓰다가 떠올린 생각들을 천천히 꺼내었다. 평소 내가 오피니언에 기고하는 글들은 내 생각을 담은 글이다. 그렇지만, 리뷰 섹션에 글을 쓸 때는 나의 감상보다도, 작품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알려야 한다는 책임감에 한 문장 한 문장마다 주저하곤 했었다. 그런데 다른 에디터분들이 쓴 리뷰를 읽다 보니 오롯이 자신만의 감상을 녹여낸 글도, 참 좋았다. 그들의 생각이 듬뿍 묻어난 글은 나도 저 작품을 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이끌었다. 리뷰 글에 대한 나의 틀에 박힌 생각을 완전히 깨부순 순간이었다.

 

나의 이야기를 곰곰이 들으시던 대표님은 말씀하셨다. 자유롭게 어떤 글이든,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쓰면 된다고. 우리는 좋은 글이 무엇인지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많은 정보를 담은 비평가의 글, 술술 읽히는 쉬운 글, 그 어딘가 중간의 글. 세상에는 참 다양한 글들이 있다. 비문을 수정하고, 너무 긴 문장에서는 호흡을 끊어주고, 똑같은 문장구조가 가져다주는 지루함을 지양하며 다듬고 다듬어 만들어진 문장의 집합체는 저마다의 매력을 담고 있다. 그러니, 어떤 것이 좋은 글이라고 딱 잡아 결론 내리기는 힘들 듯하다.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는 글에 관해 이야기해 보겠다. 앞뒤 맥락이 자연스럽고, 말하듯이 쓰는 글, 대화하듯이 다가가는 글. 그런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정해져 있는가? 아니다, 아무나 쓸 수 있다. 하지만, 쓸 수 있어도, 쓰는 사람이 있고, 안 쓰는 사람이 있다. 쓰지 않는다면, 아무도 내 생각을 모른다. 그래서, 계속 써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머릿속에 스쳐 간 생각이라도, 조금씩 적어두면 그 생각 씨앗들이 모여, 하나의 커다란 숲을 조성할 것이다.

 

내 생각을 기록해 놓으려면, 내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나를 깊게 들여다봐야 한다. 이날 대표님은 머릿속에 꼭꼭 숨어 있던 생각들까지 꺼낼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내가 내뱉은 말들이, 나 자신부터 납득시킬 수 있는지 확인하도록 “왜?”라고 이유를 물으셨다. 가령 “문화예술을 위한 공간은 왜 필요할까요?”와 같은. 최근 아트인사이트를 통해 다양한 장르의 문화 예술을 향유하면서, 나는 알려지지 않은 세상의 많은 작품들을 수면 위로 꺼내놓고 싶다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하지만, 그런 작품들을 왜 봐야하는지 사람들을 납득시키지 못한다면, 관객들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다. 한 시간 반 동안의 티타임은, 내가 앞으로 계속 답해야 할 질문들을 머릿속에 상기시켜 주었다.

 

귀한 시간을 내서 대화한다는 것의 가치를 알기 때문에, 나는 이번 자리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 한 시간 반은 짧다면 짧지만,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트인사이트가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 알아갈 수 있어 좋았고, 신기하게도 긴 대화 끝에 자연스레 좋은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게 되었다. 사람을 위하는 마음을 담고 꾸준히 글을 써나간다면, 내 생각을 정리하는 글자 하나하나가 더욱 정갈해지리라 생각했다. 완벽을 추구하느라, 기회를 날리지 말고, 부족할지라도 세상을 향해 한 발 한 발 걸어 나가다 보면, 옳은 길로 가고 있으리란 자신감도 생겼다.

 

나는 꽤 행복한 사람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을 꺼내어 세상에 내뱉는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이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신 분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할 수 있어서 기뻤고, 우리가 세상에 내뱉고 싶어 하는 이야기들을 같이 나눌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우리가 나눈 시간은 머릿속에 고스란히 머물러 있다가, 이렇게 다시 글로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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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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