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심청의 한을 ‘락(Rock)’으로 풀어내다 - 국악뮤지컬 ‘심청날다’

‘심청날다’의 관전 포인트 셋
글 입력 2023.11.02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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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와서도 여전히 리메이크되며 한국 민속 문학의 정수로 남아있는 판소리 다섯마당 중 가장 사랑받는 심청가에 서구의 화려한 보컬 밴드의 사운드를 더한 퓨전 국악뮤지컬 ‘심청날다’가 서울에서 마지막 공연을 마무리했다.

 

주최사인 메트라이프 재단의 문화예술 사회공헌 프로젝트 ‘The Gift’는 실력은 훌륭하지만, 규모가 작거나 대중이 그간 접해온 예술에 비교해 생소한 장르를 선택해 쉽게 주목받지 못하는 예술 단체를 발굴해 조명하는 예술 발굴 사업이다. 또한 서울을 비롯한 지역사회에 무료로 관람 기회를 제공해 문화예술을 진흥시키는 자선 사업이기도 하다.

 

밴드 날다(NALDA)는 국가무형문화제 제5호 판소리 심청가 이수자인 소리꾼 오단해와 밴드 ‘국악이상’ 에서 활동하며 국악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있는 신예주를 비롯해, 서양 악기 세션(기타 김수유, 색소폰 이유철, 키보드 이효주, 퍼커션 조재범, 드럼 김수준, 베이스 구교진)으로 이루어졌다. The Gift와 활동하는 두 번째 그룹으로, 2022년 춘천 공연을 시작으로 심청가의 색다르고 파워풀한 재해석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있다.

 

이번 ‘심청날다’는, JTBC 음악 예능 프로그램 <풍류대장 – 힙한 소리꾼들의 전쟁>에서 활약한 경험이 있는 국악 크로스오버 밴드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익숙한 이야기인 심청가의 조합에 서울 국악 문화를 대표하는 국립국악원 예악당이라는 장소가 더해지며 관객이 평소에 느꼈을 국악에 대한 막연한 부담감과 진입 장벽을 과감히 낮춘다.

 

아쉽지만 이번 서울 공연으로 막을 내린 퓨전 국악 밴드 공연의 주요 관전 포인트를 기억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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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이야기


 

심청가는, 늘 그랬듯 고전 문학은 교과 과정 이후론 잘 읽지 않게 되는 상황 속에서도 다양한 예술 장르에서의 수많은 리메이크를 겪은 작품이다. 이제는 한국인의 머릿속에 하나의 모티프로 남게 된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래서 나이에 상관없이 많은 관객이 심청가를 원작으로 하는 이야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심청가는 예술의 장르에 따라서, 슬픈 대목이 강조되거나 감정의 굴곡이 진해지기도, 현대적으로 새롭게 해석되며 전혀 다른 결말을 만들어내기도 하는 마법 같은 매력이 있는 작품이다. '심청날다'에서는 전반적으로 갈등의 발생은 유쾌하면서도 진지함을 놓지 않고 이루어지며, 갈등의 해소 역시 사람들이 모두 알면서도 어려워하는 대목은 적당히 건너뛰며 편안한 해결을 이룬다. 감정적 굴곡을 극단적으로 다루지 않기 때문에 다소 단순하다고 느낄 수 있는 공연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여기에서 '심청날다'의 가장 큰 강점이 보인다. 세대 간 단절이 심하다는 지금, 이 시대에도 모든 관객이 하나가 된다. 관객은 함께 심청이 부르는 구성진 노래에 슬퍼하다가도, 눈 깜짝할 새에 눈을 뜨게 된 심 봉사를 보며 훈훈해지는 마음을 느낄 수도 있다. 빠르게 해결되는 사건에 오랫동안 앉아있지 않아도 되는 신체적 편안함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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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된 세션 연주와 자연스러운 편곡


 

뮤지컬 '심청날다'가 다른 공연과 차별화되는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서양의 음악과 국악을 조합했다는 것이다.

 

밴드 날다는 심청가의 주요 대목을 편곡해 락, 재즈, 블루스, 디스코 등 대중음악의 고전과 연결했다. 어느 정도 한국 대중에게도 귀에 익은 사운드와 한국인의 유전자에 기록되었다 싶을 정도로 익숙한 국악의 소리를 합쳐낸 밴드날다의 공연은 관객이 듣기 편안하고 익숙한 것을 만들어 냈다. 동시에 중독성 있고 오묘하게 여러 장르를 섞어내며 통해 '국악 밴드'라는 그룹의 정체성을 쉽게 잃지도 않는다.

 

일례로 ‘소녀 심청’을 부르는 대목은 반항 정신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락 장르로 편곡, 가사도 일부 수정하여 ‘효’라는 전통적인 관념을 비튼다. 의상 역시 꼭 심청 나이대의 소녀가 락의 전성기이던 시기에 입었을 법한 파격적이고 화려한 스타일을 보여주며, 강렬하고 폭발적으로 반항심을 표현한다. 기존의 '심청가들'에서는 기대하지 못한 파격적인 구성이다.

 

그러면서도 마지막에 갈수록 애절한 서양음악 사운드에 한 서린 한국의 소리를 더해 가족 사이의 정과 사랑을 풍부하게 표현, 관객들에게 눈물을 쏟을 기회까지 준다. 적절한 타이밍과 소재에 서양음악의 장르를 배치한 결과는 관객의 자연스러운 몰입과 자발적인 참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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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의 마음을 녹이는 밴드 날다의 노련함


 

처음 국립국악원 예악당 홀에 진입했을 때는 공연장의 엄숙한 분위기와 무대와 객석 사이의 거리감 때문에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가 어려울 것을 고민했다. 그런 걱정도 잠시, 밴드 날다의 노련한 참여 유도로 호응이 점차 늘어나더니, 마지막에는 모든 사람이 적극적으로 박수를 치고 노래를 따라 부르며 마무리하기까지 했다.

 

여기에 각 곡의 앞뒤로 판소리의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한 애드리브 연기를 더해 관객을 무대에 몰입하도록 견인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심청이 반항적인 시기에 접어드는 대목에서 소리꾼들은 '요즘 중학생들은 무엇을 먹냐'는 질문을 하고, 꼭 심청의 나이대인 관객들이 열정적으로 '마라탕후루(마라탕+탕후루)'라고 답한다. 지금의 유행을 민감하게 반영해 입체성을 띠게 된 극에 전 세대가 웃음을 짓는다.

 

객석의 분위기를 좌우할 수 있는 밴드 날다의 능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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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나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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