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스스로’ 배운다는 것, ‘무지한 스승’ [도서/문학]

글 입력 2023.05.10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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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독학, 즉 스스로 무엇인가 배우는 것에 대해 두려워한다. 가르쳐 주는 사람 없이 ‘혼자’ 배운다는 것,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내가 내 머릿속에 지식을 구축해 가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길이라는 것을 알기에 가르쳐 주는 사람의 잘 정리된 지식, 그가 말하는 스킬을 얻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 이것이 확실하고 빠른 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내용은 랑시에르의 ‘무지한 스승’에 나온다. 프랑스 철학자 랑시에르가 집필한 ‘무지한 스승’은 제목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진정한 교사, 교육에 대해 이야기한다. 즉, 교양을 쌓기 위해 이 책을 읽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나 또한 이 책을 교직 과목 교수님께서 강의 교재로 선정하셨기에 알게 되었다. 솔직히, 나에게는 ‘무지한 스승’은 강의 교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나 강의에서 이 책의 내용을 다루면서 나는 랑시에르의 접근에 흥미를 느꼈다. ‘무지한 스승’에 나오는 내용은 교육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 오피니언을 통해 공유하고자 한다.


랑시에르가 말하는 무지한 스승은 말 그대로 아무것도 모르는 스승인데, 하지만 아무것도 알지 못하면서도 가르칠 수 있는 스승을 말한다. 나는 책 제목만 보고 난 후 어떠한 지식에 대해 모르면서 이것을 가르친다는 것이 모순적이라고 생각하였는데,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느꼈을 것이다. 교사는 지식을 가르치는 사람이고, 학생은 배우는 사람이라는 교육 체계에서 우리는 자라왔고, 지금까지도 이 체계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랑시에르는 ‘위대한 교사’란 학생들에게 체계적으로 잘 정리된 지식을 전달하는 교사가 아니라 학생이 스스로 지식을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교사라고 이야기한다. 자신이 스스로 이 지식을 충분히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게끔 일깨우는 것이 위대한 스승의 역할이다. 결국 가르치고자 하는 것에 대해 아무런 지식이 없다고 하더라도 학생이 스스로 배울 수 있게끔 한다면 그는 무지한 스승, 위대한 스승인 것이다.


그는 오히려 학생들에게 수업하기 위해 지식을 정리하고, 학생들의 수준을 파악해 자신이 어떤 수준으로 가르쳐야 하는 지를 준비하는 것은 좋은 스승이 아니라 말한다. 이러한 교사는 학생이 좋은 스승이 있었기에 이 지식을 배울 수 있었다는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랑시에르는 하나의 예시로, 아기가 처음에 언어를 어떻게 배우게 되는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는 보통 언어를 어른들이 가르쳐 주기에, 어른들이 “엄마~라고 해봐 엄마~”라고 하면 아기가 그것을 따라하고, 이로 인해 언어를 배울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랑시에르는 이렇게 말한다. 아이가 언어를 배우는 것은 어른의 설명과 전혀 관련이 없다. 어른이 ‘아이는 이렇게 해야 언어를 받아들일 수 있을 거야’라고 추론한 방법은 아이에게 전혀 통하지 않는다. 애초에 아이의 세계 속에는 ‘언어’라는 체계 자체가 구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는 어른의 설명을 받아들이지 않고, 결국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언어를 배우게 된다.


따라서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혼자서 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느리더라도 조급해하지 말자. 이것이 진정한 배움의 과정임을 알아야 한다. 스스로 무엇인가를 배우는 방법이 빠른 방법은 아니지만, 진정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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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활에 나는 ‘인강’에 굉장히 의존하는 사람이었다. 혼자서 공부하는 것을 굉장히 두려워했고, 자습하는 시간에는 혼자 무엇을 해야 할지 감을 못 잡던 사람이기도 했다. 나는 워낙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이 느린 사람이다보니 나 혼자 공부하게 된다면 남들에 비해 너무 뒤쳐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이 알려주는 스킬을 습득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정확하며, 쉽기에 나 혼자서는 저 지식을 파악하지 못할 것이기에 하루 공부의 대부분을 인강을 본 적도 많다. 그렇기에 무언가를 배우려고 할 때, 학원부터 알아보는 편이다.

 

그렇기에 ‘무지한 스승’의 내용이 나에게 더 와 닿았을 수도 있다. 교육적인 내용을 다루는 만큼 내가 어떤 교사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지만, 무엇보다도 나의 생활에 대해 점검할 필요성을 제대로 짚어주었기에 이것이 나에게 더 인상 깊게 다가온 것이다.


요즘 들어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졌다는 것을 느꼈기에 이번 여름 방학 때 운동을 하고자 다짐하였는데, 어떤 운동을 하더라도 학원에는 등록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무지한 스승’의 내용을 알게 된 이상 독학을 해보려 한다.

 

아마도 여름이다 보니 수영을 할 것 같은데 솔직히 혼자서 배우는 것을 시도하는 것이 처음이고, 아무런 진전이 없을까봐 걱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가르쳐주는 사람 없이 스스로 어떤 지식을 배워서 습득하는 것이 진정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 내가 몸소 체험해보고 싶고, 이에 대한 후기를 들고 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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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유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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