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이맘 때 극장에 재개봉했던 영화 <비긴 어게인>을 봤다. 작품이 좋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취향이 비슷한 친구와 길을 걷다가 갑자기 보게 된 영화였기에 그 감동이 2배 더 컸던 기억이 있다. 그때의 감상이 좋아서 이번에 개봉한 존 카니 감독의 새로운 음악 영화 <싱 어게인>을 극장에서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음악 영화의 거장이라 불리는 존 카니 감독의 네 번째 음악 영화 <싱 어게인>은 그의 이전 작품에 비해 다소 아쉽다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이전 작품들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음악과 창작이라는 키워드를 바라보게 한다는 점에서 그의 영화는 여전히 의미 있는 이야기를 건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노래 한 곡으로 서로 다른 상황에 놓인 두 음악인

수많은 대중 앞에서 노래하는 삶을 꿈꾸며 음악을 시작했지만 현실은 전문 밴드의 보컬인 릭 파워와, 한때 잘 나가던 보이 그룹 출신의 팝스타 대니 윌슨 사이에 생긴 창작자 간의 갈등과 그 이후에 벌어지는 상황들을 그린 작품이다.
한 결혼식장에서 우연히 만나 함께 축가 무대에 서게 된 둘은, 그날 밤 대니의 방에서 릭이 수년 째 작업 중인 곡을 들으며 서로 음악적 영감을 주고 받는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음악을 매개로 깊이 교감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좋은 인상을 남긴다.
그러나 6개월 후 대니가 발표한 신곡 하나로 둘의 관계는 얽혀버리게 된다. 당시 소속사 대표의 압박으로 대니는 성공이 보장된 노래를 발표해야 했고, 결국 6개월 전 릭이 들려줬던 곡을 자신의 이야기로 편곡해 발매했다. 그렇게 공동작업자인 릭의 동의도 없이 대니의 이름으로 세상 밖으로 나온 노래 How To Write A Song Without You는 대중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전 세계적인 히트곡이 된다.
예술인에게 순수 창작물이란

영화 속 두 사람의 갈등은 노래 한 곡의 저작권을 둘러싼 다툼을 통해 '창작'이라는 행위에 대해 질문한다.
사람들이 가장 열광했던 곡의 후렴구를 만든 사람은 릭이다. 그러나 그 멜로디와 가사를 바탕으로 새롭게 편곡해 세상에 내놓은 사람은 대니였다. 릭의 경험에서 시작된 곡임에도 불구하고 대중은 이 곡을 대니가 쓴 노래로 믿을 뿐, 누가 만들었는지는 관심이 없다. 그렇다면 이 곡의 주인은 누구일까.
창작의 주체와 그 가치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는 AI를 활용한 창작이 익숙해진 지금 시대에 더욱 중요한 이야깃거리라는 생각이 든다.
단 몇 줄의 명령어만으로 글과 이미지, 음악과 영상까지 만들어내는 시대에, 우리는 타인의 창작물과 방대한 데이터를 토대로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누군가의 아이디어와 표현을 가져와 나의 것으로 만든 결과물 역시 새로운 창작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순수 창작물'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는 오로지 창작자 개인의 양심에 달린 문제일 것이다. 또, 기술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에서 창작자의 역할과 그 가치가 어디까지 인정될 수 있을지는 점차 자동화되는 시대에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어쩌면 한 사람이 아닌 모두의 것

존 카니 감독의 영화는 늘 노래가 만들어지는 순간을 그린다. <비긴 어게인>은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이 음악을 통해 다시 삶의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 주었다면, <싱 어게인>에서는 예술의 결과만 바라보는 시선에서 벗어나 그 안에 담긴 창작자의 생각과 현실, 그리고 하나의 작품이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창작의 경계가 점점 흐려지는 시대에 어쩌면 가장 필요한 이야기가 아닐까.
영화를 보고 난 뒤,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노래에서 새로운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한 사람의 것이라 생각했던 노래 한 곡에 이름 모를 많은 이들의 작은 손길이 닿아 있을 수 있다는 것. 그 시작을 기억하고 알아주는 일이야말로 창작이라는 행위를 존중하는 가장 기본적인 태도일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