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상반된 온도의 Blue가 들려주는 음악 [영화]

글 입력 2023.11.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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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토요일, 사용 마감 기한을 하루 앞둔 인디플렉스 티켓을 사용하기 위해 독립영화관으로 향했다. 같은 좌석에 앉아서 연이어 볼 수 있는 영화를 고민하다 두 편의 영화를 보기로 결정하였다. 그렇게 나는 이와이 슌지 감독의 <키리에의 노래>와 타치카와 유즈루 감독의 <블루 자이언트>를 보았다.


공교롭게도 두 영화는 파랑과 음악을 각자의 스타일대로 담아낸 영화였다. 비슷한 소재의 다른 영화를 연이어 만난다는 건 참 운명 같은 일이다. 하나의 소재가 지닌 의미와 이야기를 확장해 나갈 수도 엮어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 행운같이 마주한 두 세계의 파랑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열정과 조화의 색, 블루 - <블루 자이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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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밤 홀로 강가에서 색소폰 연습을 하던 다이는 자신의 목표 ‘세계 최고의 재즈 플레이어’를 이루기 위해 도쿄로 떠난다. 그러다 어느 한 재즈 클럽에서 엄청난 실력의 피아니스트 유키노리를 만나게 되고, 둘은 재즈 밴드를 결성한다. 하지만 유키노리는 팀을 올라가기 위한 하나의 발판으로 생각하고 또 언제든 대체 가능한 것으로 생각한다.


유키노리의 앞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색소폰 솔로를 선보인 다이. 연주를 시작하자 곧 황금빛의 색소폰이 그의 몸짓에 따라 빛을 받고 샛노란 스파크를 만들어낸다. 다이의 연주를 듣던 유키노리는 그가 얼마나 연습을 많이 했는지 짐작하며 눈물을 보인다.


다이는 도쿄에 있는 고등학교 동창이자 대학생 슌지의 집에서 머무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슌지는 다이의 연주를 보며 ‘이게 재즈구나!’하고 자신도 그런 열정적인 재즈를 연주하고 싶단 생각에 빠지게 된다. 유키노리는 드럼을 쳐본 적도 없는 슌지를 거절하지만, 이내 집에서도 땀을 흘리며 연습하는 슌지의 노력과 열정으로 인해 그를 임시 부원으로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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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재스(JASS)가 결성된다. 재스의 목표는 도쿄 재즈의 최정점에 있는 ‘So Blue’의 무대에 서는 것. 재스는 ‘18세의 재즈’라는 문구로 홍보하며 사람들에게 라이브 연주에 올 것을 권유하지만, 재즈바에 온 손님은 단 네 명이다. 그중 절반은 재즈바의 단골손님이다. 그럼에도 재스는 열정적인 연주를 선보인다. 이내 관객은 감탄하며 재스의 재즈에 매료된다.


이런 열정적인 재즈 그룹 재스는 순탄하게만 흘러가지 않는데, 초심자 슌지는 라이브마다 실수를 연발하고, 유키노리는 안정적으로 완주하는 피아노 연주를 고집하여 So Blue의 대표에게 ‘재미없다’라는 혹평을 받는다. 하지만 이러한 고비는 재스를 각성하게 한다. 그들은 오히려 고비를 통해 푸른 열정의 온도를 끌어올리는 열의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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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재스처럼 열정적인 청춘의 연주가 So Blue에게 필요하다며 대표는 그들에게 라이브 연주를 권한다. 모든 게 설레고 완벽한 순간, 도로공사 안전요원으로 아르바이트하고 있던 유키노리는 달려오는 트럭에 치여 오른팔이 으스러지게 된다.


결국 다이와 슌지는 유키노리가 작곡한 곡으로 색소폰-드럼 듀엣을 선보인다. 그리고 앙코르 무대에 오르려는 순간 유키노리가 등장하고, 이들은 완전체의 재스로 재즈를 연주한다. 그들의 연주는 따뜻한 오렌지색이었다가 다채로운 색이 침투하기도 하고 다시 합쳐지기도 한다. 그리고 마침내 무대, 관객, 조명, 땀방울, 그리고 재스 할 것 없이 모두 파란빛으로 물든다. 이보다 더 ‘So Blue’ 일 수 없을 만한 재즈 연주를 펼친 재스. 그들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So Blue의 무대에 오른다. 이후 재스는 해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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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그들에게 있어 블루는 열정과 조화의 재즈를 나타내기에 최적인 색이다. 피아노와 색소폰과 드럼이 솔로를 선보여도 결국엔 다시 아름답게 합주하는 것처럼, 뿔뿔이 흩어져도 다시 앙코르 무대에서 함께 연주하는 것처럼. 다양한 색, 다양한 좌절을 거쳐 다다른 블루는 그 어느 색보다 뜨겁다.

 

 


고독과 단일의 색, 블루 - <키리에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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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리에의 노래>의 주인공 루카는 길거리 뮤지션으로, 말을 할 땐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지만 노래할 때만큼은 큰 소리를 낼 수 있다. 그러한 루카와 그녀 주변 인물들은 모두 상처와 외로움을 갖고 있다.


나츠히코는 고등학생 때 키리에를 만나 사랑을 나누고, 키리에는 임신하게 된다. 그러다 나츠히코는 대학 진학으로 인해 오사카로 떠난다. 그곳에서 책임과 회피로 괴로운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그는 키리에와의 결혼을 결심하고 그녀와 통화하지만, 운명의 장난이 그들을 영원한 이별로 갈라버린다. 고향을 덮친 대지진과 쓰나미로 키리에는 행방불명되고, 키리에의 동생 루카는 나무 위로 올라가 쓰나미를 견뎠으나 충격으로 목소리를 잃게 된다.


어린 소녀 루카는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가족을 모두 잃어버려쏘, 언니 키리에의 약혼자 나츠히코를 찾기 위해 오사카로 향한다. 집도 가족도 없이 떠돌던 루카를 발견한 어느 초등학교 선생 후미는 루카를 보살피며 가족을 찾아주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다 나츠히코와 연락이 닿게 되고, 둘이 함께 살 수 있도록 돕지만 나츠히코가 친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루카는 임시 보호소로 보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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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목소리를 내던 루카는 재해의 충격으로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되었지만, 노래를 부를 때만큼은 여느 때보다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관객을 장악한다. 성인이 되고 길거리에서 노래하는 루카-활동명은 ‘키리에’로, 언니의 이름에서 따왔다-를 마주친 고등학교 친구 잇코는 그녀의 매니저를 자처하며 길거리 공연에 필요한 장비, 의상, 식비, 숙소를 모두 해결한다. 그렇게 키리에는 점점 이름을 알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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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리에의 노래> 속 파랑은 고독과 상실을 상징한다. 나츠히코와 루카가 재회할 때 나츠히코는 위아래 모두 청색의 옷을, 루카는 푸른색의 원피스를 입고 있다. 두 사람은 사랑하는 이를 상실하고 혼자가 된 인물이다. 이후 키리에로 활동하는 루카는 키리에의 정체성이 되는 짙은 파란색 원피스를 입고 버스킹을 하는데, 이것은 잇코가 정해준 것이다.


푸른 가발을 쓰고 다니는 잇코에게도 외로움을 포착할 수 있다. 그녀는 연상의 남자들 집을 전전하며 살고 있다. 고등학생 때 대학 합격만을 목표로 하던 그녀는 대학에 떨어지게 되고, 가족과의 불화로 부모가 지어준 이름을 지운 뒤 잇코로 바꾸게 된다. 꿈도 가족도 잃어버린 잇코는 수단을 가리지 않고 사람을 만나 공허함을 채우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그녀의 가발은 파란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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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잇코를 따스하게 채워주는 것이 키리에였다. 잇코는 키리에의 매니저로 지내며 분홍, 빨강 등 파란색과 상반된 색의 가발을 착용한다. 다른 사람들과 지내도 채워지지 않던 외로움을 더 이상 느끼지 않게 된 잇코는 온전한 즐거움을 느낀다. 하지만 즐거움도 잠시, 잇코가 저지른 결혼사기로 인해 형사에게 쫓기게 된 잇코는 어느 날 키리에에게 말도 없이 자취를 감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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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코가 사라지고 전처럼 길거리를 떠돌며 노래하는 키리에. 그녀에게는 점점 같이 노래를 부를 동료들이 늘어난다. 키리에의 노래는 자유롭고 목청껏 부르는 것이 매력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키리에 본연의 목소리는 점점 묻혀가는 듯하다. ‘그렇게 힘줘서 부르란 소리가 아니었다.’라며 타박하는 동료와 수많은 악기로 인해서 말이다.


유명해진 키리에에게 정식 소속사와 매니저가 필요하지 않냐며 접근하는 이들이 생기지만, 키리에는 자신의 매니저는 잇코라며 그녀를 기다리고 싶다고 한다. 이후 길거리에서 자고 있는 키리에의 앞에 파란 가발의 잇코가 나타난다. 둘은 거센 바람이 부는 바다로 향하고, 그곳에서 키리에는 수척해진 잇코에게 노래를 하나 불러준다. 제목은 <혼자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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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좋다고 해도 함께였을 때 위안이 되는 사람이 있다. 우리는 타인에 의해 위로를 받는다. 그 형태가 음악과 그림과 책과 같이 다양할 뿐, 사람에 의해 위로를 받는다는 건 변함없다. 그리고 <키리에의 노래>는 한 사람의 목소리로 만들어지는 위로의 노래를 이야기한다.


영화의 쿠키 영상은 과거 오사카를 떠돌 당시 어린 루카에게 노래를 알려준 남자와의 길거리 공연 모습을 보여준다. 남자와 루카의 듀엣이 반복해서 흘러나오고, 동시에 이러한 사운드와 상반되는 키리에의 현재 모습이 보인다. 이때의 키리에는 잇코를 잃고 혼자가 되어 또다시 길거리를 떠도는 모습이다. 그리고 잇코는 키리에를 응원하기 위해 파란 꽃다발을 들고 페스티벌로 향하다 결혼사기로 그녀에게 앙심을 품던 남자에게 칼에 찔려 죽었다.


어느 색과도 섞이지 않는 인위적인 파란색. 그렇기에 이러한 단일 색 블루는 더욱 고독하게 느껴진다. 파란 원피스의 키리에와 파란 가발의 잇코. 어찌하여도 그들은 모두 혼자가 될 것이라 말하는 것 같아서 눈처럼 시리다.

 

*

 

블루 자이언트는 역동적인 연주를 표현하기 위해 3D로 연출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2D와 어색한 3D의 반복이 관객의 몰입을 방해한다. 또한, <키리에의 노래>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디렉터스 컷 버전으로 개봉하여 러닝타임이 178분이었으나 일반판은 두 시간으로 압축되었다. 그 탓인지 내용적 측면과 부자연스럽게 넘어가는 장면들로 인해 다소 산만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혼란스럽게 다가오기도 한다. 이러한 아쉬움이 있음에도 두 영화가 건네는 음악은 나의 가슴을 뜨겁게 하기도 시리게 하기도 했다.


불처럼 뜨거운 파랑 <블루 자이언트>, 눈처럼 시린 파랑 <키리에의 노래>. 두 Blue가 들려준 음악은 여전히 어딘가에 살아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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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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