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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지구가 아니다 - 아이들 [연극]

기후재난시대, 삶에 관하여 우리가 선택해야하는 것은

by 진세민 에디터
2026.05.25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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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돌파구가 5월 21일부터 30일까지 루시 커크우드의 <아이들>(The Children, 연출 전인철)을 5월 21일부터 30일까지 상명아트홀 2관에서 공연한다. 작품은 기후재난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앞으로의 삶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연극 <아이들>은 60대 중반 은퇴한 핵물리학자 헤이즐과 로빈 부부가 함께 사는 해안가의 작은 집을 배경으로 한다. 발전소 사고 이후, 재난의 흔적이 남은 마을에서 두 사람은 전기와 물을 아껴 쓰며 직접 농사로 자급자족한다.

 

그러던 중, 오랜 친구이자 동료였던 로즈가 28년 만에 이들의 집에 찾아오며 연극이 시작한다.

 

 

 

‘아이들’이 등장하지 않는 연극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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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아이들>은 60대 배역인 세 배우의 대화를 통해서만 극이 전개된다. 발전소 사고로 인하여 붕괴한 바깥세상도, 헤이즐과 로빈의 아이들도, 로즈의 미국 생활도, 구체적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오직 배우들의 대사를 통해 드러나며, 관객은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연극은 검은색의 상자 같은 무대 위에서 진행된다. 무대 위에는 검은 소파만이 단출하게 놓여 있다. 일상에 필요한 집기류는 무대 아래에 놓여 있어, 필요할 때면 배우가 직접 가져다 쓰는 형태다. 폐쇄된 무대 공간은 헤이즐과 로빈의 집을 묘사하기에 적확했다. 연극을 보는 두어 시간 동안 관객들은 극장에 갇혀있지 않는가. 외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든, 무대에만 집중하지 않는가. 발전소 사고로 인하여 폐쇄된 시공간을 표현하기에 연극은 적절한 매체였다.

 

극 초반 세 인물의 대화는 평이하게 이어진다. 과거 동료의 근황 이야기, 사는 이야기, 또한 세 사람의 애정 관계가 대화의 중심이 된다. 극초반에도 긴장감은 존재한다. 헤이즐은 발전소 사고가 트라우마로 남아 있으나, 최대한 건강하고 활기차게 노년기를 보내고자 한다. 한편 로즈는 로빈과의 불륜을 지속하기도 하였으며, 결혼과 아이 없이 자유롭게 세계를 활보했던 인물이다. 헤이즐에게 로즈는 반가운 옛 동료인 동시에 경계해야 할 대상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일상적인 이들의 대화는 팽팽한 긴장감 위에 놓아져 있다.

 

연극 <아이들>에서 아이들은 직접 등장하지 않는다. 연극에서 말하고자 하는 아이들은 헤이즐과 로빈의 자식에 한정된 것이 아닌, 개념으로서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또한 연극은 분명히 책임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 즉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은 미래에 있는 것이 아닌 지금 연극을 둘러싸고 있는 지금의 우리에게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지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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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가 망할 것을 확신할 수 있을 때 인간은 무엇을 할까.

 

2019년은 한국에서 기후 위기가 본격적인 사회문제로 부상했던 연도였다. 2019년 9월에는 대규모 기후 행동이 전국에서 벌어지기도 했다. 이전까지 이상기온, 혹은 녹아내리는 빙하 위 북극곰과 같이 피상적으로 다루어졌던 기후 문제가 우리 삶에 밀접하게 관계있음을 많은 이들이 체감하게 되었다. 폭우와 춥지 않은 겨울, 반지하에서 침수로 사망한 사람의 이야기, 해외 산불 소식 등, 기후가 예전 같지 않다는 증상은 곳곳에서 확인된다.

 

그리고 7년이 지났다.

 

여전히 곳곳에서 세계가 망하고 있음을 우리는 체감할 수 있지만, 결론이 정해진 책을 읽는 마음으로 사람들은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을 살고 있다. 즉, 파격적이고 급격한, 기후 위기를 제어할 수 있을 만한 행동은 세계 어디서도 시행되지 않고 있다. 우리는 기후 위기 소식보다는 새로 나온 드라마에 관해 이야기하길 즐기며, 기후 위기로 북극이 녹아 새로운 항로가 개발되었다는 소식을 보고는 관련 주식에 투자한다. 개인을 탓하기는 어렵다. 내가 바꿀 수 없는 거대한 문제 앞에 기력을 쓰기보다, 나를 더 챙기는 것이 현명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개인을 탓할 수는 없다는 말이 모든 일의 방패막이 되어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연극 <아이들>은 아이라는 구체적인 미래를 호명한다. 헤이즐과 로빈, 로즈를 포함한 스무 명의 물리학자가 발전소에 들어간다고 무엇이 바뀔까. 그저 스무 명이 암에 걸리거나 예정된 수명보다 더 빠른 죽음을 맞이하는 것 외에는 달라지는 것이 없을지도 모른다. 인류의 대대적 위기를 전혀 막아내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로즈는 구체적인 얼굴을 떠올린다. 적어도 2,30대의 과학자에게 단 몇 년의 삶이라도 더 줄 수 있지 않겠느냐고 질문한다.

 

연극은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것이 효력 없고, 힘든 선택들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우리들의 선택 몇 가지뿐이다. 개인이 미래를 바꾸기는 어렵지만, 개인의 선택 없이 미래가 바뀔 가능성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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