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 동안의 대학 생활을 돌이켜 보면, 아트인사이트 에디터와 컬쳐리스트로 활동하며, 법률 원고도 작성해 보며, 또 학교에서 들은 전공 수업과 교양 수업과 학보사 기자로서의 활동, 그리고 새내기였을 때부터 기대했던 교생 실습까지. 무엇 하나 행복하지 않았던 순간은 없었던 것 같다.
고3때 공부하기 싫을 때마다 항상 상상하던 대학 생활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학생이 되면 매일같이 동기들과, 선후배들과 놀고 시험기간에는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되는 줄 알았다. 막상 대학생이 되니 시험기간이 아니어도 과제와 학보사 활동, 대외활동으로 인해 학기 초부터 도서관에 발걸음을 돌렸다.
아트인사이트 에디터와 컬쳐리스트로 활동하며 글을 작성할 때가 2학년이 되면서 전공과목을 본격적으로 많이 수강하게 된 시점이었다. 낮에는 전공 수업을 듣고, 공부를 하고, 취재를 하고 새벽엔 기사를 작성하거나, 아트인사이트에 올릴 글을 작성하거나, 과제를 했다. 잠자는 시간을 줄이고, 여가 시간을 줄이면서 아트인사이트 글을 작성하는 건 행복했다. 산책을 하다가 든 생각을 간단히 메모장에 작성하고, 도서관에 들어가 노트북으로 열심히 글을 작성한 적도 많았다. 도파민으로 가득 찬 즐거운 대학 생활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의 성취감을 느끼며 잔잔한 행복으로 물들었던 것 같다.
나의 대학 생활에 ‘만족’하며 살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할 때쯤, 지난해 2학기에 ‘내가 지금 행복하게 살고 있나?’에 대해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수면, 여가 시간을 줄인 것에 익숙한 생활이었지만, 저번 학기엔 그동안 줄였던 시간보다 더 줄여야 하는 상황이 조금은 벅찼다. 무언가 새롭게 시작하는 것에 대한 설렘보다 두려움도 큰 상태였다.
저번 학기부터 학보사 기자가 아닌 편집국장으로 생활하며 내가 작성하는 ‘기사’에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발행될 ‘신문’에 신경 써야만 했다. 누군가 인터뷰가 불발되거나, 취재에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했고, 더 좋은 기사를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가 알고, 기자들에게 알려줘야 했다.
그렇게 학보사에 집중하다 중간고사 기간이 다가오고, 정신없이 시험을 치르면 교생실습이 시작됐다. 새롭게 시작하는 것 중 유일하게 두려움보다 설렘이 크게 다가온 것이었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교사라는 직업이 좋은 직업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순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처음으로 학생들 앞에서 진행하는 수업에 대한 설계는 그동안 매주 써 왔던 수업 설계안 과제보다도 더 정교하고 학생들을 고려하며 진행해야 했고,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며 수업 직전까지도 수정이 이어졌다.
교생실습 기간에도 계속된 학보사 활동이었지만, 교생실습 기간이 끝나고 나서는 학보사 활동에 더불어 전공 프로젝트 과제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였다. 그동안 진행했던 과제와는 또 색다르게 힘들었고, 매주 과제에 대한 피드백을 받으며 다른 수강생들과 다르게 정체돼 있는 내 모습이 한심하기도 했다.
그동안 시작하기 전에는 다 벅차 보이는 업무였어도 결국엔 만족할 정도의 결과물을 도출했지만, 저번 학기에는 업무를 다 해내는 것조차 힘들었다. 다양한 주제의 잡념으로 뒤덮여 있던 나의 일상은 이제 가지각색 업무에 대한 잡념으로만 채워져 있었다. 업무를 다 하지 못 하거나,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물을 보면서 능력의 한계를 깨달은 순간도 많았다. 결국엔 지금 행복하게 생활하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는데, 이상하게도 ‘불행하다’는 결론을 내리진 않았다.
힘들고 벅찬 건 분명했다. 그러나 그것이 ‘하기 싫다’는 생각으로 이어진 적은 없었다. ‘잘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과제하기 싫다”라고 동기들 앞에서 몇 번을 말했지만, 결국엔 잘 하지 못하는 내 모습을 탓하는 것이었다. 힘들고, 벅찬 게 불행하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는 아니었다.
잘 하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벅차다고 느낀 순간에 전부 포기할 것들이었다. 걱정을 하는 것조차도 잘 해내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하루하루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해 왔기에 주어지는 걱정과 불안이었다. 학기가 끝나고 나서야 걱정, 불안, 두려움은 당연한 것이었다는 것을. 행복한 삶 속에서도 걱정, 불안, 두려움은 있기 마련이라는 것을 알았다.
2025년에는 더 바쁜 나날을 보내야 한다. 이제 1학년 때부터 걱정하던 임용 고시를 준비하는 고시생이 됐고, 1학기에는 학보사 편집국장과 병행해야 하며, 또 다시 가게 될 교생실습도 해내야 한다.
내가 상상하던 고시생은 적어도 행복과는 거리가 먼 이미지였다. 고시생이 행복하겠다는 것은 공부를 하지 않겠다는 것 아닌가 라고도 생각했다. 당장 재수할 때만 돌이켜 봐도 울적해지는데, 고시생은 더 하면 더 했지 덜 하진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 나는 행복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러니 잘 해내고 싶은 마음으로, 하루하루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기를 바란다.
교생실습때 오전 7시에 출근할 때 찍은 하늘.
교생실습 마지막 날에 이제 고3이 되는 우리 반 아이들에게 “좌절하는 순간이 오더라도 그 순간조차 목표로 도달하는 과정이니까 하루하루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어”라고 말했다. 신기하게도 내가 한 말이 부메랑처럼 돌아오게 됐다. 나도 항상 마음속으로 새기며 살아가기를. 행복한 고시생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