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 드라마의 단점은 러닝타임이 짧다는 것 [드라마/예능]

그리고 러닝타임이 짧다는 게 장점인, <더 베어>
글 입력 2023.01.23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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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파인 다이닝 주방에서 당한 가스라이팅으로 몽유병에 불안증, 트라우마까지 얻은 주인공 카르멘은 친형 마이클까지 잃는다. 속은 계속 곪아가지만 자신의 상태에 대해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고 형이 생전의 모든 것을 바쳤던 시카고의 음식점 ‘오리지널 비프 오브 시카고랜드’를 살리는 데 몰두한다.


처음에는 뉴욕 파인 다이닝 주방 출신 최고의 셰프가 답도 없는 음식점을 다시 살리는 과정을 담은 진지한 드라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등장인물들이 다들 나사 하나씩 빠져있는 걸 보고 코미디에 가까운 드라마인 걸 알게 됐다. 마냥 코미디 장르라고 하기에는 이게 개그 포인트가 맞나 싶은 애매한 부분이 꽤 있었지만.


1화부터 가게를 살리기 위해 게임 토너먼트 참가자를 모집하여 손님을 끌어들이는데 그 게임 이름이 ‘거시기 브레이커’인 것부터 이 드라마가 정통 드라마 장르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여기에 가게 앞에 모인 참가자들이 과격해지자 냅다 하늘을 향에 총을 쏴서 과열된 분위기를 가라앉히는 리치를 보고 이 드라마 좀 골 때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과 동업자였던 리치는 카르멘이 가게를 운영하는 방식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고 온갖 방법으로 태클을 걸지만 죽은 친구의 동생이어서인지 억지로 쫓아낸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카르멘은 그런 리치와 매번 갈등을 빚고, 셰프들 월급도 챙겨줄 수 없을 정도로 돈에 쪼들리는 상황에 형이 생전에 빌린 말도 안 되는 액수의 빚의 존재까지 알게 되지만 사랑하는 형의 모든 것인 가게를 포기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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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마이클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궁금했지만 구체적인 정보는 나오지 않길래 히치콕의 <레베카>처럼 이름만 언급되는 걸까하는 찰나에 마이클이 나왔다. 마이클이 살아 있을 때 함께 요리를 하며 화기애애하게 웃고 떠드는 카르멘과 리치의 모습은 지금은 볼 수 없는 모습이라 마이클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느끼게 해줬다.

 

떡 진 머리에 퀭한 삼백안, 팔뚝 여기저기에 새겨진 문신이 캐릭터와 이렇게 잘 어울릴 수 있을까. 거꾸로 새겨진 숫자 773은 시카고의 지역 코드라는 것까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카르멘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형, 형과 나고 자랐던 시카고에 대한 애착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았다.


입만 열면 재앙인 리치도 처음에는 뭐 저런 놈이 다 있나 싶을 정도로 배배 꼬인 캐릭터처럼 보였는데 이혼에 갑작스럽게 친구까지 잃고 자존감이 바닥을 쳐서 필터링 없이 그냥 생각나는 대로 내뱉는 캐릭터였다. 때가 잔뜩 낀 손톱은 리치도 속이 망가질 대로 망가진 사람이라는 걸 말해줬다. 다 받아주던 티나도 듣다못해 한 소리 할 정도였는데, 네가 여기 말고 갈 데가 있냐는 말에 정곡이 그대로 찔린 리치가 가게 옆을 서성일 때는 짠하기까지 했다.


<더 베어>는 한 편당 러닝타임이 30분 정도 되는데 초반에는 정신없이 휘몰아쳐서 한 편만 봐도 기가 쪽 빠지는 느낌에 러닝타임이 짧은 게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가면서 카르멘과 마이클, 리치의 관계, 앞으로 '더 비프'는 어떻게 될 것인가 등 아직 풀리지 않은 것들이 많은데 벌써 마지막 화를 앞두고 있는 걸 알았을 때는 러닝타임이 길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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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7화 같은 난장판 상황을 다루는 회차는 러닝타임이 짧다는 게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시드니의 실수로 주문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밀려드는 상황에서 셰프들은 자신의 몫만이라도 제대로 해내야만 한다. 그런데 시드니와 리치의 갈등은 정점을 찍는다. 이 와중에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도넛을 만드는데 심취해 있는 마커스는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과 상황 속에서 제일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카르멘이 자신의 도넛에 칭찬은커녕 윽박을 질렀다고 그 바쁜 상황에 다 집어던지고 말도 없이 주방을 나가버린다. 다른 캐릭터들은 행동이 다 이해가 되는데 마커스의 행동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더 베어>는 딱히 교훈적이거나 감동적인 메시지가 담긴 드라마는 아니다. 하지만 평범한 드라마라는 건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카르멘 역의 제레미 앨런 화이트는 이번 골든 글러브 TV 시리즈 뮤지컬 코미디 부문에서 수상했다. <더 베어>의 모든 회차에서 연기가 눈에 띄었지만 수상을 확정 지은 건 아마 7화 때문 아닐까.

 

예민의 극치를 찍은 헤드 셰프 연기는 살벌하다는 말이 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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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화에서 가게 이름 ‘더 비프’를 패밀리 네임 베르자토를 변형한 별명인 베어에서 따와 ‘더 베어’로 바꾸고 새롭게 단장할 것이라 예고하며 시즌 1이 끝난다. 딱히 메시지가 있는 드라마는 아니지만 강한 흡입력에 순식간에 마지막 화까지 보게 됐다.

 

곧 시즌 2 촬영이 시작된다고 하던데 시즌 1의 개성과 연출이 그대로 이어지길 바란다.

 


[신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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