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12개국 40도시, 나의 2022 유럽 기행 여행 결산 (2) 음식편 [여행]

글 입력 2023.01.16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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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반년을 지내고 돌아왔다. 몇 kg의 살과 함께. 돌이켜 생각해 보니 살이 찔 수밖에 없었다. 온 나라의 산해진미를 다 뱃속에 넣어 왔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여행을 돌이켜 볼 때 '음식'이라는 키워드가 상당수를 차지했다.


'가장 맛있던 음식'을 하나 고르기 어려웠다. 맛있던 식사도 떠오르는데 술 이야기를 안 하기에는 아쉽고, 간식 이야기는 빼놓을 수가 없고. 그래서 세 개 다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유럽의 산해진미 중 기억에 남는 것들을 다루어 볼 예정이다.

 

유럽에 가면 꼭 먹어야 할 음식들, 유럽에 다시 간다면 먹고 싶은 음식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부제: 이혜린이 살찐 이유)

 

 


가장 맛있던 식사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은 소시지와 슈바인스학세일 것이다.

 

슈바인스학세(슈바인학센이라고도 알려져 있다)는 돼지의 정강이 부분을 삶은 후 구워내는 요리로, 간단하게 튀긴 족발과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다뤄볼 음식은 동일한 부위를 굽지 않고 삶기만 한 요리, '아이스바인'이다.


이 요리를 먹은 건 바로 6월 베를린에서였다. 베를린에서 어떤 요리를 먹어야 할까, 식당을 신중히 고민하던 나와 내 여행 메이트 M. 처음으로 슈바인스학세를 먹어볼까 고민하던 중 M이 아이스바인이라는 요리가 있다고 말해 주었다. 그래서 이 음식을 도전해 보기로 한다. 슈바인스학세는 내가 머무르던 지역에도 있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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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른 정보 없이 시킨 음식은 엄청난 비주얼을 자랑했다. 통으로 나온 커다란 돼지다리는 감탄이 절로 나오게 했다.

 

기대를 안고 고기를 썰어 맛을 보았다. 야들야들한 껍데기, 부드럽고 촉촉한 살코기. 역시 맛있을 수밖에 없었다. 고기를 먹은 직후 먹어 본 사우어크라우트, 절인 양배추는 묘하게 익숙하게 느껴졌다.

 

M과 한참 그 맛을 고민하다 알아냈다. 바로, 한국의 묵은지가 생각나는 맛! 정리해 보자면, 아이스바인은 독일 스타일의 묵은지 돼지수육 같다.


독일에서 먹었던 최고의 음식이자, 여행 중 먹었던 가장 맛있던 음식이었다. 한국 음식이 그리웠기에 한국의 맛을 떠올리는 아이스바인이 더욱 맛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술



쓴맛을 좋아하지 않기에 술을 좋아하지 않는다. 소주는 물론 맥주도 거의 마시지 않는다.

 

그래도 가끔 마시는 주종이 있다면 막걸리와 화이트 와인과 같은 달달한 술. 술을 거의 마시지 않지만, 역시나 유럽에 왔으니 유명한 술은 최대한 마시고 가야겠다는 마음에 다양한 술을 시도했다.


가장 맛있던 술은 프라하의 양조장에서 마셨던 IPA 맥주이다. 쓴맛 하나 없이 상큼했던, 마셔본 맥주 중 가장 맛있던 맥주였다. 프라하에 다시 간다면 이곳을 꼭 다시 방문하겠다 마음먹었으니, 상당히 인상 깊은 기억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술은 '페더바이써'라 불리는 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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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더바이써는 갓 수확한 포도로 만든 일종의 햇와인이다. 늦여름부터 초가을까지만 판매되는 술로 귀국 직전에 팔기 시작한다는 소문을 들어 꼭 먹어 봐야지 생각했지만, 판매하는 곳을 찾을 수 없었다.

 

돌아가기 전에 못 먹는가 보다 생각하고 마음을 접었던 찰나, 귀국 전날 짐을 부치기 위해 들린 프랑크푸르트의 공항의 편의점에서 우연히 와인을 마주했고,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 각 1병씩 총 두 병을 구매했다.


기숙사에서 마셔야겠다 다짐했으나 돌아가는 길에 와인이 새기 시작했고 어쩔 수 없이 기차역과 기차에서 와인을 마시기 시작했다. 사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묘사하자면 병나발을 불었다. 1리터짜리 와인을 말이다.

 

기숙사로 와서는 친구들이 이미 모두 출국했거나 여행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혼자 와인을 마셨다. 출국 바로 전날이라 기숙사에 생수도, 정수기도 없어 비행기를 타기 직전까지 와인을 물처럼 마셨다.


24시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약 1.5L 가량을 마신 페더바이써는 쓴맛 하나 없이 아주 단 포도맛 그 자체였다. 가기 직전까지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며 아득바득 물 대신 술을 마시던 상황이 아직까지 생생하다.

 

기차역에서 병나발 부는 여자라니, 술이 줄줄 흘러 방도가 없었기 때문이지만 기억에 남을 수밖에.

 

 


가장 생각나는 간식



요즘 참 생각나는 간식이 있다. 바로 에그타르트. 정확히는 '나타'이다. 잠깐의 생각만으로 벌써 군침이 돈다.

 

나타, 포르투갈식 에그타르트는 예로니모 수도원의 수녀들이 수도복을 빳빳하게 만들기 위해 달걀 흰자를 사용하고 남은 달걀노른자를 처리하기 위해 만든 레시피로 탄생했다. 홍콩식 에그타르트는 쿠키 같은 파이지를 가지고 있지만 나타는 페이스트리에 가까운 파이지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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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에 가서 나타를 최대한 많이 먹고 오기로 마음먹었고 길을 걷다가 나타가 보일 때마다 사 먹었다. 리스본, 포르투에서 먹은 모든 나타가 맛있었다. 4일간 스무 개는 먹지 않았나 싶은데, 그중 가장 맛있던 건 벨렝 지구에 위치한 'Pasteis de Belem'의 나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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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테이스 드 벨렝'은 처음으로 나타를 판매한 베이커리로 알려져있다. 포르투갈에서 먹은 모든 나타가 상향평준화되어 맛있었는데 원조는 원조인지, 이곳의 나타는 차원이 달랐다.

 

파이지는 한 겹 한 겹 아주 얇고 바삭했다. 깨물면 파사삭 소리가 나는 파이지는 한 겹이 떨어지는 게 아까울 정도로 맛있었다. 파이지의 바삭함과 고소함을 음미하다 보면 커스터드 필링이 따끈하게 입에 들어온다.

 

갓 만들었음이 그대로 느껴지는 필링은 적당한 당도와 촉촉함으로 입안을 감돈다. 매장에서 먹고 포장을 따로 하지는 않았는데, 다른 어떤 매장의 나타도 이곳보다 맛있지는 않아 아쉬움도 느꼈다.


리스본과 포르투에 머물렀던 4일 내내 나타를 먹었다. 한국에 와서도 에그타르트를 먹었지만, 그 맛을 재현하는 곳은 찾을 수 없었다. 나중에 포르투갈에 다시 돌아간다면, 그때도 꼭 에그타르트를 먹을 것이다.

 

*


언제부터 음식에 이렇게 진심이었는지 모르겠다. 글만 썼는데도 미소가 지어지니 말이다. 다음은 이제야 웃으며 말할 수 있는, 여행 당시의 고난들을 정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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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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