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미지의 소재를 다룬 소설들, 글리프 6호 - 김초엽 [도서]

글 입력 2023.01.03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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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을 검색해 보면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소개가 “한국 SF 문학의 새로운 지평”, “국내 SF 사상 가장 많은 판매”와 같은 문장들이고, 젊은 작가로서의 김초엽 현상을 설명할 때도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이 “SF 열풍”이나 SF를 일반 독자들에게 소개하는”과 같은 문구다.

 

김초엽의 등장 이후 SF라는 말은 그에게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 〈혐오 끝의 온실, 김초엽의 소설들〉 중에서

 

 

작가 김초엽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계기는 ‘국내 SF 소재 소설’ ‘낯선 세계’ ‘우주’ 등 일반적이지 않고 실험적인 소재들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되었다. 나는 내게 없는 상상력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볼 때면 부럽다. 항상 새로운 소재에 대한 생각은 많지만 글로 표현하는 것은 어렵다.

 

내 머릿속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타협적이니까. 그래도 조금은 뭉쳐있던 감각을 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어린이 문학 서적을 여러 권 읽으며 내게 없는 상상력 확장 공부를 할 수 있었다.


김초엽 작가를 검색해 보면 “한국 SF 문학의 새로운 지평”이라고 나오지만 그녀가 쓴 글은 비단 SF만 다루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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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의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의 여섯 번째 이야기 관내분실은 도서관에서 없어진 책은 쉽게 찾을 수 없다는 ‘관내분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가까운 미래에 일어나는 이야기를 구성했다.

 

작가가 그린 미래에는 죽기 전 사람들의 뇌를 스캔해 영혼을 만들 수 있다. 실제 죽었던 사람들의 뇌를 스캔하는 것이기 때문에 영상 속에선 망자들이 살아나 산 것과 다를 바 없이 얘기도 나눌 수 있다. 추모공원이나 납골당이 아닌 마인드들이 저장된 도서관에서는 망자로 인해 안타깝고 슬퍼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있다. 우리는 죽음이 다시 보지 못하는 것이기에 슬퍼한다.

 

우리가 종교를 믿는다거나,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죽음을 ‘좋은 곳으로 떠났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언젠가 다시 조우하게 될 희망을 만들고자 함이다. 작가의 상상력 속에 미래는 우리가 다시 만나고 싶을 때, 얘기하고 싶을 때 비슷한 형상을 한 입체들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다소 위로가 되는 아이디어였다.

 

소설 속 미래에는 생전의 우리 엄마와 비슷하게 말하고 비슷하게 행동하는 똑같이 생긴 캐릭터를 만날 수 있다. 물론 그것은 우리 엄마가 아니고 엄마가 남긴 뇌의 한 부분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이라도 사랑하던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하던 사람들에겐 이만큼 인간에게 행복을 주는 과학적 발전도 없을 것이다.

 

이 밖에도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의 마지막 단편을 장식한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엔 실패한 여성 우주인인 '재경 이모'가 소수자인 여성의 현재를 이야기한다.


정상성을 벗어난 사람들의 얘기, 비틀린 사회 속 개인은 세계에 어떻게 맞서는가란 문제가 소설을 관통해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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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간결하면서도 아름다운 미래의 발전된 사회 이야기를 읽으면서 깨달았던 것은 소설집에 등장하는 우주비행사 등의 주인공 직업은 모두 여성으로 이뤄졌다.

 

늘 남자의 직업으로 여겨지던 것들을 자연스럽게 여성으로 표현하며 사회의 변화가 문학에서도 이뤄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재경은 한국인이자 여성 그것도 48세의 출산 경험이 있는 비혼모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세간의 비난을 받아냈고 한편으론 자랑스러운 여성상, 존경하는 여성 인물로 꼽히기도 했다. 비난과 기대를 한몸에 받은 셈이다.

 

재경이 이뤄내지 못한 미션의 준비를 하고 점점 사이보그가 되는 과정을 겪으며 가윤은 재경이 바다로 뛰어든 것은 단순히 압박감 때문에 자살한 것이 아니라고 깨닫게 된다. 인간이 아닌 사이보그가 되며 예행연습으로 심해 잠수를 하는데 그렇게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재경은 아마 우주는 거기서 거기일 것이란 생각을 했을 것이고, 심해를 연구하기 위해 나아간 것이라고 말이다.

 

가윤은 포기하지 않고 우주 저편으로 나아가길 성공했다. 물론 우주는 똑같은 우주였다. 하지만 언젠가 자신의 모델이 되어준 우주 영웅을 만난다면 아주 멋졌다고 말하겠다고 다짐한다.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는 온갖 차별에 대해 맨몸으로 부딪히는 재경이 등장한다. 물론 그녀는 시간을 거듭하며 강철과 같은 사이보그가 되지만.


글리프 6호는 작가 김초엽의 소설들 속에 나온 상상력과 세계관, 키워드 등을 목차를 두어 섹션별 아카이빙 작업을 해 잘 정리해두었다. 때문에 책을 읽지 않은 독자들이라도 그녀의 데뷔작부터 한 권씩 읽어보면 도움이 될 듯한다.


마지막(끝)으로 김초엽 작가가 말하는 과학과 문학에 대한 생각을 보며 그녀의 세계관에 대해 좀 더 이해해 보길 바란다.

 

 

“차가운 우주는 유토피아를 허용하지 않는다. 냉혹한 물리법칙도, 인간의 진부한 규칙들도 이 우주에 유토피아를 위한 자리를 남겨두지 않는다. 그곳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영원히 그리운 세계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차가운 우주의 유토피아를, 그곳으로 가는 길을 상상한다.

 

어쩌면 그 모순에 맞서며 다른 세계로 가는 길을 상상하는 것이, 소설의 일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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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아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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