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지취 있는 삶을 택해도 좋다 [영화]

글 입력 2022.11.26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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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없어도 생각과 취향은 있어"

 

"난 갈 데가 없는 게 아니라 여행 중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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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가 지켜낸 것들



미소는 가사도우미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많지 않은 돈이지만, 자신의 취향을 향유하는 생활을 이어 나가고 있었다.

 

새해를 맞이하자 담뱃값은 인상했다. 미소는 자신이 평소에 피던 담배를 구매하기 망설였다. 결국 더 저렴한 담배로 구매하게 된다. 가계부를 정리하며 고민하던 미소는 집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거주할 곳이 없는 신세가 된 미소는 대학생 때 동아리 활동을 함께 했던 친구들 집으로 찾아간다. 여러 집에 머무르며 가사도우미 일을 하니 돈은 조금씩 쌓이게 되었다. 그렇게 미소는 자신이 원래 피던 담배를 다시 구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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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지망생 남자친구 ‘한솔’과의 관계도 지켜냈다.


집이 없는 미소가 친구들 집에 찾아가게 되었고, 심지어 친한 남자 후배 집에 머물렀다는 사실을 듣고 한솔은 자책했다. 자신은 아직 학자금 대출도 못 갚은 신세에 미소를 도와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돈 많고 능력 있었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라고 미소에게 말을 건넸다. 하지만 미소는 괜찮다고 한다. 너와 헌혈하며 영화 티켓 얻는 것도 재밌고, 어떤 일을 함께 하는 자체가 즐겁다고 답한다.

 

위스키 또한 포기 못한 채, 늘 바에 가서 마셨다. 가사도우미 일을 잃게 된 후, 위스키 값은 올랐지만 미소는 괜찮다며 원래 마시던 걸 시켰다.

 

불안정한 생활을 이어 나감에도 불구하고 미소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취향을 지켜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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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을 포기한 채 살아가는 친구들



미소는 대학 시절 음악 동아리를 같이 했던 친구들 한 명씩 찾아가 신세를 지내게 된다. 여전히 취향을 지속하며 살아가고 있는 미소지만 친구들은 현실의 삶에 순응하며 살아가고 있다. 포도당 수액을 준비하며 회사에 근무하는 문영, 매일 가족들의 식사를 준비해야 하는 현정, 이자 높은 담보대출에 마주한 대용, 아직 장가가지 못해 부모님 집에 얹혀사는 록이, 돈 걱정 없이 살지만 육아의 고난을 느끼며 사는 정미까지. 이들은 좋아하는 것을 포기했지만 행복이라는 단어에 걸맞지 않은 삶을 사는 거같이 보였다.

 

남자친구 한솔까지 웹툰 작가를 그만둔다. 남들과 같은 삶을 살아보고 싶다고 하며 사우디로 떠난다. 심지어 자신은 늘 떨어지기만 해봤는데 뽑혀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소는 배신자라고 말한다.

 

아직도 담배를 피우는지 물어보는 친구들, 그들에게는 과거일 뿐이다. 오히려 집이 없으면 담배를 끊고 살겠다는 이야기를 꺼낸다. 미소가 한심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소를 보며 행복한 척이라도 할 걸 그랬다는 마음을 내 비췄다. 친구들을 찾아갈 때 늘 계란 한판과 웃음을 지니며 찾아갔다. 그러나 그들의 힘든 모습을 마주하며 반찬을 만들어 놓거나, 이야기 동무가 되어주는 등 도움을 주고 떠났다.

 

미소는 그전에도 사기당한 친구를 도와주기도 했었고, 좁은 자신의 집에 누군가 자고 가도 아무렇지 않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과 같이 과거에도 기꺼이 남을 도와주고 이해해 줬기에 친구들도 집이 없는 미소를 맞이해줬던 거 같다.

 

 

 

취향이 밥 먹여 주나요



‘소공녀’ 영화를 처음 접했을 때 나는 미소를 이해하지 못했다. 오히려 친구들 입장에 가까웠다. 남의 집에 머무는 게 실례가 아닌가? 나였으면 정신 차리고 빨리 방을 구했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영화를 이해하지 못한 채 본 기억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훌쩍 지난 뒤, 다시 찾게 되었다. 미소의 모습과 내가 겹쳐 보였기 때문에 이제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의 우리는 좋아하는 걸 지키지 못하고 차가운 현실을 바라봐야 한다는 압박감을 가지고 있다. 그래야 사회가 원하는 모습이 될 것이기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좋아하는 게 무수히 많았다. 한 번 빠지면 다른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푹 빠졌다. 오죽했으면 엄마가 그것들이 너 밥 먹여주는지 물어볼 정도였으니.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두려움에 휩싸였다. 주변 사람들은 오랫동안 좋아해왔던 것을 포기하며 사회에 맞는 일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나 또한 그래야 할 것만 같았다.

 

집안에서도 안정감 있는 일을 택하라고 권유했다. 언젠가부터 나이를 먹을 때마다 해야 할 일이 정해진 기분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했던 것들을 따라가고 이루고 사는 삶이 버거워 보일 때가 있었다. 그런 나를 철없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단정했다.

 

그래서 빨리 무언가를 이뤄야 하고, 노력의 성과를 보여주고 싶었기에 마음이 급했다. 하지만 오히려 독이 되어 나의 자아를 잃어갔었다. 결국 나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도대체 내가 좋아하는 건 무엇이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 거지?


좋아하는 것들을 간직한 채 살아가고 싶다. 나의 허기짐을 채워주는 존재들이기 때문에

 

그 누구에게도 하지 못 한 말이었다. 미소의 친구들이 했던 생각처럼, 다른 사람도 나를 이렇게 생각할까 싶어 마음 속에 묻어뒀다. 말 할 용기도 없는 내가 지켜낼 수 있을까.

미소가 대단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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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위스키 같은 존재는 무엇일까 


 

미소에겐 위스키라면, 당신에게 소중한 것들은 무엇인가. 취미 부자라고 불릴 만큼 나는 좋아하는 것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미소같이 불안정한 상황에 처해있어도 그것들을 계속해서 즐길 수 있을지 고민해 보았다.

 

나는 삶의 늪을 맛볼지라도 이어나가고 싶었다. 클래식 공연장에서 감동을 받아 뜨거운 박수를 치고 싶고, 좋아하는 노래를 재생하며 홀로 공원에 앉아 책을 읽고 싶고, 새로운 작가의 미술 작품을 만나면 영감을 얻게 되는 등 이러한 삶은 나에게 행복이다.

 

언제나 즐길 수 있는 것들이지 않나 생각하겠지만, 진정으로 좋아하는 마음의 촛불이 꺼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어떻게 보면 나는 이 순수함을 지켜내고 싶은 것 같다.

 

어떤 삶을 선택해도 힘들지만, 우리는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질문을 던진다.

 

답은 정해져 있지 않다. 만약 내가 좋아하는 걸 포기하고 살아도 그것들은 마음 한편에 계속 빛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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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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