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밀도 높은 로맨스 판타지 - 아웃랜더

글 입력 2022.10.07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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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보기에, 그곳은 사람이 실종될 만한 데가 아니었다.’


‘아웃랜더 시리즈’는 이 문장으로 시작된다. 고백하자면, 이 문장을 읽을 때만 해도 아웃랜더 시리즈의 규모나 인기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 알고 보니 1991년에 첫 번째 책이 출간된 이후 181개국 38개 언어로 출간되고 드라마로도 만들어졌으며, 최근까지도 새로운 책이 출간되고 있는 엄청난 인기작이었다. 책을 읽으며 아웃랜더 시리즈가 어떻게 많은 사람들을 사로잡았는지 생각해보았다.

 

 

 

로맨스 판타지의 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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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아웃랜더』를 로맨스 판타지 장르로 분류한다. 로맨스 이야기에 판타지 요소를 더한 로맨스 판타지는 오늘날 매우 대중적인 장르로 자리 잡았다. 특히 웹소설 독자, 그중에서도 여성 독자들에게 많은 인기를 끄는 장르다. 로맨스 판타지에 차용되는 판타지 요소는 주로 시간 이동, 차원 이동, 영혼 이동과 같이 주인공을 ‘지금 여기’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지금 이곳의 삶은 사랑의 방해 요소지만 낯선 곳의 환경은 사랑을 싹트게 하는 매개체다. 사람들이 여행지에서의 사랑을 꿈꾸는 이유기도 하다.


『아웃랜더』의 펼쳐지는 로맨스는 이렇듯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로맨스 판타지의 공식을 따른다. 클레어 역시 유적지를 구경하다가 알 수 없는 이유로 200년 전으로 타임슬립을 하게 되고, 거기서 만난 남자 제이미와 사랑에 빠지기 때문이다. 로맨스 판타지에서 또 빼놓을 수 없는 클리셰가 있으니, 바로 정략결혼이다. 작중 어쩔 수 없이 낯선 곳의 남성과 정략결혼을 하게 된 여자 주인공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마음을 열게 된다는 전개는 이미 익숙하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가 많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 서로에게 완전히 낯선 존재이던 클레어와 제이미가 온갖 갈등과 위험을 함께 겪으며 서로를 알아가고 결국 서로를 ‘인생의 사랑’으로 여기게 되는 과정은 예상 가능하면서도 재미있다.


로맨스 판타지라고 가볍고 유치할 거라는 생각은 편견이다. 웹에서 먼저 연재되고 종이책으로 출판된 게 아니라 처음부터 종이책이었기에, 장르는 로맨스 판타지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로맨스 판타지 웹소설의 분위기와는 다른 부분이 많다. 인물 설정 및 배경 묘사가 매우 현실적이고 입체적이다. 시간을 들여 보다 무겁고 밀도 높은 로맨스 판타지를 읽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흥미를 더하는 역사소설의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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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아웃랜더' 포스터

 

 

『아웃랜더』는 역사소설의 성격도 띤다. 20세기 사람인 클레어가 타임슬립한 시대는 1700년대의 스코틀랜드. 당시 스코틀랜드인들은 스코틀랜드가 잉글랜드에 합병된 이후 자주권을 되찾기 위해 싸우고 있었다. 이미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에 허구의 이야기를 끼얹으면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탄탄한 세계관이 완성된다. 『아웃랜더』의 독특한 세계관은 영국 역사가 익숙한 독자들에게는 흥미로운 요소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고려시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수많은 이야기가 꾸준히 만들어지고 많은 사랑을 받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타임슬립 요소는 스릴러나 판타지에 등장해도 매력적이지만 역사소설과 결합하면 또 다양한 재미를 준다. 20세기 사람인 클레어는 이미 역사가 어떻게 될지 알고 있는 상태다. 고정된 역사에 현대인인 클레어가 개입한다면 역사가 바뀔까. 역사의 흐름 속에서 클레어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가 이미 클레어가 개입한 결과는 아닌가. 다양한 가정을 해보며 앞으로의 이야기 전개를 상상해볼 수 있다. 실제 역사와 비교하며 읽어보는 것도 좋다.

 

 

 

클레어라는 매력적인 여성 인물의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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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랜더 시리즈의 또 다른 특징은 이 책의 주인공인 클레어가 2차 세계대전에서 종군 간호사로 일한 여성이라는 점이다. 여성의 사회 참여가 지금보다 활발하지 않던 시절 클레어는 여성 지식인으로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간다. 전쟁이 끝나고 남편과 함께하는 안정된 삶이 있는 20세기보다 예측 불가능한 위험이 도사리는 18세기에 있기를 택한다. 위기에 처할 때마다 기지를 발휘해 적극적으로 상황을 바꿔가는 클레어를 보면 그가 이 방대한 이야기 속에서 어떤 삶을 살게 될지 궁금해진다.


시리즈 중 첫 번째 책인 『아웃랜더』가 출간된 것은 1990년대 초인데 시리즈 속 ‘현재’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라는 것도 클레어라는 인물의 일생을 다루기 위해서 한 선택이 아닐까 싶다. 9부 중 1부에 해당하는 『아웃랜더』는 클레어가 처음 타임슬립을 경험하고 제이미를 만나게 되는 초반부 이야기에 해당된다.

 

이어지는 책에서는 클레어의 출산과 자식 세대의 이야기까지 나온다고 하니,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실제로 그 시대를 살았을 것만 같은 클레어 프레이저라는 인물을 만나게 되는 셈이다. 젋은 시절부터 나이가 든 모습까지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는 클레어는 독자를 이야기에 쉽게 몰입시킨다. 실제로 많은 드라마 애청자들이 아웃랜더 시리즈를 좋아하는 이유로 클레어라는 인물의 매력을 꼽는다.

 

*

 

아웃랜더 시리즈의 작가인 다이애나 개벌돈은 누구든 자신의 소설을 한번 읽기 시작하면 내려놓을 수 없을 거라 자신했다고 한다. 긴 분량 속에서도 쉴 틈 없이 벌어지는 사건과 그 사건을 헤쳐나가는 사람들, 그들 사이의 로맨스와 갈등을 읽으며 작가의 자부심이 어디서 나오는지 알 수 있었다. 짧은 호흡의 이야기가 사랑받는 요즘, 오랜만에 긴 호흡을 가진 이야기에 빠져 보고 싶다면, 아웃랜더 시리즈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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