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별의 군집처럼 빛나는 작품들, 미리내 세계 속으로 - 서울인디애니페스트2022

언젠가 다다를 그 환상적인 세계를 위해
글 입력 2022.10.06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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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_서울인디애니페스트2022_최종.jpg

 

 

사실 이번 ‘서울인디애니페스트’라는 명칭을 처음 들었을 때 느껴지는 첫 감정은 ‘거리감’이었는데 그것은 이번 페스트를 관람하게 되는 계기로 이어졌다. 일종의 도전의식 같은 거였다. 애니메이션도, 인디도 내게 가까운 장르는 아니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무지했던 장르에 대해 도전해볼 오기가 생겼던 것이었다.

 

사실 조금 충격적이기도 했다.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영화 할인 혜택을 전부 사용할 정도로 영화관 방문이 잦았으면서도 이러한 장르의 페스티벌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도 몰랐던 나 자신을 되돌아 보게 되었다.


이번 서울인디애니페스트는 18회를 맞이했다고 한다. 희망과 꿈, 혹은 사회가 흘러가는 방향에 대한 경고와 걱정, 또는 우리 일상에 스며든 가치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수많은 창작자들의 작품들을 볼 수 있었는데, 이번 회차의 트레일러 이미지처럼 관람을 하면서 빛나는 별의 군집 같은 작품들을 따라 환상적인 세계를 여행하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마 그 세계는 창작자들이 오랜 시간 쌓아온 미래이자 그들이 도달하고자 하는 또다른 차원의 세계일 것이다.


영화제는 시간마다 다양한 작품들로 구성된 시간표에 따라 진행되었는데, 그 중 창작자로서의 여행에 첫 발을 내딘 작가들의 7개의 단편작으로 구성된 <독립보행1>과 ‘사랑과 감정, 가족간에 공유하는 따스한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옴니버스 형식의 단편들을 모아 구성된 애니메이션 <미리내로1>을 관람하였다. 지금부터는 각 작품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들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독립 보행 1: 각각의 찬란한 색이 모여 이루는 무지개 같은 단편들


 

먼저 관람하였던 <독립보행1>은 각양각색의 매력을 지닌 7개의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각각 단편들은 이야기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주제에 따라 다양한 방식을 이용하여 표현하였는데, 애니메이션하면 바로 생각나는 2D 차원의 이미지를 이용하는 작품이 있는가하면 실물 모형을 만들어 스톱모션 방식을 이용하기도 하고, 러프한 느낌의 드로잉을 통해 표현한 작품들도 있었다.

 

덕분에 애니메이션에 대해 막연히 가지고 있었던 내 머릿속의 이미지가 장르에 대한 편견으로 구성되었던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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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애니패스트에서는 투표용지를 통해 인상깊었던 작품에 투표할 수 있었는데, 7가지 단편 중 가장 강렬하게 다가왔던 작품은 안드로이드가 인간의 역할을 대신하는 사회를 다룬 ‘유니크 타임’이었다. 해당 작품은 안드로이드 J-204에게 어느 날 찾아온 오류로 인해 그가 이 세상에 없는 인물의 얼굴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지니게 되고, 점차 인간처럼 인격을 형성해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담담한 평면의 이미지로 표현되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더욱 섬뜩하게 다가왔다. 자신의 오류에 대해 반문하며 일종의 죄책감을 가지던 J-204가 ‘제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고, 점차 스스로에 대한 정체성을 형성해가며 자신의 존재에 애착을 가지게 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과연 인간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제이가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를 향해 “이거 내 몸이야!”라며 소리치며 울부짖는 모습과 결국 리셋 되어 모든 기억을 잃은 후 똑같은 모습을 한 인공지능들 사이에서 짓는 무미건조한 표정의 대비는 이 작품의 메시지를 더욱 강렬하게 각인시킨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기변환]푸른.jpg

 

 

또한 엄마를 애타게 찾는 한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푸른’이라는 작품 또한 인상깊었는데 표현기법과 작품이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의 시너지 효과가 잘 나타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이 전개 되는 내내 이 소녀는 숲에서, 슈퍼 마켓에서, 집에서 엄마를 찾아 헤맨다. 소녀의 시선 끝에서 엄마의 형상은 술래잡기를 하듯이 가까워졌다가도 멀어지곤 했는데, 그러한 움직임이 드로잉의 거친 무빙으로 표현되며 혼란스러운 소녀의 내면을 잘 표현해주었다.


더불어 마지막 장면에서 드디어 소녀가 붙잡은 엄마의 얼굴은 점점 형상을 잡아가며 소녀 자신의 얼굴로 귀결되는데, 이는 엄마에서 딸로 이어져 내려오는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게끔 한다. 어쩌면 소녀 자신 또한 딸 아이를 가진 엄마이고, 선잠에 든 어느 날 자신의 엄마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보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형체 없이 대물림 되는 ‘엄마’라는 이름의 역할은 과연 무엇일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미리내로1: 아이들을 위해 늘 거기에 있을 가정에 대한 따스한 이야기들


 

[크기변환]미리내로.jpg

 

 

<미리내로 1>은 장편 작품이지만, 각각의 챕터에서 옴니버스 형식의 단편적 이야기를 다루었기에 사실상 같은 주제를 관통하는 단편 작품들의 모음에 가까웠다. 작품들을 보는 내내 어린 시절 엄마가 동화책을 읽어주던 장면이 생각날 만큼, 이 작품에서 다루는 이야기들은 아이들에게 공동체의 가치와 따스함을 전달해준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 형제 관계, 좋은 이웃이 되는 것 등 다양한 주제들이 수묵화, 컷아웃, 수채화, 콜라주 등 다양한 애니메이션 스타일을 통해 표현되었는데 여러 장르들이 표현하는 한 가지 주제는 이렇게나 각양각색의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특히나 버스 기사 아저씨가 도와주었던 동물들이 그의 은퇴 날, 숲 속 환상적인 세계에서 축하 파티를 열어준다는 내용의 애니메이션이 인상깊었는데 찬란한 색감과 색체를 이용하여 보기만 해도 따스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형제 관계를 다룬 흥장군과 하장군 이야기도 흥미로웠는데, 처음에는 그저 옛날 옛적 장수들의 이야기인줄로만 알았던 전형적인 이야기가 사실 쌍둥이 형제의 역할 놀이 였다는 귀여운 반전이 숨어 있었다. 이렇듯 미리내로의 작품들은 자극적이지는 않지만 자꾸만 생각나게 만드는 심심한 깨 죽처럼 보기만 해도 따듯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공동체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든다.

 

 

 

컬처리스트 명함 (1).jpg

 

 

[박다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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