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을의 초입에서 [음악]

아주 개인적인 취향을 담은 PLAYLIST
글 입력 2022.09.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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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이다. 우스갯소리로 이야기하는 '처서 매직'이라는 게 정말 있기라도 한 건지, 신기하게도 처서가 지난 후부터 보란 듯이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는 서늘함마저 느껴진다. 아직 긴팔을 준비하지 못해 훤히 드러난 내 양팔을 위아래로 쓰담으면서 어느덧 훌쩍 다가온 가을의 공기를 깊게 들이마셔본다.


서랍 속 깊숙이 넣어두었던 카디건을 꺼내면서 올가을, 나의 플레이리스트를 꽉 잡아줄 노래 4곡을 같이 소개해 보려고 한다.

 

 

가을의 초입에서 듣기 좋은 PLAYLIST

미리보기

 

01. 가을 아침 - 아이유(IU)

02. soso - 랄라스윗 (lalasweet)

03. I Loved You - DAY6 (데이식스)

04. Where are you now - 하현상

 

 

 

01. 가을 아침, 아이유(IU)


 

 

 

이 곡은, 가을이 되면 들어줘야 하는 '국룰'과도 같은 노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른 아침 작은 새들 노랫소리 들려오면

언제나 그랬듯 아쉽게 잠을 깬다

창문 하나 햇살 가득 눈부시게 비쳐오고

서늘한 냉기에 재채기할까 말까

 

가을 아침 내겐 정말 커다란 기쁨이야

가을 아침 내겐 정말 커다란 행복이야

 


가을이 찾아왔음을 가장 먼저 느끼는 순간은, 바로 창문을 열었을 때 두 뺨 위로 느껴지는 아침 공기를 마실 때가 아닌가 싶다. 뭐랄까, 가을이 찾아온 아침 공기는 여느 때와 다르다. 지난밤 꿉꿉한 땀 자국이 짙게 배어있던 베개 커버는 어느새 보송하게 말라 있고, 여름 내내 덮고 있던 모시 이불의 감촉이 거추장스럽지 않고 산뜻하게만 느껴진달까.

 

오전 7시 선공개로 발매된 이 노래는 음원차트 개편으로 약 6시간 동안 차트에 반영이 되지 않는 악조건 속에서도 발매와 동시에 차트 1위를 휩쓸었다.

 

나 역시 이 곡의 발매 당일 아침, 집을 나서며 이 곡을 재생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는 상쾌한 가을바람 속에서, 어제와는 어딘가 달라진 공기를 느끼며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던 발걸음. 매일 같은 날들의 반복이라 여겼던 지루한 일상 속에서 계절의 변화를 체감하는 일은, 내게 하나의 이벤트와도 같았다.

 

정말이지 이 곡과 함께 찾아왔던 가을 아침은 내게 정말 커다란 기쁨이자 행복으로 남아있다.

 

 

 

02. soso, 랄라스윗 (lalasweet)


 

 

 

적당한 하늘과 적당한 구름

오늘은 신발도 적당한 것만 같아

모처럼 먹은 아침도

놓치지 않은 버스를 탄 것도

적당한 행운인 것 같아


 

노래 제목인 soso의 사전적 뜻은 '그저 그런, 평범한.'을 의미한다. 사전 속 예문을 함께 가져오자면, "How are you feeling today?"라고 물을 때, "soso."라고 대답할 수 있다는 거다.

 

그런데 사실 soso라고 대답하기조차 어려운 날들이 너무 많다. 적당하게, 평범하게 살아가기 위해 늘 쉬지 않고 달려야 하는 하루들에 숨이 차오를 때면, 나는 이상하게도 가을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일상 속 온갖 '적당함'에 대해 이야기하던 이 곡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특별한 너를 만나게 된 그 날부터, 문득 모든 게 적당해졌다'라고.

 

적당한 하늘, 적당한 구름. 커다란 나무 벤치 아래 선선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눈을 감고 있으면 왜인지 모든 게 다 괜찮아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이 적당하다,라는 동사가 가장 잘 어울리는 계절 속에서 나는, 굳이 특별한 '너'를 만나지 않더라도 괜찮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는 이 적당한 계절을 사랑한다.

 

 

 

03. I Loved You, DAY6 (데이식스)


 


 

앞서 추천했던 노래들이 가을의 아침과 낮을 이야기한다면, 이 곡의 도입부에 깔리는 풀벌레 소리*는 어스름이 내려앉기 시작하는 가을 저녁, 강가 근처를 산책하는 듯한 느낌을 물씬 풍긴다.


그리고 이 풀벌레 소리와 함께 난 너를 원망한다며 시작하는 첫 소절은, 청자를 단숨에 곡 속으로 끌어당긴다.

 

 

난 너를 원망해

또 너와의 시간을 미워해

너를 잃어버린 난

모든 게 무의미해

 

너무 사랑했으니까 그런 거야

잊고 싶어도 잊지 못하니까

그래서 널 잊고 싶은 거야

 

 

너를 원망하는 이유가 널 미워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기 때문이고, 그런 너를 잊고 싶어도 잊지 못해서, 그래서 널 잊고 싶다는 가사 속 화자의 절절한 마음은 방구석에서 이 노래를 듣고 있는 내 마음 한구석마저 저려오게 만든다. 예상치 못한 가을 칼바람의 습격을 맞은 것처럼 시려온다.

 

이 곡은 매달 6일마다 2곡의 자작곡을 발매했던 [Every DAY6 project (2017)] 중 9월에 공개된 앨범의 타이틀곡으로, 여름과 가을 그 사이의 계절감이 멜로디에 잔뜩 묻어있어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앨범 중 하나다. 팬심을 더해, 해당 앨범의 수록곡인 '남겨둘게'도 추천한다.

 

*이 풀벌레 소리는 컴퓨터로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소리가 아니라, 중랑천에서 멤버들이 직접 녹음한 소리라고 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후로 이 곡을 더 좋아하게 됐다.

 

 

 

04. Where are you now, 하현상


 


 

밤비가 내려서 아직도 우리는 

작은 공원을 빙빙 도네요

아마 기억이 나지 않을런지도 모를

말들을 늘어놓으며

아침이 줬던 작은 위로는

I'm still I'm sill

하루도 멀리 가지 못한 난

I'm here I'm here

 

Where are you now

 

 

적당히 불어오는 상쾌한 가을바람 속에서 행복을 찾던 오후의 나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어둠이 내려온 방 안에서 나는 자주 가을을 타곤 한다.

 

아침에게 빌린 희망은 다시 반품**이라던 어느 노래 가사처럼, 아침과는 다르게 급격히 달라지는 낯선 감정들에 혼란스러워하면서 밤을 지새울 때면, 나는 이 노래를 자주 꺼내어 듣는다.

 

곡 내내 'where are you now'라고 끊임없이 외치는 하현상의 목소리가 이 우울의 늪에서 너뿐만 아니라 '나도 여기 있다'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아 괜스레 위로가 된다. 혹시 나와 같이 가을을 타는 사람이라면 꼭 들어보시길. 풋풋한 청춘의 목소리로 읊조리는 그의 목소리가 어두운 방 속, 꽤 큰 힘이 되어준다.

 

**집에 돌아오는 길, 악동뮤지션 (2017)

 

 

 

백소현.jpg

 

 

[백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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