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피스] 상처로 상처를 안아주는 싱어송라이터, 사비나의 세계 PART 2

싱어송라이터 사비나앤드론즈의 사비나의 세계를 들여다봅니다. PART 2
글 입력 2022.03.2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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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는 볼 수 없었던 세상을,

그들의 시선과 역사를 빌려 완성합니다.

그렇게 그들의 마스터피스를 이해합니다.

 

  

◀ 사비나앤드론즈의 사비나의 세계는 PART 1에서 이어졌습니다.

 

 

 

CHAPTER 3. 우리가 만나고있는 사비나의 공연과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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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OST도 많이 하고 계시죠. 저는 사비나라는 사람이 드라마 OST를 부를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어떻게 OST 작업을 시작하시게 된 걸까요?


아마 다 그랬을 거예요. 홍대 인디씬에서 저를 처음에 뵌 분들은 사비나가 OST를 하게 될 줄 전혀 몰랐을 거예요. 그런데 저도 놀랐어요. 저도 처음에 들어온 OST를 거절하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주변에 같이 음악을 하는 선배님들이 ‘사비나, OST는 꼭 해야 돼. 왜냐하면 사비나는 지금 회사도 없지, 그리고 사비나가 하는 음악은 정말 사비나만의 음악이야. 대중적이지 않은 사비나만의 음악이란 말이야. 대중들한테 사비나의 목소리나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홍보의 수단은 OST야. 그러니까 다른 건 신경 쓰지 말고 할 수 있으면 무조건 해’라고 하시는데, 맞는 말이잖아요. 그래서 처음 OST를 시작했던 것이 이렇게 쭉 이어져온 거죠.



- 사비나님께서는 가사에는 스스로의 이야기가 담겨야 된다고 말씀하셨었어요. 그런데 드라마 OST는 나만의 얘기가 아니라 이 작중에 캐릭터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하고, 스토리를 이야기해야 하죠. 그 차이점이 적응이 안 되거나 힘들진 않으셨나요?


맞아요. 처음에는 가사보다도 사운드가 어려웠어요. 내가 그린 그림이 아니고 다른 사람이 그린 그림이잖아요. 그런데 다행히 OST 첫 곡이 < Glass Bridge >라는 <하백의 신부> OST였는데 굉장히 좋은 곡이었어요. 감독님께서도 제 음악을 많이 레퍼런스로 삼아주셨어요. 음악 감독님이 남혜승 음악 감독님이셨는데, 제 음악을 많이 좋아해주시고 들어주시는 분이에요. 그래서 처음에는 다행히 드라마 OST에 접근이 조금 쉬웠어요.

 

 

 

 

그런데 그다음에 가사가 있는 곡들을 할 때 고민이 많았어요. 꼭 제가 쓰지 않더라도 좋은 가사들은 많아요. 하지만 이걸 어떻게 자기화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하던 때가 있었죠.

 

< 미스터 션샤인 >이라는 드라마의 < My Home >이라는 곡이 있어요. 그 곡을 처음에 주셨을 때, 드라마 시작하기 한참 전의 제작 단계에서 음악 감독님께서 대본을 저한테 보내주시면서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사비나, 이 곡은 이 드라마의 메인이 되는 테마예요. 그래서 정말 잘해 주셔야 돼요 이거는 정말 사비나가 아니면 못해요.”라고요. 그래서 정말 저도 고민을 많이 했어요. 왜냐면 곡이 정말 어려운 곡이에요. 이 노래가 < Greensleeves >라는 제목의 민요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이 곡을 노래로 표현하는 것이 정말 너무 어려운 거예요. 그래서 제가 원래는 원테이크 녹음을 많이 하는 편인데, 이 곡은 제가 마음에 안 들어서 녹음을 두 번인가 세 번 했어요. 노래에 공감도 잘 안되어서 정말 어렵게 느껴졌죠.


그런데 그때 다른 이들에게는 말하기 어려운 개인사에서 상처를 많이 받은 사건이 있어요. 그렇게 상처를 크게 받고, 얼마 있다가 이 노래를 녹음했어요. 그때 상처받았던 감정을 떠올리면서 이 노래에 이입해서 불렀더니 갑자기 저의 노래가 확 녹음이 되더라고요. 그전에 제가 겪었던 사건이 저에게 굉장히 가슴 아픈 일이잖아요. 그렇게 꼭 이 드라마와 같은 상황이 아니더라도 저의 가슴 아픈 상황에서 함께 노래가 저와 맞아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OST를 할 때는 그런 무드를 최대한 집중하려고 노력을 되게 많이 해요. 음악에 감정이 없으면 음악이 의미가 없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듣는 사람은 감정이 없어도 좋을 수 있어요. 노래라는 것은 목소리를 거의 악기를 가꾸듯이 가꾸어 사용하는 것이라서, 테크닉만 활용해서 감정 없이 불러도 어느 정도는 괜찮을 거예요. 그런데 제가 스스로 이해가 안 가는 거예요. 저는 진짜 제가 아파야지 전달이 되거든요. 제가 이 노래를 전달하려면 제가 직접 그 순수하게 진실된 감정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안 그러면 이 음악이 살아있다고 안 느껴지고 전달력도 확 떨어진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테크닉보다는 대중적인 음악을 잘 선택하지 않는 사람한테까지도 전달이 강한 건 감정이라는 생각을 해요.



- 공연도 많이 하시는데 공연은 어떻게 이렇게 자주 하시게 된 걸까요?


직접적으로 함께 공연을 하자고 콘택트가 오면 주로 하는 편이에요. 이전까지 저는 활동하면서 한 번도 제가 스스로 공연을 만든 적이 없어요. 바빠서 그랬을 거예요. 간호사 일을 하면서 콘서트를 함께 할 여력이 없어서 하자고 하는 것을 하기에만 급급했던 것 같아요. 그것만 해결하는 것도 체력적으로 부담이 많이 있던 찰나였거든요. 스케줄 적으로도 그렇고요. 제가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지가 2~3년밖에 안 됐으니까요.

 

 

 

 

최근에는 많이 안정되어서 작년부터 직접 공연을 기획하고 있어요. 그래서 작년에도 < 사랑은 언젠가 끝에 닿아 >의 라이브 클립을 직접 기획하고 제안서를 만들고 감독님을 섭외해서 진행했어요. 4월 30일에는 제가 처음으로 기획한 공연이 홍대에서 열려요. 그래서 포스터, 티켓팅, 굿즈 등등 모든 것들을 지금 처음부터 끝까지 다 혼자 하고 있어요.



- 이렇게 혼자 모든 것을 하면 모르는 부분이 많을 텐데, 어떻게 해결하고 계시나요?


그동안의 공연을 할 때 제가 모르는 부분들을 여쭤보면서 하는 방법을 보고 배웠어요. 그리고 부딪혀 보죠. 멜론에서 그냥 전화를 해서, 저는 사비나라는 사람인데 공연하려고 한다, 그런데 저는 회사 없이 제가 직접 한다, 어떻게 해야 되냐 여쭤봐요. 그리고 메일을 보내주시면 그걸 천천히 읽어보고 어떤 서류가 필요하고 어떤 파일이 필요한지 확인해요. 그리고 퇴근 후 집에서 그 메일을 보고 혼자 했죠. 그렇게 하나씩 알아가고 배워가면서 하고 있어요.



- 공연을 할 때 사비나님께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무엇인가요?


사실 공연이라는 것은 누군가한테 노래를 전달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저는 특이하게 공연장에서 가장 저 혼자 있게 돼요. 공연이 시작하고 조명이 켜지면 관객이 안 보이고 혼자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순간이 정말 좋아요. 도서관에서 공부할 때나 카페에서 시끄러운데 공부하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 사람들을 신경 안 쓰고 나 스스로에게만 몰입해서 자유로워지는 순간이 있어요. 저는 평소에 눈치 많이 본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다른 사람을 하나도 신경 안 쓰고, 자유롭게 노래와 나의 감정만이 함께 남아 있는 그 순간이 정말 황홀해요.


관객이 콘서트에서 원하는 것이 소통일 거라고 생각하는 많은 착각들이 있어요. 그런데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관객들은 그 뮤지션의 정말 예술적인 모멘트를 보고 싶어서 공연에 왔을 거라고 생각해요. 뮤지션하고 관객이 만나고 소통하는 파트가 그 공연의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 일부 있을 뿐이죠.그래서 저는 노래를 할 때 꼭 관객들과 교감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관객들은 이 뮤지션이 이 노래를 할 때 그 절정의 순간을 보러 오는 것이고, 이 뮤지션이 오롯이 자기의 것을 드러냈을 때 관객도 그 티켓값의 가치를 느낀다고 생각해요.

 

저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을 하기 때문에 공연장에서 관객분들에게 맞추기보다는 오롯이 내가 나일 때,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 많은 시선 앞에서도 내가 솔직하게 이 음악에 딱 빠져들었을 때 관객분들이 더 좋아해 주신다고 생각해요.



- 많은 공연을 하면서 다양한 팬분들도 만나 뵈었을 것 같아요. 옷을 함께 맞췄던 팬분도 계시다고 들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팬분이 계시나요?


옷을 맞춘 것은 정말 우연히 일어난 일이에요. 그게 제가 굉장히 창피했던 모멘트 중에 하나예요. 뮤지션은 관객분들 앞에서 특별한 존재여야 될 거라는 생각이 있잖아요. 나를 보러 왔으니까 한껏 꾸민단 말이에요. 저는 회사나 매니저도 없잖아요. 그전에 며칠 동안 시장 옷 가게를 다니면서 의상을 구입하고 이걸 입을까 이런 분위기를 할까 직접 고민을 해서 의상을 딱 준비했어요. 그리고 무대에 딱 올라갔죠.

 

그때 뭘 해서 관객분을 무대로 모실 일이 있었어요. 한 관객분이 ‘저요’ 말씀하셔서 무대 위로 올라오셨는데 의상만 똑같으면 모르겠는데 풍기는 분위기가 너무 비슷한 거예요. 관객분은 그냥 공연 보러 온 거였는데도요. 그래서 제가 그때 약간 뒷걸음질을 쳤어요. 하하. 제가 사실 그때 굉장히 당황하며 땀을 흘렸었는데 보시는 분들은 아마 굉장히 재밌으셨을 거예요.


그런데 저는 그때 그분도 기억에 남지만 사인을 할 때 문신을 해서 저한테 보여주시는 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저는 그게 굉장히 충격적이었거든요. 왜냐하면 저는 그 사람의 생각을 모르잖아요. 저에게 문신을 보여주시는데 ‘내가 지금 이 사람한테 무슨 짓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이돌 분들은 이렇게 자신을 막 좋아해 주는 상황에 익숙할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사실은 그냥 보통의 사람이잖아요. 누군가는 뮤지션이다, 신기하다 할 수 있겠지만 사실 저는 그냥 매일매일 그냥 일하고 퇴근하고 집에서 쉬다가 정말 삘 꽂혔을 때 음악 만들고 어쩌다가 음악 발표해서 공연장에 쓰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굉장히 충격적이었죠.


그런데 이런 일들이 너무 감사해요. 제가 아이돌이나 연예인이 아니다 보니 팬분들께서 저를 외모적으로 예뻐서 좋아해 주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음악 하나를 좋아해 주시는 거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누군가가 저를 그렇게 좋아해 주고 제 음악을 좋아해 준다는 사실에 대해 ‘아 내가 하는 음악이 이 사람의 마음에 와닿았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뮤지션으로서 굉장히 행복해요.




 

CHAPTER 4. 조금 더, 사비나의 음악 이야기가 듣고 싶습니다.


 

- 곡을 쓰실 때도 자신에게 납득되고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신 건가요, 아니면 따로 대중들에게 음악을 전달하기 위해 중요시 생각한 게 있을까요?


저는 제 롤 모델이 있다면 조용필 가수예요. 조용필 김현식 유재하 같은 가수들이요. 왜냐하면 저는 대중성은 실력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특정 코드를 딱 찍어내서 거기에 맞춰서 의도적으로 내는 그런 상업 예술 말고, 경지에 있는 예술인들은 정말 10년, 20년, 30년, 40년이 지나도 그 노래가 가슴에 남잖아요. 물론 감성이라는 정말 소중한 게 있지만 동시에 대중성이라는 아주 큰 힘을 갖고 있는 분들이 대부분 그런 경지에 오르신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도 그렇게 되고 싶어요.


예술이라는 게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을 꺼내놓기만 해도 일단은 생기기는 해요. 그런데 그게 문화가 되는 과정에서는 반드시 공감이나 대중성이 들어 있어야 되고, 그렇게 민들레 홀씨처럼 멀리멀리 퍼졌을 때 이 문화가, 이 예술이 정말 순기능을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1집 앨범까지는 제가 저 혼자 듣기 위해서, 저를 위로하기 위해서 만든 음악이었다면 이제는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고, 대중성을 가진 훌륭한 뮤지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서 그런 부분에서 사실 노력을 굉장히 많이 해요. 가사도 그렇고, 멜로디도 누가 들어도 좋다고 생각할 수 있는 그런 멜로디를 만들려고 노력하죠.



- 지금까지 만든 노래 중 가장 마음에 남는 노래가 있을 것 같아요. 어떤 것일까요?


물론 < Stay >를 굉장히 좋아하기는 해요. 하지만 저한테 의미가 있는 곳은 < Don’t Break Your Heart >라는 2집의 본 타이틀곡이에요.

 

 

 

 

Don't breaking heart

애가타는 것들은 닿을 길이 없고

머무르지 않아요

가슴아픈 말들도 놓을 길이 없고

떠나가지 않아요

강을 건너는 그대의 슬픔들

나도 데려갔으면

 

-Don't Break Your Heart, 사비나앤드론즈

 


1집은 프로듀서하고 둘이서 만들었어요. 프로듀서한테 어떤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고, 나는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냈다, 이런 이야기를 충분히 하다가 ‘이건 이런 식으로 만들어볼까? 여기서 베이스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톤을 선택할까?’ 이런 부분들을 다 상의해서 곡을 만들어요. 거기다 멜로디를 딱 불러서 그걸 녹음해서 1집을 낸 거예요. 그렇게 프로듀서랑 같이 한 것이기 때문에 온전히 저만의 것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그런데 2집 앨범은 밴드로 하긴 했지만 사실 제가 거의 작사 작곡과 편곡의 방향을 다 정했어요. < Don’t Break Your Heart >를 쓸 때 제 머릿속에는 편곡이 이미 있었어요. 그런데 이 편곡이 흔한 편곡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리 잘하는 연주자분들도 제가 이걸 먼저 사운드로 구현해 내지 않으면 이 방향으로 가기는 힘들었어요. 베이스의 연주 흐름이나 드럼 등 전체적인 부분에서요. 또 이 곡의 멜로디 자체가 팝이기 때문에 분위기 있는 팝으로 갈 수 있는 방향이 더 큰 곡이에요. 그런데 이 곡의 편곡을 저는 지금 이 곡이 완성된 것처럼 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이걸 멤버들한테 처음에는 설명을 못했었어요. 제 성격상 처음부터 제가 어떻게 하고 싶은지 말씀 못 드리고 그냥 “모두 잘하시는 분들이니 잘 해주세요.”라고만 말씀드렸죠. 막상 밴드 분들께서 연주하시면 ‘아 이거 아닌데, 이게 아니라...’ 하면서 시간이 흘렀죠.


그러다 어느 날 제가 춘천의 녹음실까지 가서 멤버분들께 큰맘 먹고 얘기한 거죠. “저기, 다 모여보세요. 베이스는 딱 템포 이렇게만 해주시고요. 그다음에 건반 세 개 4비트로 할게요. 그다음에 언니 여기 베이스 아시죠. 고래가 돼서 언니가 어미 고래처럼 먼저 하시고요. 기타 오빠가 아기 고래처럼 따라서 하시고요. 이렇게 심플하게 갈게요. 대신 건반은 여기서 더블링을 할 거예요.“ 우다다 말했어요. 이런 식으로 한 게 제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이 노래가 마음에 많이 남아요.


이렇게 이야기한 것이 제가 생각했을 때 밴드 입장에서도 편했을 것 같아요. 그전에는 제가 명확하게 이야기를 못해서 밴드 멤버분들께서도 ‘사비나 뭘 좋아할까? 사비나가 원하는 게 뭘까? 이거야? 아니야. 저거야? 아니야.’ 이래야 되는 상황이었거든요. 근데 저는 또 아닌 것은 아닌 거잖아요. 1집 앨범은 밴드랑 같이 안 했다 보니까 이분들도 사비나는 뭘 좋아할까 잘 모르겠던 시기였어요. 그래서 멤버분들께서도 최대한 노력해 주신 거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명확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제가 제 입장에서는 건방졌다고 느꼈을지언정 사실은 이게 멤버분들께는 더 편한 거죠.그렇게 디렉션을 정확하게 주니까 굉장히 좋아해 주셨어요.



- 처음에는 솔로로 활동하시다가 밴드로 활동을 하게 된 것도 음악에 많은 변화를 줬을 것 같아요.


제가 음악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그 악기를 연주해 본 것도 아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잘 몰라서 밴드랑 하는 게 처음에는 부담스러웠어요. 원하는 소리가 있으면 그냥 컴퓨터로 구현을 할 수 있으니까 컴퓨터로 프로들이랑 같이 음악을 하는 게 더 편했단 말이에요. 그런데 1집 활동을 조금씩 하다 보니까 밴드 연주자분들께서 같이 하고 싶다고 붙었어요. 이렇게 타의에 의해서 밴드와 활동하게 되었죠.


또 라이브를 할 때에도 각자의 음악 세계가 있잖아요. 저는 음악은 여럿이서 하는 거라고 생각 안 했어요. 음악은 한 사람의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게 왜곡되는 게 너무 싫고 그랬던 시절이 있었는데요. 이 밴드로 앨범을 만들고 활동을 하다 보면서 점점 느낀 것은, 내가 잘하면 시너지 날 텐데 그렇지 않은 것은 내가 못해서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어요.저보다 베이스와 피아노를 훨씬 잘하는 분들이잖아요. 내가 길을 정확하게 알고 프로듀싱 방향만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얼마든지 좋은 게 나올 수 있는 건데, 내가 그 능력이 부족했어서 이게 어려웠다는 것을 깨달은 거죠.


그래서 최근에 나온 싱글 앨범들은 제가 프로듀싱을 하면서 디렉션을 어떻게 드려야 할지를 배웠어요. 또 믹싱하는 방식에 따라서 곡이 굉장히 느낌이 달라서, 믹싱도 이제 이분들이 다 나보다 더 전문가니까 더 잘 하시겠지 하는데 이 모든 과정들을 이렇게 경험하면서 느낀 건 음악은 외골수가 맞는다는 것이에요. 대신에 그 외골수가 자신의 의사 전달을 정확하게 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어야 된다는 것이 저한테 명확해졌고, 이제는 어떻게 해야 되는지 조금 알겠어요.



- 처음 음악을 시작했을 때보다 사비나는 정말 많이 성장했네요.


너무 성장하고 싶었어요. 사실 요즘 친구들은 저보다 훨씬 더 기술적으로도 그렇고 더 잘하는 친구들이 많으니까요. 그래서 진짜 저의 경쟁력은 기술적인 것보다는 감성이라고 생각해요. 기술적으로 음악이 좋아도 사람들이 멋있다, 좋다 하지만 한두 번 듣고 말 수 있어요. 그런데 정말 이 노래가 단순하든지 사운드적으로 좋은지에 대해서는 상관없이 마음에 와닿으면 그 노래를 10번, 100번, 또 내일, 모레, 또 한 달, 1년, 10년 들을 수 있잖아요. 저는 그런 노래를 부르고 싶어요.

 

 

- 사비나님의 노래가 굉장히 긴 시간동안 사람들에게 위로를 준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는 어떤 기분이신가요?

 

사실 저는 그냥 시간이 지났을 뿐이거든요. 그냥 힘든 시간들을 버텼을 뿐이에요. 사실 음악을 하다 보면 나는 내 음악이 주류라고 생각하는데 남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때 사실 되게 외로워요. 그리고 내가 음악을 꼭 해야 되나, 내가 음악을 꼭 해야 될 필요가 있을까, 내가 이 음악을 계속 해나가는 게 이 세상에 무슨 필요가 있을까, 이런 생각들이 들어요. 어렸을 때는 ‘아니 내 음악 좋은데 너희들이 못 알아듣는 거야.’라고 생각했고, 사실 이런 억울함이 어떤 뮤지션이든 다 있을 것 같아요. 음악을 지속적으로 못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초반에 이런 시간이 오래 가면서 그런 부분에서 현타가 많이 올 거예요. 그런데 저는 지속적으로 오래오래 음악을 하고 싶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제가 누군가한테 위로를 주고 오랜시간 힘을 줄 수 있는 뮤지션일 수 있다는 것, 그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예술 작품을 내가 창작해내는 사람이라는 것, 그럴 만한 내가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들을 때마다 조금씩 용기를 얻는 것 같아요.






CHAPTER 5. 앞으로 사비나가 걸어갈 길


 

- 많은 팬분들께서 사비나앤드론즈의 3집을 기다리고 있어요. 3집 작업은 어떻게 될까요?


3집은 정말 잘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제가 지금까지 너무 체력적으로 힘들게 지내와서 그런지 체력이 되게 안 좋아요. 예전에는 안 자고도 버티고 했는데 지금은 조금 못 받쳐주는 것 같아요. 그때 고생했던 게 몰려서 그런지 3집 앨범을 할 때쯤 간호사를 그만둬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두 가지 하는 게 벅차다, 힘들다 힘들어하면서 10년이 지났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이제는 이게 사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구나, 내가 너무 억지로 해왔구나, 이런 생각도 많이 들어서 3집 앨범은 정말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고 그래서 제가 회사를 찾고 있어요. 돈 많은 회사 가고 싶어요. 음악적인 것에 대한 것들, 예를 들면 어떤 콜라버레이션 어떤 사람을 쓰고 하는 것들은 제 머릿속에 다 있으니까 이렇게 하고 싶은 거 다 밀어줄 수 있게 회사가 돈만 많았으면 좋겠어요.



- 3집에 사비나님께서 담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진짜 저를 담고 싶어요.

 

저라는 사람을 제가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부분이 있어요. 저는 남들한테서 튀는 게 싫었단 말이에요. 저는 항상 주변의 뮤지션 동료들한테 1 하고 10이 있다면 나는 5가 되고 싶다고, 가장 보통의 존재가 되고 싶다고 많이 이야기 했어요. 극으로 치닫는 게 싫은 거예요. 극으로 치달으면 이 나머지 부분이 나중에는 다 아프더라고요. 그래서 가장 그냥 평이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이걸 받아들여야 될 것 같아요. 그냥 극으로 치닫던지 내가 봤을 때 못생겼다든지, 내가 봤을 때 조금 못났다든지, 조금 예쁘지 않은 형태라든지, 남들이 봤을 때 이상하다고 할지언정 3집은 나의 솔직한 부분들을 내가 받아들이고 그대로 털어놓을 수 있는 앨범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것이 많은 사람의 공감을 받을 수 있게 대중성이 갖춰졌으면 좋겠어요.

 

사람이 태어나서 생긴 모습이 다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내가 그거를 깎으려고 해도 그 삶이 또 행복하진 않더라고요. 생긴 대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나 자신이 그렇게 못된 사람도 아니고 나는 내 결대로 아름답게 빛날 수 있다는 것을 활동 하면서 많이 느꼈어요. 그리고 사람들하고 부딪히면서 어쩌면 내가 이상한 게 아니라 세상이 이상한 게 맞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솔직한 뮤지션이 되고 싶어요.



- 앞으로 회사에 들어가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최근에는 있어요. 그런데 앞서 이야기했듯이 제 성향이 특이해서, 제가 겪어보지 않은 것에 대해서 저는 먼저 계약을 하지 않아요. 회사라는 것이 무엇을 해야 되는지, 그리고 내가 아티스트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되는 건지, 내가 아티스트로서 이 회사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 뭘 갖고 있어야 되는지, 또 회사라면 나한테 뭘 해줄 수 있는지를 처음 이 씬에 들어오면 모르잖아요. 그걸 알기 위해서 제가 다 해봤어요. 그렇게 지금 저 혼자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해보고 나니 이제 회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회사가 나한테 해줄 것이 뭔지, 내가 필요한 게 뭔지가 지금은 생각이 돼서 회사에 들어갈 생각이 있어요. 실제로 혼자 다 하려면 많이 힘들거든요. 이게 또 음악만 전업으로 하는 게 아니다 보니까 되게 괴로울 때가 많아요. 항상 괴로운 것 같아요.



- 앞으로 사비나는 어떤 뮤지션으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저는 딱 하나, 예뻐 보이고 싶어요. 제가 무대에서 노래할 때 얼굴이 일그러지고, 진짜 많이 망가지거든요. 다른 사람들은 그게 멋있다고 느낄 수 있지만, 전 여자로서 항상 저는 예쁜 모습 보여드리고 싶단 말이에요. 홍대 여신들 분들께서 기타 치면서 예쁘게 나오는 사진들 보면 '정말 예쁘다, 요정 같다' 이런 생각 들잖아요. 저도 그렇게 예쁜 모습 보여드리고 싶은데 이게 조절이 안 되더라고요. 무대에서 노래하다 보면 너무 안예뻐져서 가족들도 이상한 게 공연하지 말라고 이야기 하는데 조절을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사실은 속으로는 참 창피한 부분도 있고, 그래서 예뻐 보이고 싶은데 쉬운 일이 아니네요.





 

마지막으로,

지금의 사비나가 처음 노래를 시작했을 때의 사비나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하고 싶은 걸 다 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넌 그냥 너가 원하는 대로 해도 된다고, 남들이 어떻게 사는지 신경 쓰지 말고, 내 가정을 위해서 나를 위해서 내 주변을 위해서 내가 무언가를 책임지려고 생각하지 말고, 정말 이기적으로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그냥 그대로 그것만을 위해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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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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