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피스] 상처로 상처를 안아주는 싱어송라이터, 사비나의 세계 PART 1

싱어송라이터 사비나앤드론즈의 사비나의 세계를 들여다봅니다.
글 입력 2022.03.2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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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는 볼 수 없었던 세상을,

그들의 시선과 역사를 빌려 완성합니다.

그렇게 그들의 마스터피스를 이해합니다.


 


CHAPTER 1. 사비나앤드론즈의 사비나, 그리고 최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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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사비나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싱어송라이터, 활동한지 12년 차 되는 사비나앤드론즈의 사비나라고 합니다.


- 아주 어릴 적부터 예체능에 관심이 많으셨었다고 들었어요. 음악을 어떻게 시작하시게 된 걸까요?


어렸을 때부터 제가 예술 계통에 관심이 많았어요. 체력장 하면 거의 1급 특급 나오고, 아주 어렸을 때 유치원이라는 곳에 들어갈 때에도 엄마가 ‘너는 뭐를 하고 싶니’ 물어볼 때 제가 발레라고 대답했던 것 같아요.

 

스스로 그것을 알아차렸을 때는 초등학교 5학년, 6학년 때쯤이에요. 자기 진로를 좀 빨리 정하는 친구들은 그때쯤 정하잖아요. 그런데 그때가 IMF 때였어요. 그때 저희 집안이 크게 어려워졌죠. 제가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밀어붙이기가 어렵다는 것을 그 어린 나이에도 분위기로 파악했던 것 같아요. 예체능 계열은 지원이 없으면 안정적이지 않다는 사회적 인식도 있고, 실제로 부모님도 그렇게 생각하셨고, 그래서 저도 일단은 공부를 해야겠다 생각을 했죠.


그리고 내가 나중에 예술이나 음악을 하더라도, 그동안 사람들하고 동떨어진 환경에서 혼자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면 어떻게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공감이 될까도 생각했어요. 물론 예술을 하겠지만, 그렇게 대중들하고 멀어질 수도 있을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남들 하는 거 다 하면서 대학도 가장 생활적으로 안정적인 직업인 간호사를 택했고, 그래서 지금도 간호사 일도 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예술을 하고 싶다, 음악을 하고 싶다, 춤을 추고 싶다는 것에 대한 굉장히 강한 열망을 눌러오다보니 부작용이 생겼어요. 대학교 1학년 때 간호대학에 들어가서 수업을 듣는데, 병원에 가면은 크게 문제가 없는데도 자꾸 숨 쉬는 것이 불편했어요. 살아있는 것 같지 않고, 가죽만 남아있는 느낌이 들고, 어깨가 무겁더라고요. 그래도 일단은 꾹 참고 대학까지 졸업을 하고 국가고시를 치른 다음에 그렇게 응급실 간호사가 됐어요.


그런데 이게 한 6개월 정도 되니까 정말 못 살겠더라고요. ‘어떤 병이 없어도 사람이 죽을 수 있겠구나’라는 것을 느끼고 나니까 어떻게든 음악을 시작해야겠다 생각했죠. 원래는 한 3년 정도는 일을 하고 기반이 다져진 상태에서 음악을 시작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병원도 신규이고 저도 6개월 차 간호사일 때 그냥 음악을 시작하게 됐죠.



-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노래를 만들었다고 하셨었어요. 사비나는 어떤 상처를 위로를 받고 싶었나요?


저는 어떤 특정한 상처를 위로해 주기 위해 노래를 부른다는 생각을 오늘 인터뷰하면서 처음 해봐요. 어떤 것 때문에 상처받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고 그냥 저는 제가 이렇게 태어났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그거를 한 통 짓기가 쉽지가 않아요. 제가 자라오면서 저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고, 이제 와서 ‘내가 왜 그렇게 상처가 있었을까, 내가 뭘 그렇게 위로받아야 됐을까’라는 것을 생각해 봤어요. 그때 물론 가정적인 환경 같은 것도 많이 있겠지만 제가 그 원인을 외부에서 잘 찾는 편이 아니어서 그런지, 결국 제가 낸 결론은 누구나 세상 살면서 상처가 없고 아프지 않은 사람이 없을 텐데 나는 좀 그걸 크게 느끼는 사람이라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마음의 상처에 대해서 조금 예민도가 높은 사람이라고 저는 그냥 이해를 했어요. 보통 노래하는 사람들이 좀 그런 내재된 슬픔이 많아요. 그런데 '내가 왜 이러지? 내가 왜 이렇게 슬픔을 읽는 걸까?' 생각해 볼 때, 그게 결정적인 사건도 몇 개 있겠지만 그냥 전반적으로 봤을 때에는 저 자신이 그런 상처의 자각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편인 것 같아요.

 

 


CHAPTER 2. 사비나가 불러온 음악, 그가 걸어온 12년


 

- 첫 음악을 내놓았을 때로부터 벌써 12년의 시간이 지났네요. 그동안 최민영은 어떻게 변한 것 같나요?


처음에는 워낙 음악에 대한 욕구를 억누르다가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것이라서요. 사실 자신의 음악을 한다는 것은 사실은 조금 이기적인 부분이 필요해요. 에너지가 주변으로 향하지 않고 자기 자신한테 에너지가 화내는 부분이 있거든요. 자신의 음악을 만든다는 건 자기 세계를 구현하는 거니까요.

 

지금의 저는 굉장히 사회화가 많이 되었어요. 근데 그 사회가 되기까지는 정말 아팠어요. 너무 너무 아팠어요. 저의 모난 부분들을 평소에 이 사회에서 억누르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그런 과정 속에서 처음에 음악을 시작했거든요. 그래서인지 평소에는 제가 굉장히 사회적인 사람인데 음악을 할 때는 정말 이상하게 이기적으로 딱 변하는 거예요. 그런데 그게 어떤 느낌이냐면 ‘나 음악 하는 데서까지 그렇게 못해. 나 음악 하는 데서는 나 그냥 내가 나일 수 있게 좀 내버려 둬’ 이런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제 주변의 사회적인 친구들이나 가족들은 제가 음악 하는 곳에서의 저의 모습을 낯설어하고, 반대로 음악 하는 쪽에 있는 분들은 평소에 제가 이렇게 밝고 주변 사람들하고 둥글게 지내는지 잘 몰라요. 이걸 제가 의도한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제가 음악 할 때만큼은 ‘내가 하고 싶은 걸 다 하자, 남들의 눈치를 보지 말고, 남들을 배려하지 말고, 그냥 보여도 보지 말자. 눈을 떠도 감은 척, 귀가 열려도 닫은 척하자.’ 하다 보니 처음에는 사회적인 최민영과 노래하는 사비나의 밸런스가 안 맞아서 뚝딱거렸어요. 너무 확 쏘아붙인다든지 아니면 어떤 면에서 너무 여리다든지 했죠. 그리고 이렇게 음악가로서 침잠돼 있다가 새로운 사람들 만나게 되면 너무 노출이 심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마음속에 벌벌 떨었어요.


지금은 그게 완화가 돼서 내가 하고 싶은 게 있을 때 어떻게 해야 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대처를 해 나가는지를 알게 되었어요. 또 협업을 할 때 주변 동료들하고 대화하며 내 의견을 이야기할 때 어떻게 말을 해야 되는지, 이런 것들을 한 10년이 지난 지금 이제 좀 할 수 있어지는 것 같아요. 그게 제가 원하던 거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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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바뀌면 당연히 음악적 스타일도 바뀌죠. 이런 사비나의 변화는 음악에서 어떤 변화로 나타나게 되었을까요?


제 생각엔 음악이 둥글어지고, 좀 더 대중적인 부분이 생긴 것 같아요. 1집은 제작 방식 자체가 달라요. 1집 음악은 거의 임프로바이제이션이라고 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어요. 연주를 만든 다음에 거기에 멜로디를 갑자기 얹으며 가사도 없이 만든 음악들을 그대로 앨범에 내는 등 가공하지 않은 부분들이 있죠. 그리고 그걸 일방적으로 ‘이게 내 음악이야’라고 전달하는 부분들이 많았어요.

 

지금은 ‘이 노래를 듣는 사람도 노래를 같이 느끼고 같이 이해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라는 언어적인 부분과 전달력에 있어서 조금 더 듣는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고민을 많이 하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까 타인이 들었을 때도 공감할 수 있을 부분이 조금씩 생긴 것 같아요.



- 저의 사비나님의 노래에 대한 첫인상은 ‘이 사람은 안에 있는 감정을 노래로 표출해 내는구나’였어요. 그런데 그때로부터 약 10년이 지나면서 최근의 사비나님의 노래가 점점 ‘표출하는 것’이 아닌 ‘이야기해 주는 것’으로 변화했다고 느꼈어요. 이러한 변화는 사비나님의 그런 변화가 함께 작용한 것이군요.


네, 사실 저는 그때 저 스스로가 굉장히 창피했어요. 원래의 저는 친절해야 되거든요. 내가 아니라 주변 사람을, 남을 먼저 이해해 줘야 한다고 배우며 자라왔어요. 나의 것을 너무 내세우지 않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먼저 듣고 네 내 의견을 조금 바꾸기도 했죠. 음악이 그렇게 하고 싶어도 가정 형편 어려우니까 한참을 참다 결국 음악을 하게 된 것처럼, 주변 관계도 그런 편이었거든요.


그런데 처음에 음악 시작할 때는 저도 모르게 날카로운 사람이 되었어요. 웹툰 <스펙트럼 분석기>에서 도국 작가님과 함께 음악을 할 때도 지금보다 굉장히 날카로운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외골수 같은 면도 있었죠. 정말 컴퓨터처럼 ‘저는 이렇게 할 겁니다’만 이야기했으니까요. ‘다른 얘기는 듣고 싶지 않아. 들을 여력이 없어. 나 기운 없어. 나 내일 출근하면 또 거기서 사회생활해야 되고 나 여기서까지 사회생활 못해. 그러니까 내가 원하는 거 지금 빨리하자.’ 이런 분위기였어요. 그래서 의사소통도 잘 안되었고, 일방통행을 주로 했죠.


그런데 그 모습이 제가 좋아서 그런 게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요. 살아남기 위해서요. 3교대 간호사를 하면서 또 음악을 하잖아요. 그렇다고 음악에 대해서 어떤 제가 기초 지식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죠. 물론 어렸을 때 피아노를 치긴 했지만 그렇다고 실용음악과를 나온 것도 아니고 갑자기 밴드가 꾸려지고 음악을 만들고 하려고 하는데 제가 부족함이 많잖아요. 사회 초년생이라서 직장에서도 사회생활이 어렵고, 병원에서 해야 될 간호 의학적인 부분이나 업무적인 부분도 많고, 또 3교대의 그 생활의 불규칙함도 있었어요. 이런 것들을 견뎌내면서 자는 시간을 쪼개서 음악을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음악 하는 곳에서 사회생활은 내 그릇이 못해, 나는 정말 하고 싶은데 못해’ 이런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언젠가 내가 나이를 먹으면 좀 여유가 생기면 그때 정말 좋은 사람이고 싶다는 했거든요. 지금은 여유가 많고 좋은 사람이냐 물으면 아직은 그렇게 못 된 것 같아요. 좋은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때에 비하면 지금의 저는 다소 만족스러운 것 같아요.



- 사비나님의 노래 중 < Stay >는 정말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고,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들으며 위로를 받은 곡이에요. 이런 사비나의 음악에 대해서도 창피함을 느끼신 걸까요?

 

 

 

 

just stayed enough to pick up the day has gone

but you hang enough today in a hollowed

just stay you are looking through your eyes

hang enough today though

How pick up the day has gone

the day of yours is to hell and you gone

the day

 

- Stay, 사비나앤드론즈

 


사회적인 최민영이 해야 되는 역할 속에서의 저와 노래를 부를 때의 저는 다르잖아요. 그러니까 사회적인 나는 일방통행하는 내가 너무 겁이 나는 거예요. 근데 음악을 시작할 때는 정말 야수로 변하는 거예요. 근데 그 야수가 사실 상처 입은 야수였어요. 왜냐하면, 저는 용기가 없어서 내 마음이 아파라고 말을 못 해요. 대신에 마음이 아프고 힘이 들면 그냥 더 숨어요. 그런데 이렇게 숨겨놓은 것을 음악 할 때는 다 펼쳐놔야 되잖아요. 저도 그 사실에 ‘이래도 되나’ 하고 걱정하는데, 막상 녹음을 시작하고 리코딩을 하면 나도 모르게 정말 방언처럼 감정이 나오는 거예요. 그때 정말 신기한 경험을 했어요. 사람이라는 게 자기가 갖고 있는 언어가 하나씩 있구나 생각했죠. 말을 잘하는 사람이라면 말을 통해서 충분히 자기를 표현하겠지만 나는 말을 잘 못하니까, 그 말을 하지 않으니까 이 모든 나의 마음이 노래를 통해 나오는구나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는 이 노래가 너무 슬퍼요. 이 노래를 부르고, 노래가 나올 때까지 늘 이 노래를 들으면서 울었어요. 다른 사람들도 이걸 이해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내가 좋은 게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저의 노래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해서는 고려를 안 한 상태였으니까 스스로 창피함을 느꼈죠.



- 그렇게 처음 음악이 밖으로 나왔을 때 기분이 어떠셨나요? ‘사비나라는 사람이 갑자기 혜성처럼 나타났다’라는 평이 자자했던 것으로 기억해요.


맞아요. 그런데 그 당시 사비나가 저한테도 혜성처럼 갑자기 튀어나왔던 것이어서, 저도 제가 적응이 안 되던 시절이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나의 노래가 너무 좋아 죽겠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그래서 씬에서 이 노래를 인정해 주시고 들어주시는 분들이 계시다는 게 참 신기하면서도 ‘아, 나는 좀 부족한데, 이걸 내가 더 잘해야 되는데, 지금 이렇게 내가 혜성이라고 하지만 나는 너무 부족한데 내가 이렇게 다 해도 될까’ 생각하기도 했어요. 저는 굉장히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평소에 주변 사람들은 안 그렇게 봐요. 내면에서는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이렇게 해도 될까,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겠다고 해도 될까?’ 등등 이런 주저함이 굉장히 많은 사람이라서 오히려 음악 할 때 그 부작용의 역작용으로 좋게 된 것 같아요.



- 초반에는 그렇게 걱정을 많이 하셨지만, 12년이 지난 지금은 노래를 부르고 대중들에게 평가를 받는 것이 많이 적응이 되지 않으셨나요?


제가 20대 때는 매일매일을 ‘언제쯤 이 불안함이 없어질까? 언제쯤 내가 안정적이 될까? 언제쯤 세상이 어렵지가 않고, 언제쯤 내 마음이 좀 무뎌질까?’에 대해 생각하며 살았어요. ‘괜찮은 척은 언제까지 해야 되지? 언제쯤 나는 저 어른들처럼 저렇게 여유가 생기고, 모든 게 다 능숙하고 익숙해질까.’ 싶었죠.

 

그런데 전 제가 그렇게 된 줄 알았어요. 30대 중반이 돼서 공연을 하러 가는데 거침없이 하더라고요. 처음에 공연할 때는 정말 말도 못 하고 노래로 너무 안 할 말까지 다 해버려서 멘트까지는 못하던 지경이었어요. 긴장이 너무 심해서 몸도 못 움직였죠. 그게 남들이 봤을 때 되게 바보처럼 보일 수도 있으니 잘 신경을 써야 하는데도 미처 쓰지 못하던 상황이었어요.

 

최근에는 공연할 때 멘트도 잘 하고 노래도 잘 해서 제가 되게 잘하게 되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토요일에 공연을 했는데, 제가 관객은 이제는 익숙해요. 그런데 카메라 앞에서 사시나무 떨듯이 떠는 거예요. 그리고 공연장에서도, 회사가 있는 분들은 매니저 같은 분들이 옆에서 케어해 주셔서 아티스트는 공연만 신경 쓰면 되잖아요. 그런데 저는 제 회사가 없어요. 저 혼자 모든 걸 다 하기 때문에 거기서 사람 상대하고 밴드 케어하고 이것저것 다 하다 보면 약간 붕 떠 있는 상태가 돼요. 그런 상태에서 공연에 딱 들어가면 최민영하고 사비나하고 부딪히는 거예요. 물론 노래가 시작하면 노래에 깊게 빠져버리지만, 노래가 없는 상황은 아직도 좀 어렵고, 저는 아직도 대중이 좀 낯설고 자신이 없어요.


제가 대중분들께 해주고 싶은 것은 많아요. 사실 저는 저만 이렇게 아프고 힘들 줄 알았어요. 나만 좀 유별하고 나만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이 세상에 아무도 내 마음을 모를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이 지구에서 혼자 떨어져 태어나서 나는 언제 다시 하늘나라로 갈지, 하나님이 나는 언제 데려가실까, 빨리 내려갔으면 좋겠다, 혼자 여기 떨어져서 너무 힘들다는 생각만을 하며 매일매일을 살았거든요. 그런데 제 노래를 들으신 분들께서 저의 노래를 듣고 위로를 받았다고 이야기를 하시면 ‘나처럼 마음이 아픈 사람이 또 있단 말이야? 아니 이거 큰일 났네’ 생각했어요. 그렇게 < So When It Goes >라는 곡을 쓰게 됐어요.

 

 

 

 

So when it go

그 걸음을 멈추고

그대여 내 곁에서 쉬어가

숨을 쉬어 세상이 놀랍더라도

아픔은 늘 그렇게 웃어

아문다 아문다 언젠가 아문다

우리가 아닌 혼자인 너로

흐른다 흐른다 흘러 사라진다

시간과 함께 그 아픔도

 

- So When It Goes, 사비나앤드론즈

 

 

원래는 나를 위로하기 위해 급급해서 노래를 만들다가 ‘아, 나 같은 마음이 또 있다고? 그러면 내가 누군가를 위로해 줄 수 있는 주제가 되려나? 나도 위로를 좀 해주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만든 곡이 < So When It Goes >에요. 그래서 제 음악을 좋아하신다고 하면 저는 한편으로 슬퍼요. 저는 음악을 절반은 사운드적으로 접근하고, 절반은 거의 감정으로 노래를 하는데 그 노래에 대중분들께서 공감해 주시고 저의 음악이 너무 좋다고 해주시면 기분이 좋긴 하지만 동시에 ‘저 사람은 어떤 하루를 살고 있을까, 저 사람은 속으로 지금 마음이 어떨까’ 이런 부분들이 궁금해요.



- 회사도 없이 혼자 모든 것을 다 하다 보면 멘탈적으로 쉽게 지치게 되면서 아티스트 사비나와 최민영을 구분 짓기도 어려울 것 같아요.


이 사회라는 곳 자체가 온전히 나로서 살아가는 곳은 아닌 것 같아요.

 

특히 제가 있던 곳이 병원이라 이성적으로 굉장히 철저하게 행동해야 되는 곳이었어요. 만약 응급실에 사람이 피 흘리면서 왔어도 마음 아파하면 안되는 거죠. 그럴 시간이 없으니까요. “어떡해”라고 걱정할 틈도 없이 로봇처럼 a부터 z까지 내가 이 사람을 위해서 실제적으로 해 줄 수 있는 것을 내가 해온 훈련과 익혀온 지식을 통해서 제공해 주는 것이 제 일이니까요. 거기에서 오더가 들어오면 그 오더를 한번 거를 수도 있어야 되는 거고요. 그러다 보니 퇴근을 하면 일할 때 아팠던 마음들이 뒤늦게 몰려와요. 그래서 항상 출퇴근 시간에는 버스에서 울면서 다녔어요.


지금은 임상이라고 하는, 환자를 대하는 파트가 아닌 검진센터에 있어요. 항상 8시에 일을 시작해서 5시에 퇴근하는 그런 매일매일 사니까 좀 안정이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과거의 날카로웠던 모습보다는 내가 내 삶이 좀 영위가 되면서 음악에도 영향이 있는 것 같아요.

 

가사에서 제일 많이 영향을 받았고, 멜로디에도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1집 음악 같은 경우는 멜로디에서도 갑자기 비수처럼 확 내려오는 찌르는 듯한 느낌이고, 가사도 날카롭고 친절하지 않은 부분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의 음악은 표현도 그렇고 좀 완곡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사비나앤드론즈의 사비나의 세계는 PART 2로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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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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