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단순한 것이 이긴다

글 입력 2024.02.11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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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글을 보고 전율이 튀는 경험을 했다. 감정이 날 것 그대로 팔딱팔딱 뛰어 강렬했지만, 질척이거나 소란스럽지 않다. 또 이목을 끄는 포인트를 잘 살려내 질질 끄는 느낌도 없었다.


짜릿함과 동시에 무력함이 밀려왔다.

 

타자를 쳐 완성하는 내 문장이 볼품없었다. 깜빡이는 커서만 노려보다 간신히 쓴 문장도 다시 지우길 여러 번. 허공 바라보는 시간만 한없이 길어진다.


문득 얼마 전 글 쓰는 사람들과 만나 나눈 이야기가 떠올랐다.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은 자신의 문장에 권태로움과 한계를 느끼고, 마치 처음 펜을 잡아 본 사람처럼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 모를 순간을 겪어 본 적이 있다고 했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


일명 ‘글태기’. 누구 하나 극복 방법을 알지 못했다. 누군가는 그냥 되는대로 글을 써 내려갔다가 이후에 그 문장들이 얼마나 구질구질한지 다시 확인한다고 했다. 다른 누군가는 이 시기가 지날 때까지 다른 사람들의 글을 꾸준히 읽거나 혹은 아예 글과 관계없는 일들에만 집중한다고 했다. 글이 다시 자연스레 내게 다가오는 타이밍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사실 이런 상황은 글쓰기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일을 하면서, 혹은 취미 생활을 하면서, 그것도 아니면 사람과의 관계 맺음에 있어서 비슷한 시기가 온다.


같은 자리에서 월등한 사람들을 지켜보는 것. 타고난 재능에 노력까지 더해져 이른 시기에 두각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한편으로 경이로움을 느끼고, 한편으로는 질투와 불안이 질척거리며 따라온다.


그럴 때는 맑았던 물에 한 발짝 내디딜 때마다 흙탕물이 일어나는 것처럼 순식간에 주위가 뿌옇게 흐려지고 어지러워진다. 얼룩과 소음이 가라앉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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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H는 나랑 알고 지낸 5년간 한결같은 모습이다. 늘 차분한 상태를 유지하고, 큰 프로젝트를 턱 추진하면서도 이를 꾸준히 잘 밀고 나가는 힘도 지녔다. 많은 것들을 성공 시켰고, 흔들리는 법도 없다. 감정이 밖으로 나타나지 않는 엄청난 태도도 지녔다.


H에게 물었다.

 

*


Q.너도 마음이 불안하거나 심란할 때가 있어?

 

당연히 있지. 대신 빨리 잊으려고 해. 불안해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면, 감정적으로 얽매여있는 게 손해인 거잖아. 좋아하는 것들 즐기면서 감정을 잊는 편이야. 보통은 맛있는 식사나 영화 한 편, 친구와의 만남이 마음을 다잡는 데 도움이 되지. 길게 보면 감정의 원인에 대해 현실적으로 생각하되 파생되는 감정을 재빠르게 잊는 게 나아. 내 성격이 타고난 건 아니고, 삶을 살아가면서 안정화되고 있다고 생각해.

 

 

Q.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잖아. 같은 업계에서 크게 성공한 사람들 보면 질투는 안 해?

 

전혀 안 해. 어느 방면에서 뛰어난 사람들을 보면 그냥 “오, 잘하네” 감탄하고 끝나는 편이야. 사람마다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질투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해. 각자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거니까, 각자의 할 일에 최선만 다하면 되는 거야. 만약 대결을 하게 되는 상황이라면 또 열심히 달려야겠지. 이기면 이기는 대로 다시 내 속도대로 매일 최선을 다하면 되고, 진다면 지는 대로 또 금방 잊어버리고 내 할 일에 최선을 다할 거야.

 

 

Q. 그럼 매일 오늘 당장의 순간에 집중하는 게 성격의 비결인 거네?

 

맞아. 인생 별것 없어. 매일 한 스텝씩만 발전하자는 생각으로 매 순간 사는 거야. 사실 모든 일상이 대단해야 하고, 새로워야 하는 건 아니거든.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 먹을 수 있으면 난 그것만으로 행복해.

 

 

Q.나한테 해주고 싶은 조언은?

 

너의 루틴대로 가. 지금까지 하던 대로 해. 그중 가장 중요한 건 그 과정을 즐기는 거야. 모든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의외로 단순하거든. 성실함, 그리고 본인의 일을 즐긴다는 것.


목표에 도달한 순간만을 바라보며 살지 말란 말이야. 사실 인생이란 시작과 끝이 분명한 게 아니고, 우리는 모두 살아가는 과정의 선상에 있어.


그 과정을 즐기며 살아봐. 매일 우리 일상에는 사소하면서도 특별한 것들이 많거든. 남과의 비교, 쓸데없는 감정에 휘둘리는 대신 우리 스스로에 더 집중하자. 좋아하는 걸 매일 계속하다 보면 원하는 목표에 도달한 너를 발견할 거야.

 

 

[김민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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