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썸네일이 된 아트워크를 기리며 - 영화 '힙노시스 : LP 커버의 전설'

‘좋았던 때’와 록, 그리고 스톰을 기억하며.
글 입력 2024.04.23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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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튠즈 노래 제목 옆에 있는 작은 사진들 알지? 그게 앨범 커버야

(...) 그리고 아빤 이거 때문에 몇 시간이나 회의를 했다고’

 


인내를 부수고 불평하듯 튀어나온 노엘 갤러거의 말에 관객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영화의 주인공인 ‘힙노시스(HIPGNOSIS)’와 그들이 제작한 엄청난 앨범 아트워크에 관해 한창 이야기하던 와중에 삽입된 인터뷰에서 나온 이야기다.

 

세대가 다르지만 역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밴드의 멤버인 아빠가 앨범 커버에 관해 시큰둥해 하는 딸에게 그것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에피소드다. 이 일화가 참 인상적이었는데, 어쩌면 이것이 요즘 시대 앨범 커버의 가치와 의미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제 앨범 ‘아트워크’는 더 이상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

 

그렇지 않은가? 그간 기술이 발달하며, 노래는 녹음이 되어 언제든 LP로 들을 수 있었다가, 손바닥 쫙 펼친 크기의 CD에 들어갔다가, 고작 손바닥에서 손가락을 제외한 면적만 차지하는 카세트테이프도 되었다가, 그냥 아예 보이지도 않게 휴대폰 속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분명 누군가 노래가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열심히 커버를 작업했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아름다운 이미지는 넘쳐난다. 그렇지만 이제 그런 이미지는 너무 작아져서 제대로 보이지도 않고, 이제는 그저 매일 쏟아지는 유튜브 뮤직 속 수많은 음악을 간단히 구별할 수단으로 전락해 버렸다. 정말로 엄지손톱만 한 썸네일로 전락한 것이다.

 

거대한 LP 껍데기에서 손톱만한 썸네일로의 전락.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이제는 음악의 기능과 음악을 소비하는 방식이 달라졌기에, 미니멀리즘이 유행해서 등의 이유를 대며 위로해본다. 그러나 시네필들이 여전히 화려하고 엄청났던 필름 시대에 대한 막연한 향수를 갖듯, 그 시대를 자유롭게 향유했던 사람이라면 모든 것이 ‘진짜’였던 시대에 대한 그리움은 당연히 느낄 수밖에 없다. 게다가 그 ‘진짜’를 진짜로 만든 진짜들이라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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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힙노시스를 소개해야겠다.

 

록 음악 아는가? 대충 느낌은 알겠는데 구체적으론 모르겠다고? 그럼 핑크 플로이드, 레드 제플린은 들어봤는가? 그들이 록의 굵직한 이름들이다. 들어 보긴 했는데 노래는 아는 게 없다고? 그럼 프리즘을 통과하는 무지개 빔 사진은 봤는가? 그게 핑크 플로이드의 대표 앨범 커버다. 여기까지 잘 따라왔다면 비로소! 당신은 힙노시스를 맞이할 준비가 됐다. 그 이미지를 만든 게 그들이니까.

 

힙노시스는 록 음악의 전설들의 LP 앨범 커버를 제작한 듀오다. 기획자 스톰 소거슨과 사진작가 오브리 파월은 팀을 이루어 수많은 독특한 앨범 커버를 작업했다. 영화 <힙노시스 : LP 커버의 전설>은 이들의 결성 과정과 시대별 작품을 짚어가며 커리어에 초점을 맞추며 힙노시스를 소개한다.

 

음악 역사의 한 시기를 활발하게 누비던 주요 인물들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에너지와 생기(혹은 광기)가 있었던 70년대의 분위기를 회상하기도 한다. 영화는 앨범 커버에 집중하는 척하며 당시 록 음악의 전성기를 함께했던 ‘그들’의 추억 여행을 슬쩍 흘려주는데, 이들의 이야기에서 드러나는 70년대는 기이하다 못해 어떤 때는 경악스럽기까지 하다. 그런 시기에 마치 가내수공업을 하듯 앨범을 제작했던 아티스트들의 일화 속에는 시대에 대한 그리움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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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에 대한 그리움은 영화의 연출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현재’ 혹은 ‘현실’을 나타내는 인터뷰와 영상은 모두 흑백이다. 흐릿한 흑백 화면들 사이에 등장하는 휘황찬란한 앨범 커버는 ‘진실한 것’, 오리지널리티가 존재해 순수하다고 느껴졌던 과거를 더욱 아름다워 보이게 한다.

 

사실 미적인 아름다움과 비교해 보았을 때 힙노시스의 앨범 커버 이미지 제작 과정은 다소 폭력적이기까지 하다. 출연자에 불붙이기, 물속에서 물구나무서게 하기, 온몸에 페인트칠하고 흐린 날에 바닥 기어 다니게 하기 등 생각나는 것만 해도 이 정도다. 지금의 아트, 디자인 ‘업계’에서라면 상상도 못 할 일이다. 그래서 이들과 이 시대에 혐오를 느끼냐 하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렇기에 이 시대가 매력적인 것이다. 이제 와선 쉽게 재현할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물리적으로는 가능하다. CG 기술은 우리를 간단한 구성으로 복잡한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게 했고, 나아가 AI가 방구석에서도 ‘예술적인’ 사진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것과 사하라 사막에서 축구공 60개에 공기를 불어넣는 것은 – 비록 우리의 눈은 실제와 컴퓨터가 만든 이미지를 쉽게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둔감하다고 해도 – 분명 다르다.

 

이 점에서 영화 <힙노시스 : LP 커버의 전설>은 탁월하다. 진심이 담기고, (그 진심에 담긴 폭력성 때문에) 다신 돌아갈 수 없는 시대를 관객의 눈앞에 적절하게 재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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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원제는 ‘Squaring the Circle’. 둥그런 LP판에 네모난 커버를 만들어 끼운다는 의미가 되기도, 동그라미와 정확히 동일한 면적을 갖는 사각형을 그릴 순 없기에 ‘불가능한 일’의 비유적인 표현이기도 하다.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기, 그게 힙노시스의 주된 특기였다. 게다가 그들은 그걸 걸출하게 해냈다. 우리는 절대 상상해 낼 수 없는 창의적인 아트워크의 향연을 5월 1일부터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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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나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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