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에게 그해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 그해 우리는 [드라마/예능]

글 입력 2022.02.10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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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이 원작인 ‘그해 우리는’은 SBS에서 21년 12월 6일에 시작하여 22년 1월 25일에 끝났다. 신선한 배우조합, 청춘 힐링물로 인기가 높았던 드라마다. 웹드라마 작가가 집필한 드라마라서 그런지 여태껏 본 드라마와 다른 씬연결법과 대사가 독특하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호기심 때문에 보기 시작했다. 사랑에 빠지게 된 것은 11화부터였다. 성장하면서 매력적인 캐릭터로 거듭나는 과정을 보면서 호감이 생겼고, 에필로그에서 완전히 반해버린 것이다. 깜빡이도 안 켜고 훅 들어와 사람 설레게 하는 것처럼, 복선 뒤에만 숨어 있었던 최웅의 서사가 툭, 나온 것이다.

 

밝은 분위기의 장면으로 시청자가 넋 놓고 아무 짐작도 못 할 때, 갑자기 남자 주인공의 상처를 드러냈다. 한 씬에서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뀌면 부자연스러울 수 있는데, 매우 자연스럽게 해낸 것을 보면서 제작진에게 손뼉을 쳐주고 싶었다.


가벼운 드라마인 줄 알았는데, 묵직한 드라마였다. 캐릭터 서사를 풀어가는 작가의 센스 있는 방식에 감탄했고, 묵직한 드라마를 좋아하는 나는 완전히 반해버렸다. 그런 드라마와 이별한 기념으로 ‘그해 우리는’에 대해 쓰기로 했다. 이번 글에서는 전체적으로 작품에 대해 다루는 것보다 작품 속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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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연수는 가난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주변인들과 잘 지낼 수 없었다. 가난 때문에 자존감이 낮아진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사람들에게 차갑게 굴었다. 매사에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유지한 것은 낮은 자존감을 들키지 않기 위함이었다. 힘들어도 태연한 척, 모든 문제나 갈등 앞에서 쿨한 태도를 취한 것도 나약한 본인의 모습을 숨기기 위해서였다.


국연수는 최웅과의 이별 앞에서도 쿨한 태도를 유지했다. 걱정하고 궁금해하는 웅이에게 늘 괜찮다고 했다. 본인이 처한 현실과 너무 다른 삶을 사는 웅을 보며 열등감을 느꼈다. 현실 문제를 감당하지 못하자 할머니에 대한 책임감과 자신 때문에 웅도 불행해질 거라는 염려 때문에 이별을 택했다.


그런 연수의 모습은 가까운 사람에게 단점이 되었고, 그 단점은 웅에게 큰 상처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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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웅은 버림받은 것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문제나 갈등을 회피하게 됐다. 직면해야 할 문제 또는 갈등 앞에서 싸우고 따지더라도 대화하고 맞춰가고, 풀어가는 경험을 겪지 않으려고 했다. 죽마고우 김지웅이 연수를 짝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도 회피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지웅은 그런 웅에게 서운함을 느꼈고, 죄책감만 커졌다.

 

회피하고, 잠수타고, 입 꾹 닫는 태도로 상대방을 답답하게 했다. 이는 연수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문제나 갈등부터 깊어지는 마음마저 회피하려 했던 웅은 연수에게 사랑한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연수가 더 웅에게 솔직하지 못하고, 의지할 수 없었던 게 아닐까 싶다. 웅은 연인 연수는 물론이고 친한 친구 지웅에게도 벽을 만들었다. 웅의 단점 역시 연수에게 큰 상처를 줬다.


국연수와 최웅의 단점은 트라우마, 상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 단점은 관계의 진정한 발전을 방해했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가까운 사람들 그리고 본인까지 아프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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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은 연수의 잘못에 의해, 연수는 자신의 가난 때문에 헤어지게 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되면서 우리의 이별에는 내 잘못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웅은 회피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상처 때문이니까 괜찮다며 합리화했던 자신의 모습을 봤지만, 개선할 용기가 없었다. 그래서 자신의 분신 같았던 강아지를 찾아갔다. 그 강아지 역시 상처 때문에 혼자 걷지 않으려고 했다. 늘 주인의 품에 안겨 있었다. 그런데 누구의 도움도 없이 스스로 극복하고, 혼자 뛰어놀게 된 강아지를 보면서 웅은 용기를 내본다.


연수는 웅을 다시 만난 후, 그가 한 말들을 귀담아들으면서 지난날의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봤다. 웅에게 더 상처 주기 싫고, 웅을 향한 마음이 깊어져서 연수도 달라졌다. 숨겨 놨던 자신의 따뜻함을 상대에게 보여주고, 힘들 때는 쿨한 태도 대신 감정을 표현했다. 마음을 숨기지 않고 솔직해졌다. 현실 문제 때문에 힘들어할 때도 이별을 택하지 않고, 웅에게 의지했다.


연수와 웅은 스스로 상처를 어루만졌고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성장했다. 두 사람은 서로 거리 두는 행동을 그만두고, 더 가까워지도록 노력했다.


보통 드라마는 남녀 주인공이 사랑하며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성장을 도와주는 것에 중점을 둔다. ‘그해 우리는’은 달랐다. 연수, 웅, 지웅, 엔제이는 스스로 상처를 들여다보며 치유하고,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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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그해 우리는' 홈페이지

 

 

작가는 어릴 적부터 받은 상처가 어떤 성격을 형성하는지를 악역과 선한 역이 아닌, 다양한 유형으로 표현했다. 드라마 속에서만 있을 법한 인물들이 아니라 ‘나’와 닮은 인물,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인물들을 그려냈다.


이 드라마가 청춘물에서 힐링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은 우리들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이 연수, 웅, 지웅, 엔제이와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상처에 의해 미처 자라지 못한 부분을 알아채고, 야무지게 쑥쑥 크는 그들을 보면서 시청자는 용기를 얻었다. 또 네 사람을 지켜보는 따스한 시선과 응원하는 마음이 자신에게 위로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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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상처,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무작정 상처나 트라우마 탓을 하고 합리화하는 것은 좋지 않다.


혼자 힘으로 극복할 수 없기에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상처, 트라우마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도와주는 이가 없다고 자신을 내버려 두지 말아야 한다.


우리의 내면은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데, 더 나은 사람으로 될 수 있는 앞길을 막지 않았으면 한다.


작가도 우리의 내면은 생각보다 단단하고, 따스하며 더 좋아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니 자신을 믿고 동굴에서 나와 보지 않겠냐고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우리에게 그해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 '그해 우리는' 최웅 내레이션

 


‘나’에 대해 생각해보고, 상처를 들여다보던 주인공의 스물아홉. 나도 ‘나’를 제대로 마주 보던 스물아홉, 그해였다.


그 후, 스물아홉의 해를 닮은 해가 또 오고, 새로운 해가 오기도 했다. 해가 반복되듯이 끝난 줄 알았던 성장의 길이 또 이어진 것을 보면서 지치고 막막할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은 것은 최웅의 내레이션처럼 아직 끝나지 않은 ‘그해’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힘들면 쉬다가 걸어가고, 뒤로 갔으면 다시 앞으로 올 수 있는 해가 남아있으니까.


성장의 길을 걸으면서 여러 과정과 결과들, 좋은 일과 나쁜 일들이 모인 여러 해는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었다. 앞으로 남은 해도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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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득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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