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진으로 세상을 움직이는 기록 저장소 - 게티이미지 사진전

글 입력 2022.02.07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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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에서 문맹은 글을 못 읽는 게 아니라 이미지를 못 읽는 것이다” - 발터 벤야민

 

사진의 등장은 많은 것을 바꾸었다. 순간의 장면을 완벽하게 찍어내는 사진이 전한 충격으로 회화엔 새로운 흐름이 생겨났다. 아침에 종이 신문을 펼쳐 뉴스를 '읽던' 옛날과 달리 저널리즘의 많은 부분이 영상과 이미지로 대치되며 지금은 뉴스를 '본다'. 최근, 여러 사진전을 관람하며, 그리고 직접 사진을 찍기도 하며 '사진의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저마다의 답이 다르겠지만 세계 최대 콘텐츠 아카이브 게티이미지는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라는 점에서 사진의 역할을 찾고 있는 듯하다. 이미지를 찾아보다 한 번쯤 지나쳤을 워터마크, 게티이미지는 인류의 현재와 과거를 기록하고 보관하는 아카이브이다. 이들은 1995년 런던에서 설립된 이래 26년간 인류의 기록을 이미지와 영상 매체로 보관하는 아키비스트 역할을 해왔다.

 

지금도 다양한 이미지와 영상, 음악에 걸친 콘텐츠를 보관하는 게티이미지의 웹사이트엔 "Moving the World"라는 문구가 크게 적혀 있다. 세상을 움직이는 사진들과 그에 얽힌 이야기들이 궁금하다면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게티이미지 사진전에 가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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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사진전은 '연결'이라는 키워드로 게티이미지가 보유한 4억 장 이상의 아카이브 중 330여 점의 작품을 엄선했다. 크게 2개 관, 총 5개의 섹션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번 전시는 '기록'과 '연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1관에서는 게티이미지가 보유한 방대한 아카이브를 통해 세계 곳곳의 종군 기자들이 기록해온 과거와 현재를 만나볼 수 있다. 한편, 2관에서는 기록보단 연결에 방점을 찍으며 전시를 구성했다. 나라도, 시기도 다르지만 비슷한 사건들과 그에 대한 기록을 연결 지으며 연대를 이야기하고, 팬데믹 시대의 우리에게 희망과 위로를 전한다.

 

 

 

과거와 현재의 기록, 그에 얽힌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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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York Construction Workers Lunching on a Crossbeam,

ⓒ Photo by Bettmann/Getty Images 1932.09.20

 

 

세계 최대의 기록 저장소라는 명성에 걸맞게 이번 전시에선 우리가 한 번쯤 보았을 유명한 사진들이 함께 섞여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진이 바로 <철제 빔에 앉아 점심을 먹고 있는 뉴욕의 건설노동자들>일 것이다.

 

보기만 해도 손에 땀이 날 정도로 위태로운 높이의 철제 빔에서 11명의 노동자들은 점심 식사를 즐기고 있다. 그 어떤 안전장치도 없이 말이다. 해당 사진은 미국 록펠러센터 RCA 빌딩 건설 현장에서 찍힌 것으로 본래는 록펠러 플라자 홍보 목적으로 찍힌 사진이라고 한다.

 

부와 희망을 상징하는 드높은 건물 이면에 안전장치 하나 없이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모습은 대공황의 영향을 미처 벗어나지 못한 당시 미국의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높은 실업률과 마이너스인 GDP, 그 속에서 선택 아닌 선택으로 위험한 환경에서 일할 수밖에 없었을 노동자들의 현실을 담은 이 사진은 세상을 변화시킨 100장의 사진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사진을 보다 보면, 사진 한 장을 보는 것에 그치고 그에 담긴 이야기나 상황은 알지 못한 채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특히, 많은 사진들을 나름의 맥락에 맞게 구성하고 보여줘야 하는 전시에서는 사진 하나하나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들이 생략되고 편집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는 한 사진이 가진 이야기와 상황적 맥락을 짧게나마 전달하고자 하는 노력이 빛났다. 사진이 가진 이야기와 그 사진을 찍은 사진작가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사진을 관람하는 게 이번 전시를 최대한으로 즐길 수 있는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시간도 장소도 다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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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후반부에서는 찍힌 시기도, 장소도 다르지만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는 사진들을 연결해서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이번 전시는 한쪽 벽면에 화면을 여럿 부착해 연결된 사진들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 '이게 정말 다른 시기에 찍힌 사진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닮은 모습과 그 웅장함에 의자에 앉아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사진은 대부분 전시 상황이나 전쟁 후 폐허가 된 도시, 그 사이의 아이들, 행진 등 역동적이고 치열한 장면들을 담고 있다. 1960년 쿠바에서 찍힌 체게바라의 행진과 1965년 찍힌 미국의 인권 운동가 마틴루터킹의 행진은 시간의 간극이 무색하게 닮아 있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 연결된 장면들은 그동안 장애물을 핑계로 다소 무심할 수 있었던 사건들에 현실감을 부여한다. 지금 이 순간 지구 어딘가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상상력이 더해지면 과거로만 치부했던 일들에 경각심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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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Fidel Castro and Osvaldo Dorticos, 1960.03.01

(아래) Selma to Montgomery March, 1965.03.01

 

 

전시의 마지막은 코로나로 힘들었던 지난날의 우리를 응원하고 위로하기 위해 구성되었다. 과거에도 역병은 존재했고, 우리는 그때마다 나름의 방식으로 힘든 시기를 극복해왔다.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사망하게 한 흑사병이 돌았을 때, 당시 사람들은 인류가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였지만 우리는 여전히 존재하고 새로운 역병 코로나와의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2년 내내 마스크를 쓰고 지낸 우리와 닮은 모습들, 그리고 이젠 아득해져 버린 팬데믹 이전의 밝은 일상을 담은 사진들은 약간의 향수와 그럼에도 이겨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주는 것 같다. 1937년, 할리우드에서 대유행했던 독감은 감염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끼고 영화 키스신을 촬영할 정도로 꽤나 치명적이었다.

 

이 사진을 보며 그렇게 치명적이었던 독감이 오늘날에는 예방주사의 등장으로 치명률이 감소한 것처럼 언젠간 코로나도 그냥 앓고 지나가는 감기 같은 존재가 되지 않을까, 그리고 다시 이전처럼 마스크 없이도 지낼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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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찍는 순간보다 훗날 그 사진을 다시 꺼내볼 때 가치가 입증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사라져버릴 수도 있는 순간들을 기록하고 오랜 시간 소중하게 저장해온 아키비스트, 게티이미지의 존재가 참 반갑다. 지난날들을 담은 330여 점의 사진들이 이번 전시를 통해 다시 빛을 발한 것처럼 앞으로의 기록들도 차곡차곡 쌓여 훗날 또 다른 전시로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란다.



 

[이영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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