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셉션, 인터스텔라, 다크나이트.
너무나도 유명한 이 세 영화에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영화감독이 크리스토퍼 놀란이라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음악감독이 한스 짐머라는 것이다.
영화 덕후라면 모두가 알 한스 짐머, 혹 이름이 낯설다고 하더라도 영화 ost를 들으면 '아~ 이 노래가 이 사람이 만든 거였어?'라고 할 그의 명곡들을 엄선해 한 데 모은 공연 <한스 짐머 영화 음악 콘서트>가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막을 열었다.
한스 짐머를 처음 알게 된 건 영화 <인터스텔라>를 통해서였다.
긴박한 상황 속에서 흘러나온 한스 짐머의 음악은 단순한 배경음악이 아니라 서사를 강화하고 관객의 몰입을 돕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다소 낯선 오르간 선율과 반복적인 멜로디, 그 안에서 고조되는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오롯이 전달하는 한스 짐머의 음악을 통해 영화 음악의 중요성을 처음으로 체감했다.
영화 음악의 거장, 한스 짐머는 독일 태생의 작곡가로 1980년대에 데뷔한 이래 지금까지 가장 왕성하게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작곡가 중 한 명이다. 캐리비안의 해적부터 라이온킹, 인터스텔라와 인셉션까지. 수많은 명작 뒤엔 그의 음악이 함께였다.
단순히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이야기와 어우러지고 또 이야기를 강화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 수 있을지 고심한 덕분일까. 그의 음악은 영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 관객들에게 황홀한 경험을 선사한다.
영화를 볼 때 한스 짐머의 음악이 서사를 강화하는 든든한 조력자였다면 이번 공연은 조력자에 머물렀던 한스 짐머의 음악이 주연으로 등장하는 자리였다.
공연은 단연 한스 짐머의 곡 중에서도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인터스텔라의 First Step으로 시작해 총 14곡을 구성으로 진행되었다. 가장 좋아하는 인터스텔라의 OST를 들을 땐 장엄한 오르간 소리에 압도되었고 마지막 메들리로 연주된 캐러비안의 해적 OST를 들을 땐 공연이 끝나간다는 사실이 아쉬울 정도로 빠르게 시간이 흘러갔다.
2021년 첫 선을 보인 이후 이번이 네 번째 공연인 덕분인지 김재원 지휘자와 WE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 합은 아주 매끄러웠다. 70인조 풀 편성 오케스트라만이 선보일 수 있는 다채롭고 풍성한 선율이 때로는 일렉 기타나 드럼과도 어우러지며 영화 속 그 음악을 재현했다.
이전엔 조력자로서의 음악이 영화를 더 잘 감상할 수 있도록 도왔다면, 이번 공연에서는 음악을 들으며 영화 속 장면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동시에 각각의 악기 소리와 이들이 어우러지고 풍성해지는 과정을 보다 면밀히 살펴볼 수 있었다.
오케스트라 공연은 상대적으로 접근이 쉽지 않은 만큼 오랜만에 관람한 오케스트라 공연이었다. 한때는 클래식 음악을 꽤나 좋아했었는데 잊고 있던 나의 취향을 상기할 수 있는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클래식은 지루하다고,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도 친근한 영화 음악으로 좀 더 쉽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는 공연이기에 적극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