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공존의 가치 - 싱커 [도서]

자연이 아예 없는 곳, 가상의 세상에서 배우는 공존의 참값
글 입력 2021.09.21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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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는 셀 수 없을 정도의 많은 동식물이 살고 있다. 우리는 평소에 거의 인식하지 않지만, 사람 역시 생태계의 한 일원이다. 생물 계통 분류에 따르면 갈래의 시작에서부터 사람에 이르기까지 수 회의 분류를 거쳐야 한다.


특정 종교를 믿지는 않더라도, 전 시기를 통틀어서 지구에 살았거나 현재 사는 모든 종(種)을 세팅한 조물주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아니, 사실 조물주는 있는 것 같다. 흡혈을 통해 온갖 전염병을 옮기고 우리에게 가려움을 선사하는 모기의 습성은 누가 설정한 걸까? 왜 닭은 태어나면 노랗다가 크면 불그스름해질까? 왜 고추는 맵고, 씀바귀는 쓰며, 포도는 달까? 모든 생명체는 왜 하필 그 모양과 그 색깔과 그 특성을 가질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겨우 해결해나가도 장벽과도 같은 거대한 질문들이 또 가로막고 있다. 아무튼, 조물주가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라는 종을 만들기로 마음먹었을 때, 그 종이 몇십만 년 뒤 지구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가히 상상이나 했을까? 인간은 동물이지만 자연에서 살아남기 위해 동물임을 ‘잊는’ 쪽을 택했다. 생물의 상위 개념으로 올라서며 다른 종을 좌지우지하는 위치가 된 것이다.

 

 

한편으로 미마는 자괴감이 들었다. 이 조그만 곤충들의 삶을 바깥에서 내려다보는 사람들은 상상도 할 수 없겠지. 그러면서 무시하고 잘난 척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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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무려 동식물 100만여 종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이제는 지질 시대에 있었던 다섯 번의 대멸종을 이어, 인간이 인간까지도 스스로 절멸시키는 여섯 번째 대멸종이 진행 중이라고 학자들이 입을 모아 말한다. 종 다양성 유지에 적신호가 켜진 지 오래다.


그런데 종 다양성을 왜 유지하는 것이 좋을까? 삶에 꼭 필요한 곡식과 동식물만 기르면서 인간끼리 짝짜꿍하며 잘 먹고 잘살 수 있지 않을까? 데자르댕의 ‘환경 윤리’라는 책에는 종 다양성의 필요성을 ‘정서 함양’이라는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 예컨대, 후손들이 원숭이와 만나는 것이, 원숭이가 멸종하여 후손들이 존재 자체도 모르는 것보다 사람이 생각을 키워나가고 풍요롭고 교양 있는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눈이 시큰거리도록 푸르른 하늘을 처음 본 순간, 미마의 가슴 속에 결코 씻겨나가지 않을 이상(理想) 하나가 자리했다. 미마가 살던 때는 지상에서 인간이 더는 살 수 없어진 먼 미래. 인간이 지상과의 단절을 선언하고 지하에 만든 도시인 ‘시안’에서 나고 자란 미마는 태어나서 처음 본 하늘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하늘의 존재를 모른 채로 시안에서 계속 살아갈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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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번 본 이상, 가져야 했다. 그것도 모두가 공평하게 말이다. 모든 걸 내팽개치고 땅속으로 숨어 들어간 인류는 신분제를 부활시켰다. 지하 도시 시안을 세우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바이오옥토퍼스 사의 관계자들이 우위 계급을 점하고 있었다. 그들은 신분뿐 아니라 심지어 유전자마저도 공부 잘하는 것, 질병이 발생하지 않는 것 등으로 바꿔서 모든 분야에서 앞서나갔다.


반대로 비시민 계급은 그들이 사는 마을 메이징타운을 벗어나는 순간 곧장 단속의 대상이 되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비시민 계급을 중심으로 ‘싱커’라는 게임이 시나브로 퍼지기 시작했다. ‘싱커’ 속에서 플레이어는 자신이 정한 동물이 되어, 신(新)아마존을 거니는 해당 동물의 감각을 모두 느낄 수 있고 실제로 동물의 움직임을 조종할 수도 있다.


이렇게 ‘싱커’를 통해 인간 이외의 동물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 비시민 계급의 아이들은 한데 모여 동물의 행동을 따라 하는 축제를 열며 하나로 뭉치고, 시안 시 당국은 이를 불법 행위로 간주하며 강경하게 진압했다. 이 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하자, ‘싱커’를 추종하는 보통의 시민들이 세상을 바꾸기 위한 시도를 하는데...

 

 

미마는 말문이 막혔다. 거기까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과연 시안이 변할 수 있긴 할까? 시안은 구세계의 온갖 모순이 압축된 캔과 같은 곳인데 연약한 우리 힘으로 바꾼다는 게 가능할까?


 

**

 

 

“말씀하신 대로라면 동조는 어디에나 있겠지요. 별의 형성, 행성계의 자전과 공전…… 생명체의 발생과 진화…… 의식의 탄생…… 그리고 사랑. 동조란 무수한 행위자의 무수한 행동이 이루는 복잡한 그물 속에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패턴이자 변화가 아닐까요.”


 

소설 ‘싱커’를 통해 작가는 ‘연대의 힘’을 얘기하고 싶었다. 하릴없이 하루하루 살아가던 비시민 계급의 아이들이 동물과의 동조를 통해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고, 동시에 시안 시의 부조리함에 맞서 싸울 동지를 얻는 과정을 한 컷 한 컷 보여준다.


‘편리를 위한 파괴’보다 ‘공존’이야말로, 결론적으로 인간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 귀에 딱지가 질 정도로 많이 들어봤으나 정작 그 가치에 대해서 나와는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내가 무슨 실천을 할 것은 없다는 이유로 평가절하하던. 공존해본 적이 없는 미래 도시 시안의 아이들이 그 가치를 깨닫고 큰 힘을 발휘하는 ‘싱커’ 속 장면을 통해, 이미 나이는 어른이 되었지만 아직 배워야 할 점이 많은 나는 청소년 소설에서 또 한 가지를 배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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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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