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하늘이 마법을 부렸던 순간들

소소한 행복을 가져다주는 하늘
글 입력 2021.09.06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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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충청도, 어느 한 식당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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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분홍색으로 뒤덮인 하늘. 눈앞의 광경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여기가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몽환적인 색감의 하늘에 넋을 잃었다. 함께 있던 사람들 모두 말없이 카메라를 들더니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때는 재작년 여름, 방학 동안 잠깐 청소년 캠프의 스텝으로 일하던 시기였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왔을 때 이 하늘을 발견했다. 저도 모르게 감성에 젖어들게 하는 이 하늘은 매일같이 100명이 넘는 아이들을 관리하면서 힘들었던 몸과 마음을 위로해주는 듯했다.

 

이제 막 성인이 되어 자유를 만끽하던 내게 '스텝'이란 직무는 조금 버거웠던 것 같다. 이것저것 통제받는 것도 많았고, 온종일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일했기에 체력적인 한계도 느껴졌다. 또한, 몇몇 실수 때문에 팀장님과 팀원들에게 혼났을 때는 서럽고 분하기도 해서 감정이 오락가락했다.

 

이처럼 사회의 쓴맛을 본 후 지칠 대로 지쳐있던 내게 이 하늘은 사막의 오아시스 같았다. 예쁜 하늘을 감상하는 것만으로 에너지가 차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하늘을 보기 위해 열심히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면서 앞으로도 이를 보기 위해 더욱 힘차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그 덕분인지 스텝 일도 보람차게 마무리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2 – 여의도 한강, 계단에 앉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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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간직하고 싶을 정도로 좋아하는 사진. 한창 한강의 매력에 빠져서 몇 주 간격으로 갔을 적에 찍은 사진이다. 이때는 친한 친구와 함께했을 때로 주황빛 노을이 예쁘게 지고 있는 하늘을 찍었다. 파랑과 주황의 그라데이션, 연기처럼 흩어진 구름, 건물의 반짝이는 불빛들, 여유롭게 경치를 구경하는 사람들이 한 폭에 담긴, 정말로 그림 같았던 순간이었다.

 

내 눈앞에서 찍은 1인칭 시점의 사진이라서 그러할까? 이 사진을 볼 때마다 그 당시로 돌아가 하늘을 감상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잠시 스쳐 지나간 깜짝 선물 같았던 노을. 이를 두 눈으로 담고, 사진으로 기록해서 다행이다.

 

무엇보다 한강은 경치를 감상하러 가는 장소라고 생각한다. 모든 생각을 비운 채 경치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이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라면 그 행복은 배가 된다.

 

오랜 친구들과 가만히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고, 맛있는 음식과 시원한 맥주를 먹으며 있을 때는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다. 내겐 이러한 소소한 행복이 하루를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가장 좋아하는 장소인 한강에서 아름다운 하늘을 볼 때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을 듯한 기분이 든다. 모든 짐을 내려놓고 휴식할 수 있는, 이 공간에 존재한단 이유만으로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건 덤이다.

 

갈 때마다 새로운 하늘로 나를 반겨주는 한강. 다음에는 어떤 하늘로 나를 놀라게 할지 궁금하다. 하루빨리 코로나 19가 완화되어 맘 놓고 경치를 감상하고 싶다.

 

 

 

#3 – 시흥의 한 카페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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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유난히도 구름이 예뻤던 날이다. 마치 솜사탕을 이리저리 잡아 뜯은 듯한 모양새지만, 이 때문에 오히려 자유분방한 매력을 풍긴다. 노을 속 일렬로 늘어선 나무, 가로등, 전선과 그 위를 유영하는 듯한 분홍빛 구름은 로맨스 영화의 한 장면으로 등장해도 될 정도로 낭만적이다.

 

이는 시흥의 끝자락에 있는 카페에 도착해서 발견한 하늘로, 화려한 인테리어와 장식이 돋보이는 카페의 분위기를 살리는 데 적합했다는 생각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들은 구름보다 하늘의 비중이 더 컸다고 하면, 이는 구름이 더 큰 비중을 가지고 있는 사진이다.

 

보통 하늘이 예쁘다고 말할 때 함께 언급되는 대상은 구름이지 않은가? 평범한 하늘도 멋진 구름을 만나면 한 폭의 그림으로 변신한다. 이 사진의 구름 역시 하늘이 제집인 듯 자신을 넓게 펼쳐놓음으로써 더욱 환상적인 하늘을 완성했다. 미래에 이와 비슷한 구름을 만나게 되면 괜히 반가운 마음이 들 것 같다는 생각이다.

 

*

 

하늘은 시간, 장소, 상황에 따라 계속해서 변화하며 각기 다른 인상을 남기는 듯하다. 마치 마법을 부리듯 환상적으로 다가온 하늘 덕분에 잠시나마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내 하루의 원동력인 하늘에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는 인사를 전하며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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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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