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누군가의 세계를 들여다본다는 건 - 아트인사이트 Vol.1

글 입력 2021.08.21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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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 에디터를 시작하고서 이전보다 더욱 확고히 자리 잡은 습관이 있다면, 하루 중 틈틈이 아트인사이트 플랫폼에 들어와 새로 업데이트된, 혹은 이미 올라와 있는 다양한 분야의 글을 찾아 읽게 된 것이다. 일정이 바빠 차마 훑어보지 못하는 날엔 잠자리에 들기 전 어딘가 허전하고 찜찜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아트인사이트를 통해 이전까지 생각지도 못했거나 별 관심을 두지 않았던 분야의 글들을 타인의 언어로 접할 때면 늘 세계관이 조금씩 확장되는 기분 좋음을 느낀다. 특히나 그 속에서 사유의 흐름이 듬뿍 느껴지거나 지극히 사적이고 솔직한 이야기를 마주할 때면 더욱 그렇다.


나는 평소에도 지인들과 함께하는 자리면 개인적인 이야기를 털어놓기보다는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 걸 더 좋아한다. 개인사를 말하기 부담스러워 그러는 건 아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그저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그이가 지닌 환경이나 가치관 등을 통해 나의 세계도 함께 확장되어 감을 오롯이 느낄 수 있기 때문에다. 따라서 다소 내성적인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 MBTI에서 매번 E가 나오는 것이 조금은 의아스럽긴 하지만 – 가슴 속에 품고 사는 이야기와 생각들이 많아 외부 만남에서는 수다스러운 사람을 좋아하는 편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사색을 즐기고 이런저런 주제로 재잘재잘 떠들 수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적당히 무거우면서도 또 적당히 가벼운 사람. 이는 글도 마찬가지다. 글에는 한 사람의 일대기나 일상을 포함한 가치관, 신념, 지식 그 모든 것이 맞닿아있기 때문에 누군가의 글을 읽고 그의 세계관을 살포시 들여다본다는 건 상당히 가슴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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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른 이들의 사적인 글 읽는 걸 좋아하는 것은 그만큼 내게도 좋아하는 것들이 차고 넘쳐서일지도 모른다. 나를 정의하는 것들이라면, 사진으로 순간을 기록하는 걸 좋아해 몇 년 전 상당한 거금을 들여 캐논 카메라를 장만하곤 미국 여행 내내 들고 다니며 마음껏 추억을 담아낸 것, 가리는 장르 없이 모든 종류의 영화를 즐겨보는 것, 10년 넘게 반려견과 함께 생활한 이력이 있고 동물권으로 채식을 시작했을 정도로 동물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사람. 또 적당히 좋은 운동 신경 덕분에 초등학교 때부터 매년 체육대회마다 빠짐없이 계주 선수로 뛰고 미국 육상부에서 활동하며 여전히 러닝과 걷기, 산책을 좋아하는 사람.

 

덧붙여 동백꽃을 좋아하고, 글은 주로 새벽 시간대에 쓰는 걸 좋아한다. 좋아하는 음악과 커피와 함께. 컴퓨터 앞 창문 밖으로 눈비가 오거나 겨울 배경이면 더욱 금상첨화다. 학창시절 아이돌 덕질은 기본이요 과몰입이 주특기인 사람. 콘서트와 페스티벌을 무척이나 좋아해 코로나 사태로 상당히 좌절감이 큰 상태. 또 본인은 윤 씨 성이지만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영향으로 성이 권 씨인 사람을 만나면 은근슬쩍 호감부터 느끼고 보는 막무가내 타입. 글쓰기 자체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도 좋아하는 대상을 글로 풀어내는 건 좋아하는, 조금은 모순적인 사람이다. 따라서 나의 글보다는 다른 사람의 글 읽는 걸 조금 더 선호하는 편이기도 하다.

 

이렇듯 좋아하는 것도 많고 사람과 대상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내가 38명 에디터의 각기 다른 이야기가 담긴 책 「아트인사이트 Vol.1 –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방식」에 본능적으로 이끌린 것은 당연하다.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와중에도 나는 해당 도서의 문화 소식이 올라오자마자 한 치의 고민도 없이 향유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글을 차례로 읽어내려가며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아, 이 책 앞으로도 두고두고 꺼내 읽고 싶다’였다. 대체로 모든 글이 쉽게 읽힘에도 하루 만에 다 읽어버리고 싶지 않아서 며칠 간격으로 끊어 읽었다.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아껴두고 싶은 마음에 눈으로만 훑어본 글도 있지만 말이다. (물론 후일에 다시 정독할 것이다)

 

각기 다른 언어와 목소리로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방식으로 풀어낸 이들의 이야기. 즉 누군가의 세계를 글로 들여다본다는 것은, 글쓴이와 나의 내면이 언제든 맞닿을 수 있다는 점에서 종종 휘발되곤 하는 현실 세계의 쌍방향 소통보다도 더욱 내밀하고 은밀한 무언가일지도 모른다. 단언컨대 사람과 이야기를 좋아하고,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해당 도서 「아트인사이트 Vol.1」과 쉽게 사랑에 빠질 수 있을 것이다. 나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이름 모를 이들의 열정 가득한 이야기를 듣는 것은 늘 가슴 뛰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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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글을 언급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특히나 언급하고 싶은 글이 있다면 책을 읽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만나게 된 <뮤지컬 '레베카'에는 왜 여자 주인공 이름이 없을까?> 편이다. 평소에 뮤지컬과는 동떨어진 사람이지만, 뮤지컬과 소설을 기반으로 한 영화는 자주 접하는지라 우연의 일치로 책을 받기도 며칠 전에 히치콕 감독의 영화 <레베카>를 관람하였다. 제목을 읽고, 글에서 소개하는 시놉시스로 눈을 옮기자마자 ‘뭐? 며칠 전에 봤던 그 레베카?’라고 탄성을 내지르며 반가운 마음에 급히 글을 읽어내려갔던 기억이 뚜렷하다. 해당 글은 ‘구체제에서 신체제로의 이행’이라는 부제목 아래 뮤지컬 <레베카>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글을 전개해간다.


저자는 뮤지컬 <레베카> 흥행의 주요 요인이 여자 주인공의 이름을 특정 이름으로 하지 않고 이히(나)라고 설정한 것에 있다며 생각을 전했다. 이미 해당 내용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나로서는 흥미로운 대목이 아닐 수가 없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영화에서 여자 주인공으로 등장한 인물의 이름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 것이었다. 댄버스 부인, 레베카, 막심의 이름은 기억 속에 뚜렷이 남아있는 걸 보면, 영화에서 주인공의 이름이 언급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제야 책을 읽으면서 서서히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무엇보다 영화를 보면서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지점, 예컨대 주인공 이히(나)를 신체제로, 레베카를 기존의 구체제로 바라보는 관점이라든지 이를 기반으로 전개해나가는 분석 자체가 영화를 완전히 색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들어주어 무척이나 흥미롭게 다가왔다.


책 「아트인사이트 Vol.1」에는 38명의 저자에 따라 38개의 독립된 이야기가 기고되어 있으므로 꼭 순서대로 읽어야 한다기보다 그날그날 마음 감에 따라 원하는 글을 골라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아직 <레베카>의 세부적 내용을 알지 못한다면 – 조그만 반전과 함께 고전의 정석에 따른 재미난 시놉시스가 기다리고 있으니 – 책이든 뮤지컬이든 영화를 통해서든 특정 매체를 통해 작품을 어느 정도 숙지한 상태에서 해당 글을 읽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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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에 미치도록 열정 가득한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머릿속엔 거듭 ‘나도 이렇게 열정을 다하던 것이 있었나?’라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물론 현재의 삶에서 가장 빼놓을 수 없는 요소를 꼽으라면 당연히 고민도 않고 ‘영화’를 택하겠지만, <나를 좋아하는 너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 편에서 언급된 대로 나 역시도 영화에 대한 애정이 사그라들던 때가 있었고, 또 앞으로도 그런 날이 매번 닥칠 것이 분명했다. 해당 저자는 한때 영화가 좋아서 미칠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며 영상 이론을 공부하고선 직접 촬영과 편집을 하고, 시나리오 각본까지 작업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현재로선 영화를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고 적당히, 미지근하게 좋아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오래 적부터 타올라 – 비록 지금은 미지근해졌을지라도 – 여전히 가슴 속 불씨로 남아있는 나의 열정은 무엇인가? 기억은 자연스레 나를 중학교 때로 이끌었다. 그 시절 대개 또래 친구들이 그러했듯, 나도 한 k-pop 그룹을 좋아하고 있던 터였다. 노래부터 외모, 성격까지 삼박자로 취향에 딱딱 맞아떨어져 운명처럼 이들을 만나고 나선 그 누구보다 열정을 다해 좋아했다. 생각만 해도 실실 웃음이 나고, 금방이라도 좋아서 미칠 것만 같았다. 일정을 마치고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들었던 노래를 반복해서 듣고 또 듣고, 이전에 놓쳤던 예능을 뒤적이기도 하며 이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직접 사 읽기도 했다.


대책 없는 열정은 계속해서 나를 쉬지 않고 끓어오르게 했다. 당시에 콘서트 갈 돈이 없었던 나는 부모님을 설득해 콘서트 표를 걸고 전교 등수로 내기를 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진 – 시험에서 평균 미만인 과목이 드문드문 보일 정도로 – 공부에 그리 열정을 보이던 학생이 아니었는데, 콘서트를 가겠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학기가 지날수록 성적이 미친 듯이 솟아올랐다. 전교 등수는 한 번에 몇십 층을 뛰어오르며 본디 세자릿수였던 것이 점점 두 자릿수, 한 자릿수로 줄어들었다. 콘서트뿐만 아니라 종종 학원을 빼먹기도 하면서 개인 행사나 공개 팬 사인회를 구경하러 먼 거리를 한달음에 달려갔음은 물론이다.


인생에서 과분한 행복감을 느끼고 크게 성장했던 시기엔 늘 그들의 기억이 함께 깃들어있었다. 그때만큼이나 무언가에 미치도록 열정을 쏟았던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이미 10년의 세월이 훌쩍 넘은 이제는 그 열정이 많이 미지근해지긴 했지만, 마음속 불씨는 여전히 꺼지지 않고 제빛을 발하고 있다. 지금도 길거리를 지나다 우연히 옛 노래를 접하고, TV 속에서 광고나 예능을 통해 이들의 모습을 다시 마주할 때면 자동으로 가만히 멈춰서서 온몸에 저릿저릿한 전율을 느끼곤 하니까. 마음은 꺼졌어도 몸은 여전히 그 열정을 기억하는 모양이었다.


「아트인사이트 Vol.1」을 읽으며 어린 날의 기억은 그렇게 빠른 속도로 나의 머릿속을 잠식해갔다. 오래도록 잠들어있던 나의 열정을 깨워준 누군가의 짙은 열성. 개개인이 갖는 이야기의 힘이 이토록 강하다는 사실을 책을 읽으며 다시금 깨달았다. 따라서 이는 해당 도서가 갖는 또 다른 묘미이자 개성이고 잠재력이며, 곧 강점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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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글에 고개를 끄덕이고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로 내게 새로운 세계를 소개해준 글도 있었다. 뮤지컬이나 전시 관련 글이 특히 그렇다. 살면서 전시회를 가본 기억이라고는 손에 꼽을 정도인 내게 <전시를 좋아하는 방식> 편은 국립현대미술관이나 예술의전당뿐 아니라 본문에 언급된 전시공간 ‘별관’을 가보고 싶게 만들기도 했다. 가정집이 있을 것만 같은 상가 2층에 직접 문을 열고 들어가 전시를 보는 방식이라니! 이전까지 전시라고 한다면 그저 규모가 큰 건물 안에서 로비를 통해 입장권을 제시하고, 안내원의 안내에 따라 입장하는 방식밖에 떠올리지 못했던지라 기존의 미술관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는 별관의 전시실이 매우 새롭게 다가왔다. 글을 읽고 올해 내론 꼭 전시회를 가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강하게 들었다.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돌고 돌아 내게 스며들어준 ‘영화’> 편까지 영화를 사랑하고 영화인을 희망하는 이의 가슴 설레는 이야기를 읽으며 더욱 기분 좋게 책을 끝마칠 수 있었다. 해당 글에서도 언급됐듯이 나도 저자처럼 영화감독이나 시나리오 작가보다는 한 편의 좋은 영화를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으면서 이런저런 공감이 많이 가는 글이었다.

 

끝으로 책에 대한 인상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뭐랄까. 여행지에 들고 가 마음 가는 대로 한 편씩 꺼내 읽고 싶은 책이다. 개인적으론 오래도록 소중히 간직할 수 있는 책을 만난 것 같아 기분이 달뜨기도 한다. 앞으로도 자신만의 취향과 흔적, 그리고 열정을 이야기하는 책을 많이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다.

 

 

[윤아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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