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인간 중심의 사상과 철학을 화폭에 담다 [미술]

산정 서세옥 山丁 徐世鈺
글 입력 2021.06.30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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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묵은 동양화를 대표하는 독특한 재료이다. 빛이 엷은 먹물이 종이에 스며들어, 있는 그대로를 그리기보다 그리는 사람의 내면적인 고유한 정서의 깊이를 표현한다.


일전에 수묵화를 배운 적이 있다. 직접 그려본 수묵화는 특정 주제를 드러내기보다 개인의 정서를 표현하는 매개체라 할 수 있었다.

 

붓을 잡고 있는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당시 난초를 그리는 데 매끈하게 그려지지 않고 자꾸 어긋나는 것이 매우 어려웠던 기억이 있다. 복잡한 감정과 불안한 정서를 가지고 작품에 임했던 것이다.


나에게 예술 활동이란 인간이 경험하는 모든 것들을 미적 작품으로 표현하여 자신의 내면 욕구를 드러내는 것이다. 예술 서적을 읽고 예술 활동을 경험해 본 후 깊이 생각해 본 나만의 결론이다.

 

다만 수묵은 유일하게 다른 회화 매체로도 대신하기 어려운 작가 내면의 고유한 정서의 깊이까지 표현하는 것이 가능하다. 전통적인 재료로서 고전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추상 표현을 하는데 효과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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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세옥 <사람들> (2010)

 


수묵의 극도로 압축된 선만으로 사람의 움직임과 형체를 화폭에 담은 작가가 있다.

 

산정 서세옥 작가의 <사람> 시리즈는 개별적인 형상이 아닌 묵선의 흔적으로 사람의 이미지를 표현했다. <사람들>(2010)은 한자 ‘人’으로 사람 형상을 만들어 놓은 듯 보인다.

 

가장 단순하면서 함축된 몇 개의 선만으로 풍부한 동작과 표정을 동시에 지닐 수 있는 인간을 그려낸 것은 보면 볼수록 감탄을 자아낸다.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 여기고, 자연에 귀의해 가는 인간의 모습을 독창적으로 찾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서세옥 작가는 자신이 그리는 검은 사람의 형태가 마치 그림자와 같다고 말한다. 붓으로 그린 사람의 형태는 작가의 분신이기도 하고, 마음을 비우고 바라본 세상의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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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세옥 <춤추는 사람들> (1977)

 

 

<춤추는 사람들>(1977)을 보자.

 

홀로 외로워하거나 울부짖는가 하면, 사람들은 서로를 팽팽하게 밀고 당기고 있거나 즐겁게 어우러져 춤을 춘다. 이는 현대인들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준다. 현대인들의 복잡한 내면과 관계들을 다양하게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붓과 먹물, 수묵화의 우연적인 기법은 이를 탁월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서세옥 작가의 작품들은 전통과 미래, 그리고 동양과 서양을 잇는 지점에 위치한 듯하다. 작품의 형태는 단순하나 작품이 주는 메시지와 영감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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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세옥 <산> (1995)

 

  

<산>(1995)은 인간이 아닌 자연을 담은 작품이다.

 

그리고 나의 인생 작품이다.

 

먹색이 아닌 녹색을 머금은 붓의 과감한 농담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이 작품은 한 붓 그리기처럼 처음과 끝을 하나로 연결했다. 그리고 작품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연결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처음엔 산으로 보였다가, 거대한 자연이 인간을 품에 안은 듯 보였다가, 결국 자연과 인간이 서로를 품에 안은 모습이 차례로 보인다.

 

인간 중심의 사상과 철학을 담았다고는 하나, 자연의 거대한 포용력에 대한 먹먹함을 느꼈다. 작가가 인간과 자연과의 화합이 소중하다고, 서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고 외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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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세옥 작가의 <사람> 시리즈는 전체적으로 공동체를 연상하게 한다.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것 같고, 손을 잡거나 포옹을 하는 것 같아 보이는 사람과 사람의 온기를 느끼게 한다. 간결한 선만으로 이를 표현한 것에 감탄을 연발했다. 멀리서 보면 한자가 몇몇 보여 ‘문인화’의 특징도 드러난다.

 

수묵화라 하면 단지 자연을 먹에 담아 표현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인간 중심의 사상과 철학을 담아 추상적으로 표현한 서세옥 작가의 화풍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현대 사회 속에서 수묵화의 주체성을 확립하고, 현대 미술에서 가지는 수묵화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 수묵화만이 가지는 특성, 정신적인 면을 통해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산정 서세옥 작가는 전통 한국화의 작업과 서구적인 추상미술의 두 조형감각이 서로 맞닿을 수 있는 지평을 확장해 주었다고 평가받는다. 이러한 새로운 화풍은 그를 통해 뚜렷한 전통으로 계승되고, 간결하고 담백한 담채의 구사, 공간의 여유로운 운용 등이 새롭게 나타난 표현 방법으로 확립되면서 오늘에까지 이르고 있다.

 

 

[황희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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