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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 당신] 저에게도 재능이 있나요? [자기소개]

재능은 모르겠고, 일단 계속 씁니다.

by 윤선주 에디터
2026.07.28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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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 나와서 하게 되는 자기소개에는 절박한 면이 있다. 나를 뽑아달라고, 기회를 주면 나도 잘할 수 있다고 단점을 포장하고 장점은 부풀린다. 그러다 보면 그게 진짜 나인지, 내가 되고 싶은 나인지, 사회의 요구에 맞춘 가상의 인물인지도 헷갈릴 지경까지 가버린다. 아트인사이트에 쓰는 자기소개마저 그렇게 쓸 수는 없다. 나를 뽑아달라는 용도의 글이 아니니 지금의 나를 돌아보며 마음 가는 대로 적어보려 한다.


지금의 나는 어떤 사람인가. 계획대로 풀리지 않은 사람. 어린 시절 하고 싶었던 일을 해보았지만 그곳에서 도망친 사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쓰고는 싶어서 글 쓰는 일에 알짱거리는 사람이다. 방송작가 일을 하던 시절에는 잠을 자면서도 취재 전화를 하는 잠꼬대를 하고, 대본을 쓰다 잠들어 방송사고를 내는 악몽을 꾸곤 했다. 일을 그만둔 이후에도 한동안 같은 꿈을 반복해서 꿨고, 방송작가라는 일에서 미련을 버린 뒤로는 더 이상 같은 악몽을 꾸지 않았다.


다음으로 꾸게 된 꿈에서는 나레이션이 들렸다.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화면해설 글쓰기로 벌어먹고 있을 때, 나는 꿈에서도 화면해설을 했다. 꿈에 나오는 인물의 생김새, 입고 있는 옷의 색깔, 하고 있는 행동이 나레이션으로 들렸다. 그 꿈을 꾸고 나서 ‘이게 정말 내 일이 되었구나’ 실감했다. 하지만 글로 벌어먹는 일은 여전히 위태롭고, 나는 그때그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쓸 수 있는 글을 쓴다.


내게 재능이 있는지 궁금했던 시절이 있었다. 재능이 나를 먹여 살리고, 미래를 빛나게 해주길 바랐다. 그래서 방송작가가 되었을 때 물어본 적도 있다. “제가 재능이 있어 보여서 뽑아주셨나요? 제게도 재능이 있을까요?” 당시 메인 작가님의 대답은 “의욕이 있어 보여서 뽑았고, 재능이 있는지는 세월이 지나서 말해주겠다”라는 거였다. 지금의 나는 방송작가는 아니니 방송 재능이 없는 거라고 해야 할까.


30대가 된 나는 재능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쓰고 있는 사람은 재능을 궁금해할 겨를이 없다. 지금 쓰지 않으면 재능이 궁금해진다. 그걸 참 늦게 알았다.


물론 다른 사람보다 습득이 빠르거나 유난히 튀는 재능을 가진 사람들은 일찍 빛난다. 하지만 지금 하고 있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재능이 있든 없든 계속하고 있어야 쌓이는 것이 생기고 재능 있는 사람처럼 되어간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을 쓴 박천휴 작가도 자신을 의심하는 순간들이 많았다고 한다. (무려 토니상을 받은 그도 그랬다.)


 

“나는 왜 창작이라는 걸 하려는 사람일까. 나는 왜 그런 충동이 드는 걸까. 그런 충동을 모른 체 해야 할까. 아니면 그런 충동을 안고 정말 창작자가 되기 위해 열심히 해야 될까. 내가 그런 가능성이 충분한가. 그 가능성이 가짜는 아닌가. 내가 나를 속이고 있는 건 아닌가.


전업으로 창작자가 되면서 이런 생각들을 좀 더 건설적인 방향으로 쓰는데 테크닉이 생긴 것 같아요. 나는 이런 걸 못 쓰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면, 완벽하진 않더라도 그런 걸 한 번 써보는 것. 써보고 고치는 것들이 경험을 통해 생기는 테크닉일 수 있을 것 같아요.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은 자기 머릿속에 이미 너무 근사한 것들이 그려져 있어요. 그 근사한 걸 만들기 위해 일단 ‘안 근사한 것들’부터 시작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책상에 앉아 안 근사한 걸 조금씩 하고 있으면 나는 이걸 하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멈추면 거기에서 모든 기회가 사라지는, 가능성이 다 사라지는 거라서. 고민하는 시간을 무조건 만드는 시간으로 쓰는 게 중요합니다.”

 

- 박천휴 작가의 인터뷰 중에서

 

 

고민하는 시간을 만드는 시간으로 쓰기. 올해는 그렇게 살아보려고 한다. 그래서 아트인사이트 에디터가 되었다. 스스로를 마감에 집어넣기 위해서. 읽는 사람이 있는 글을 쓰고 싶어서. 긴 글을 읽는 사람도 쓰는 사람도 줄어들었지만, 그럼에도 읽으려 하고 쓰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 이곳에서 글을 쓰고 싶었다.


무엇을 잘한다거나 무엇에 자신 있다는 거창한 자기소개는 할 수 없다. 그저 마감에 맞춰 꾸준히 글을 쓰겠다는 말만을 할 수 있을 뿐이다. 그렇게 대학 시절 학보사 기자를 했던 때부터 지금까지 마감 생활을 하고 있다. 글의 종류는 바뀌더라도 어떻게든 쓰고 있다. 뭐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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