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이 얼마나 거창한 말일까? 현실을 담아내기도 분주한 이 시대에 꿈이라는 말은 너무나 거창하게만 느껴진다. 먹고 살기에도 바쁜데,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건 사치로 느껴질 때가 많다. 또한 우린 꿈이 일정한 모양 바깥으로 나가는 것도 경계한다. 꿈은 ‘직업’만을 담은 언어일 때가 많고, ‘대통령’ 혹은 ‘슈퍼맨’을 꿈꿀 수 있는 나이엔 제한이 따른다. 그렇다면 22살 여성의 꿈은 어떤 모양이어야 하는가. 여전히 슈퍼맨이 되고 싶다면 그건 돌연변이일까?
난 ‘푸른 삶’을 꿈꾼다.
난 ‘청춘’이라는 말을 너무 좋아한다. 내가 아직 20대를 지나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청춘이기 때문에 용서되는 삶의 어려움들이 많다. 내가 청춘이라는 말을 좋아하게 된 것에는 이유가 있다. 고등학교 은사님께서 ‘청년’, 즉 푸르게 살아가는 것에 대해 강조하셨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푸름’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은사님께서 청년의 때는 해가 붉은 줄 모르고, 해가 푸르다고 생각하여 해를 향해 뛰어가는 시기라고 설명하셨다. 은사님께서 말씀하신 ‘해’는 나에게 ‘세상’이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푸른 삶은 세상과 닿는 면적이 넓은 삶이다. 세상엔 다양한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를 몸으로 느끼며 마음에 담아보고 싶다. 이런 삶의 형태가 바로 푸른 삶이 아닐까? 시원한 줄 알았던 이야기가 뜨겁고 무거워 감당하기 어렵더라도, 내가 들어야 할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보인다면 가장 깨끗한 눈으로 바라보는 삶을 꿈꾼다.
난 이 세상을 전부 끌어안고 싶은 욕심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모든 나라와 모든 사람을 만날 수 없기에, 나에겐 문화예술이라는 창문이 ‘세상’의 역할을 감당해 준다. 가장 쉬운 방법으로 ‘세상’을 만나고 ‘푸른 삶’을 선물 받을 수 있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 꿈은 ‘푸른 삶’으로 끝나지 않는다. 문화예술을 통해 내가 담아내는 푸른 이야기들이 언젠가 세상을 바꿀 것을 꿈꾼다. (꿈이 점점 거창해지고 있다...)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
문화예술은 삶과 정말 동떨어져 보일 때가 있다. 생존하고 생활하는 데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는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문화예술의 ‘확장성’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화예술의 확장성은 어렸을 때 해본 낙엽 놀이로 설명될 수 있을 것 같다. 낙엽 놀이에서 낙엽은 낙엽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엄마의 얼굴로, 책갈피로, 나무로 변할 수 있다. 이와 동일하게 문화 예술은 ‘한마디’ 즉, 하나의 주제를 한 권의 책으로, 한 폭의 그림으로, 하나의 공연으로 확장해 놓는다. 확장할 수 있는 방식은 문화 예술 안에서 정말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문화 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야기를 확장하는 방식이다.
나는 이 세상에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미 세상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존재하고, 이 시대에 필요한 이야기는 수천 년의 시간 속에 이미 존재하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여전히 디즈니 같은 큰 제작사에서 신화나 고전 소설을 끊임없이 현대에 옮겨놓는 작업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문화예술은 새로운 이야기(what)를 탐구하는 것이 아닌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how)을 탐구하는 것이다. 우린 이미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가 무엇인지,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 알고 있다. 다른 사람의 권리를 존중하기, 분리수거하기, 소외된 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생명을 사랑하기 등 이 이야기들은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들이 아니다. 하지만 아직 세상이 그대로인 이유는 이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효과적인 방식으로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난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 문화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제주 4.3 사건에 관해 공부할 수 있고, 그 역사에 대한 강의를 들을 수도 있지만,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라는 책을 읽을 수 있다. 물론 공부와 역사는 객관적인 사실을 알고, 배우는 데 큰 도움이 되지만, 제주 4.3 사건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대중들에게는 효과적인 방법이 아닐 것이다. 한강 작가가 만든 이야기와 감각적인 서술들은 사람들의 ‘마음’에 직접적으로 작용할 것이고, 이 방식이 우리에게 더 많은 생각과 느낌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따라서 같은 이야기라 하더라도 전달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면, 그 영향과 힘에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 우리가 이야기를 전달하는 다양한 방식을 배운다면 작게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식을 배울 수 있고, 크게는 세상을 바꿀 방식을 고찰해 볼 수 있다. 같은 말이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말한다면 상대방에게 더 설득력 있을 것이고, 이 범위를 더 넓혀본다면 사람들의 마음에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 한발짝 더 다가간 마음들이 모여서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바꾸고, 더 나아가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그래서 난 지금 이 세상에 필요한 이야기를 전할 방식에 관심이 있다. 아마도 이것은 내가 평생 고민하고 연구해야 할 소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까지 나의 꿈을 들은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
물론, 나의 고민은 정말 거창하고, 꿈이나 삶의 방식으로 자리하기엔 버겁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지만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가, 어떻게 생각하는가는 우리가 가진 가장 큰 자유다. 그 자유를 낭비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두려움이 없다면 세상을 보는 방식이 어떻게 바뀔지 생각해 본다.
Shut the pain birds, come and rest their wings
Upon your windowsill without a song to sing
Close your eyes and disappear inside
All that is beautiful was following behind
Oh, what are you dreamin' of?
Is it the kind of love
That'll be there when the world is at its worst?
That'll cover you in kisses unrehearsed?
When you're losing ground still tell you that you're worth all you're dreamin' of
Liam Gallagher - All You're Dreaming O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