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10년지기라고 해서 그 사람에 대한 모든 걸 알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각자의 삶을 살아내느라 만나면 그저 스트레스 풀기 바빴던 우리는, 네가 모르는 '나'와 내가 모르는 '너'에 대해 깊이 이야기해 본 적이 없었다.

 

열다섯에 처음 서로를 알게 된 너와 내가, 스물다섯까지 얼굴을 보고 지내고 있을 줄 그 누구도 몰랐을 거다. 같은 반도 된 적 없고, 고등학교도 달랐던 너는 나에게 늘 '친구의 친구'였으니까. 그런 사이가 오히려 더 깊은 관계가 된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데, 어쩌면 그 적당한 거리감이 주는 편안함이 우리를 지금까지 이어준 게 아닐까.

 

그래서 너에 대해 질문하고 싶었다. 학창시절에 만나 성인이 된 너는 지금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지, 내가 모르는 너의 모습이 궁금했다. 그리고 알게 됐다. 우리는 서로에 대해 정말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날의 대화가 끝난 뒤, 나는 '너'를 잘 안다고 생각하며 네게 주었던 나의 모든 말과 행동들을 반성했다. 그리고 되뇌였다. 나는 여전히 너를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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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살의 너는 어떤 사람이었어?

 

[책]을 좋아하는 평범한 학생이었던 것 같아.

 

초등학교 4학년 때 우연히 한 소설책을 읽고 소설을 좋아하게 됐어. 그 뒤로도 학년이 달라질 때마다 그때 읽었던 고전 소설들을 다시 읽으면서, 매번 다른 인물들의 입장에 이입하고 공감하게 됐거든. 그게 아마도 내가 느낀 책의 매력이었던 것 같아.

 

그래서 중학교 3년 내내 도서부 활동을 열심히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활동이 지금의 나를 성장시켜 준 것 같아. 독서 관련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해 보고 행사를 운영해 본 경험 덕분에 자신감도 얻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도 생긴 계기가 됐어. 어쩌면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고마운 활동이지.

 

 

교사의 꿈은 어떤 계기로 갖게 된 거야?

 

어릴 때부터 내가 알고 있는 걸 남들한테 뽐내는 걸 좋아했어. 그래서 무언가를 가르치는 직업을 갖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학교에서 만나는 선생님들이 모두 좋은 분이셨어. 그분들을 보면서 나도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며 롤모델로 삼기도 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교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 천직이라고 생각해.

 

 

올해부터 기간제 교사로 일하기 시작했는데, 실제로 교사가 되어보니까 어때?

 

너무너무 재밌어. 수업할 때마다 도파민 터지는 기분이고, 수업이 별로 없는 날에는 아쉽기까지 해.

 

오늘 내용은 어떻게 수업해야 할지, 이 부분에선 무슨 얘기를 하면서 수업해야 학생들이 잘 이해할 수 있을지 계속해서 상상이 되고 영감이 떠올라. 물론 아직까진 공문 작업도 많이 안 하고, 담임도 아니라서 재밌기만 한지도 모르겠지만, 아직까진 즐겁게 일하고 있어.

 

 

지금까지 일했을 때, 네가 생각하기에 좋은 교사는 어떤 교사라고 생각해?

 

예전처럼 수업만 잘 가르치는 게 좋은 교사는 아닌 것 같아. 요즘은 마음만 먹으면 학교 밖에서도 얼마든지 배울 수 있는 시대잖아. 그래서 나는 교사가 학생들 인생에 진짜 '좋은 어른'이 되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애들 눈높이에서 같이 호흡하고, 고민도 세심하게 들어주면서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진짜 교사의 역할이지 않을까.

 

잘못된 말이나 행동이 있으면 따뜻하게 고쳐주고, 사회로 나가기 전에 가장 자주 만나는 어른인 만큼 학생들의 중심을 잡아주는 게 좋은 교사라고 생각해. 그만큼 부담이 되긴 하지만, 어려울 때마다 동료 교사분들께 자문을 구하면서 좋은 교사가 되려고 노력 중이야.

 

 

열다섯의 네가 상상하던 스물다섯 살의 너는 어떤 모습이었어? / 지금의 너는 그 모습에 가까워졌다고 느껴?

 

25살이 되면 저절로 예뻐지고, 어른스러워지고, 모든 걸 아는 사람이 될 줄 알았어. 그런데 막상 되어보니까 결국 내가 노력하고 실천해야 가능한 일이더라. 계획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막상 몸이 안 따라줘. 9시가 되면 눕고 싶고, 11시만 되면 자고 싶어.

 

또, 25살이 되면 어떠한 문제를 마주했을 때 회피하지 않고 능수능란하게 해결할 줄 아는 사람이 될 줄 알았어. 예를 들면 학생과 학생 사이의 문제, 학생과 나 사이에 겪는 문제, 나 스스로 겪는 문제를 마주했을 때의 대처 방법 같은 거 말이야. 이건 교사 일 하면서 많이 느껴. 내가 던진 말과 표정이 학생들의 기억 속에 어떻게 남을지 걱정이 되고, 그들의 인생에 큰 영향을 줄까 봐 부담도 돼.

 

결론적으로 열다섯 살에 상상했던 모습과는 반대로, 스물다섯 살의 나는 모르는 게 너무 많은 사람인 것 같아.

 

 

그토록 꿈꾸던 교사가 되었는데, 앞으로의 목표는 뭐야?


중학교 때 학교에서 인생 로드맵을 그린 적이 있어. 그때 25살까지의 내 미래 계획을 썼었는데, 살아보니까 미래를 거창하게 그린다고 해서 인생은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더라. 그래서 지금은 오히려 미래 목표보다는 현재를 열심히 살려고 해.

 

오늘 당장 공문은 어떻게 쓰는지 배워야 하고, 교과서 분석하기 바쁘니까 학생일 때보다 미래에 관한 생각을 못 하는 것 같아. 당장 내가 그릴 수 있는 미래는 내일 저녁 메뉴 고르기 정도? 10년, 20년 뒤에 내가 어떻게 살고 있을지, 교사는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두렵지는 않아. 닥치는 대로 살고 싶어. '미래야 얼마든지 와라!' 이런 마인드로.

 

 

그럼, 지금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뭐야?

 

돈이지. 근데 좀 멋지게 대답하고 싶으니까 다른 걸로 할게(^^)

 

교사로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그런가, 요즘은 일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 이를테면 정확한 역사적 인식을 갖추는 일에 초점을 두고 있어. 수업을 하다 보니까, 어떠한 상식과 지식을 가르칠 때 내가 갖고 있는 명확한 인식이 없으면 수업을 할 때도 부정확하게 전달될 수밖에 없더라고.

 

'이 사건을 역사적으로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이게 왜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인가' 이런 고민이나 생각을 많이 하는 요즘이야. 그래서 내가 가지고 있는 역사관에 대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

 

 

그러면 앞으로 어떤 사람 혹은 어른이 되고 싶어?

 

주변인들의 행복을 챙길 줄 아는 멋진 어른이 되고 싶어. 친구든 가족이든 직장 동료든, 그들에게 찾아오는 크고 작은 행복들을 진심으로 기뻐해주고 같이 축하해줄 수 있는, 그리고 축하받을 수 있는 그런 어른이 되면 좋겠어.

 

 

우리가 10년 알고 지냈어도 이렇게 진지한 대화는 처음인 것 같아. 오늘 인터뷰 어땠어?

 

인터뷰하면서 (오늘 네가 써준 편지처럼) 나도 너도 서로에 대해 몰랐 걸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아. 쌓아 올린 우리의 시간도 물론 좋지만, 그렇게 오르기까지 각자의 시간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어서 더 좋았던 인터뷰였어!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내가 널 인터뷰해도 재밌을 것 같아(ㅎㅎ)

 

*

 

이번 인터뷰를 계기로, 서로에 대해 잘 안다는 건 취향이나 관심사만 아는 게 다가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그것은 한 사람의 삶을 지탱하는 가치관을 이해하는 일이며, 그 친구가 지나 온 시간의 흔적을 마주하는 일이었다.

 

알고 지낸 지 10년이나 지난 지금에서야 너의 진짜 모습을 마주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그렇게 알게 된 너의 삶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이해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앞뒤 안 가리고 그저 친구가 좋았던 열다섯의 우리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친해졌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스물다섯이 된 지금 여전히 너를 내 친구라고 부를 수 있음에 감사하다.

 

주변 사람들의 작은 행복을 진심으로 기뻐해줄 줄 아는 멋진 어른이 되고 싶다는 네 말처럼, 나 또한 네 인생에 찾아올 크고 작은 행복들을 가장 크게 축하해 주는 친구가 되고 싶다. 서른다섯 살의 너는 또 얼마나 단단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서른다섯이 되는 그해 생일도 축하해줄 수 있는 사이이기를 바라본다.

 

끝으로, 나의 서툰 질문들에도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준 10년지기 친구에게 고맙다는 말 전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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