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누구나 개인주의자가 된다

글 입력 2021.04.21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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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겹도록 듣고 보는 말이 있다. 개인주의다. 개인주의가 만연하면서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삭막해진다는 게 골자다. 개인주의자를 자신이 아닌 남에게는 일절 관심이 없음은 물론 자기에게 이익이 된다면 남의 사정은 개의치 않는 사람으로 몰아가는 경우도 곧잘 있다. ‘개인’이라는 단어가 풍기는 특유의 느낌 탓에 오해를 사는 것도 이해한다. 게 맞는 말이라는 뜻은 아니다. 앞서 말한 의견을 설파하거나 동조하는 사람은 개인주의가 아니라 이기주의에 맞춰져 있다. 우리는 개인과 개인주의가 무엇인지에 대해 올바르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개인이란 무엇인가



개인은 더 이상 쪼개어질 수 없는 가장 최소 단위의 인간이다.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 단위인 인간의 가장 최소의 단위라면 기본 중의 기본이자 근본 중의 근본이라는 뜻이 된다. 이 공식에 따르면 세계는 개인이라는 뿌리에서 뻗어 나온 가지다. 개인을 잃어버림은 인류가 이뤄낸 세계의 근본 자체를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고 풀이할 수 있다. 근본 없는 놈이라는 말이 몹시 심한 욕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 근본을 잃어버리는 게 얼마나 심각하다고 위험한 것인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법을 어기면 처벌받는다. 법은 누구나 지켜야 한다. 법이 사회의 안정을 유지하는 도구로써 기능할 수 있는 이유다. 우리는 이런 법을 최소한의 도덕이라고 부른다. 나는 이를 인간을 도덕적인 존재로 가정하지만 모든 인간이 도덕적으로 행동하리라고는 믿을 수 없기에 일정 수준의 도덕을 강제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도덕을 강제해서라도 인간이 도덕적인 존재임을 부정할 수 없도록 하고, 우리가 이뤄낸 사회가 무너지지 않게 유지하려는 노력이다. 법이 그러하듯 개인은 최소한의 인간이기에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이런 사회를 추구하는 것이 개인주의다.


현재 존재하는 국가 대부분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국가 차원에서 추구해야 할 가치로 지정하고 있다. 모두가 평등하게 자신의 권리를 추구할 수 있고, 차별받지 않으며,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서 능력에 따라 부를 쌓아갈 수 있는 사회를 추구한다. 겉만 번지르르 한 말이지만 일단 맞는 말이긴 하다. 각설하고 요점을 말하자면 이 두 체제의 근간은 개인주의다. 개인과 개인주의가 없었다면 애초에 이 두 가지 사회적 시스템은 탄생조차 할 수 없었다.


말했듯이 개인주의는 개인을 추구한다. 개인은 이미 쪼개질 대로 쪼개졌기에 어느 집단이나 소속에도 구애받지 않고 온전히 자신으로만 있는 존재다. 혁명을 통해 조금씩 양분을 모아가던 개인이라는 뿌리에 비료를 때려 부은 것은 작가의 말대로 화폐였다. 화폐경제의 시작으로 인류는 돈을 통한 거래가 가능해졌고, 모두가 돈을 소유할 수 있게 되면서 ‘돈으로 거래하는 사람’이라는 만인이 공통으로 소유하는 지위가 생성됐다. 자본주의는 돈이라는 도구의 힘으로 거래하는 자들을 ‘시장 참여자’로 만들었고, 어떠한 권력 계급에 속해있거나 가족 집단의 구성원이 아닌 거래하는 개인이라는 독립적인 개체로 취급받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었다.


정리하자면 개인은 우리가 지향하는 평등한 사회를 위해 마련해야 할 최소한의 인간이며 개인주의는 사회가 이런 방향으로 나아 가는 것을 지지하는 패러다임이다. 개인주의에는 평등이 담겨있다. 내가 개인이듯이 다른 누군가도 개인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서로가 개인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존중하는 것이다. 오직 나에게만 집중하는 이기주의와는 근본 자체가 다른 것이다. 보편적으로 추구하는 가치 자체가 달라지지 않는 한 개인의 올바른 개념을 인식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소녈 네트워크; 시대의 역행



소셜 네트워크가 개인적인 것의 전시 공간이라는 의견에는 전적으로 동감한다. 애초에 소셜 네트워크를 개발한 이유 자체가 사람 간의 네트워크를 넓혀 더 넓은 사회의 구성원이 되는 것을 돕기 위함이다. 일상보다 개인적인 것이 없으니 이를 공유하는 공간은 개인적인 것을 공개적으로 선보이는 전시회와 다르지 않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하고,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를 알리며 가까워지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요즘처럼 밖에 나가기 힘든 시국에 간접적으로나마 상대의 소식을 들을 수 있으니 적적한 위로가 되기도 한다.


초기의 소셜 네트워크는 일상의 공유를 통해 서로 가까워지는 것을 목표로 했다. 지금은 본말전도다. 소셜 네트워크에 지나치게 열광하는 우리는 일상의 공유에 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소셜 네트워크의 공유에 일상을 사용하고 있다. 개인적인 것을 집착적으로 쏟아부어 다수의 공감과 호응을 얻는 것에다 혈안이다. 나를 팔로우하는 사람의 수가 몇 명인지와 내가 올리는 게시물이  몇 개나 받는지에 집중한다.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고 있고 나와 어떤 공통점을 가졌는지는 저 뒤편으로 밀려났다. 내가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이 얼마나 많은 공감을 얻어낼 수 있는지며 이를 흔히 인스타 감성이라는 말로 포장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인스타 감성이라는 그럴싸한 용어는 감성적인 것을 추구하는 예술적인 사람으로 보이게 해주는 좋은 포장지다. 겉만 번지르르한 포장지다. 그 포장을 뜯어보면 안에 내용물은 비어있는 경우가 열에 아홉이다. 진정으로 자신의 감성을 담아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인스타 감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감성은 ‘개인’에 초점을 두고 내 안의 내면을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대다수’의 공감과 호응을 얻어낼 수 있는 공통적인 흥미와 취향이다. 어떤 다수 집단의 소속으로만 평가받는 사회를 벗어나 하나의 개인을 위해 노력해 온 지난 역사가 물거품이 되는 중이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개인으로서의 자유와 지위를 누리기 좋은 시대를 살고 있음에도 형태가 불분명한 다수 집단의 구성원으로 취급받고 그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집단을 벗어나려던 흐름의 끝에서 다시 개인을 벗어나 집단으로 들어가려 역행하고 있다.


그 역행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소셜 네트워크를 비롯한 미디어의 발달에서 오는 ‘통상적인 생각의 공허함’의 급격한 전파다. 물에 잉크를 한 방울 떨어트리면 곧바로 그 물 전체로 퍼지듯이 미디어에 이 통상적인 생각의 한 조각만 떨어져도 미디어에 연결된 구성원 전체로 퍼져버린다. “저는 SNS 안 해요”라고 말하는 사람을 만나면 은연중에 이질적인 느낌을 받는 게 그 증거다. 자신도 모르게 다수가 공유하는 소셜 네트워크라는 공통점에 속하려 부단히도 애를 쓰고 있기에 그 흐름에 동조하지 않으며 개인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이질감이 드는 것이다. 심한 경우에는 트렌드에서 동떨어져 있다는 핑계로 그 사람을 오류로 취급하여 자신을 정당화한다. 실제로 올바른 흐름을 따라가고 있는 것은 그 사람이지만 이런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획일성이라는 짧은 단어는 이 모든 현상을 포용하며 이것의 다른 이름이 ‘공허함’이다. 집단을 구성하는 다수 중 한 명이 되어 공통적인 것을 공유하는 일에 몰두하다 보면 개인으로서의 정체성이 사라지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획일성을 잃어버리는 것이 개인이 되어 온전한 나를 추구하는 것이자 평등과 자유가 있는 사회로 나아가는 시작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 상실이 곧 사회에서 도태되는 것이라 착각한다. 착각은 본질을 놓치는 것이다. 획일성을 잃어버리는 게 아니라 획일성을 지키려 노력하는 것이 사회적 도태임을 인식해야 한다.

 

 

 

개인으로



이건 맞고 저건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수의 흐름에 합류하면서 공통적인 것을 추구하는 게 마냥 그릇된 일은 아니다. 우리는 실제로 어떤 집단에 함께 하고 있다는 소속감에서 안정을 얻는 경우도 많다. 나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설파겠다는 거창한 사명감은 없다. 나는 너무나도 소박한 일개 개인에 지나지 않는다. 그저 어떤 흐름에 편승하건 간에 나라는 존재 그 자체라는 것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뿐이다.


하루라는 시간의 상대적 속도가 빨라져 갈수록 사회는 조금 더 개인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게 분명하다. 피할 수 없는 숙명과 같다. 정말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인간은 사회의 흐름에 거스를 수 없다. 거슬러 올라가려다 그토록 피하려 하던 도태되는 존재가 된다. 우리는 개인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고, 개인이 되는 법을 배워야만 하는 처지라는 뜻이다. 도태된 사람이 아닌, 사회의 변화의 흐름의 가장 앞에서 이를 이끌어가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고 나 또한 그러고 싶기에 개인이 무엇인지를 올바로 알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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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개인주의자가 된다

각자도생의 시대를 견뎌내기 위한

인간다운 삶의 조건

 

지은이 박상용

 

형태 140*210 1도 260쪽

 

분류 인문교양

 

가격 15,000원

 

출간일 2021년 4월 9일

 

ISBN 979-11-5540-184-2 0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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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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