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건반 위의 부드러움과 강렬함 그 사이 - 피아니스트 전세윤 리사이틀

건반 위의 부드러움과 강렬함 그 사이
글 입력 2021.04.13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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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쉽게 접할 수 있던 악기는 피아노였다. 여느 아이들과 다름없이 학원을 다니며 음악 공책에 음표를 그리고, 페달이 익숙지 않아 연주가 버거웠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다양한 것을 배우던 시기를 벗어나면서 익숙했던 피아노 연주 소리와 음표는 낯선 장르가 되어 버렸다.
 
그러다 최근 아이슬란드 피아니스트, 비킹구르 올라프손의 클래식 앨범을 통해 피아노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이전에 클래식 음악은 서양 7음계가 대부분으로, 뻔한 구도를 가진다는 편견이 있었다. 그러나 비킹구르 올라프손의 <드뷔시-라모> 중 '아마빛 머리의 처녀 (La fille aux cheveux de lin)'를 감상해보니 동양 5음계와 서양 7음계의 조화가 두드러졌는데, 같은 악보를 연주한다 하여 연주자에 따라 다양한 음색이 드러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놓고 보니 <피아니스트 전세윤 리사이틀> 프로그램 구성 중 하나인 '아마빛 머리의 처녀 (La fille aux cheveux de lin)'도 매우 궁금했다. 전세윤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클래식 음악의 특징과 연주하는 과정이 어떻게 다를지 기대가 되었다.
 
피아니스트 전세윤제11회 더블린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우승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스타인웨이사의 수상자 콘서트 일환으로 독일 바이마르와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에서 독일 데뷔 무대를 가졌는데 이 또한 독일 전역에 TV로 생중계되었다.
 
예원학교 재학 당시 금호 영재 콘서트(2011)로 데뷔하였고, 금호 영 아티스트 콘서트(2014), 금호 초청 독주회(2015)를 가졌다. 예원학교와 서울예술고등학교에서 장형준과 박세경을 사사했으며, 현재 캐나다 토론토 왕립 음악원 글렌굴드 스쿨에서 존 오코너를 사사하고 있다.
 
2021-22 시즌에는 토론토 심포니와의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9번 ‘주놈’의 연주가 예정되어 있으며, 더블린 내셔널 콘서트홀 독주회, 뉴욕 카네기 홀과 런던 위그모이 홀에서의 데뷔 무대가 예정되어 있다.

 

 

전단앞.jpg

 


Program


 
Ludwig van Beethoven
Piano Sonata No. 6 in F Major Op. 10-2
 
Claude Debussy
Preludes Book 1
Ⅳ. Les sons et les parfumes tournent dans l'air du soir
소리와 향기가 저녁 대기 속에 감돈다
Ⅵ. Des pas sur la neige
눈 위의 발자국
Ⅷ. La fille aux cheveux de lin
아마빛 머리의 처녀
 
Henri Dutilleux
Choral et Variations Op. 1
 
Johannes Brahms
Piano Sonata No. 3 in f minor Op. 5
 
 
연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우선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제6번 (Piano Sonata No. 6 in F Major Op. 10-2) 연주. 1악장은 불꽃과 화염이 연상될 정도로 강렬하게 시작했으며 점점 산뜻하고 발랄한 리듬으로 이어졌다. 2악장은 전반적으로 야상곡 분위기로 특히 감탄을 연발할 정도로 강약을 조절하는 것이 섬세하여 단번에 연주에 빠져들 수 있었다. 1악장과 마찬가지로 3악장 또한 소나타 형식으로 마무리되며 경쾌한 템포로 마무리되었다.
 
연주를 감상하며 짧지도 않고 길지도 않은 연주에 피아니스트와 관객의 호흡이 맞는 것이 신기했다. 연주의 템포가 빨라질수록 저도 모르게 숨을 참거나 템포가 느린 부분에 다다를 때는 숨을 내쉬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클로드 드뷔시의 전주곡은 평소 즐겨듣는 클래식 음악으로 가장 기대되는 연주였다. 특히 드뷔시의 음악은 모네의 작품이 생각날 정도로 소리로 색채를 표현한 듯한 것이 특징이다.
 
예상했던 것과 같이 역시 연주가 시작되자마자 아름답고 부드러운 곡조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멜로디만이 이어지는 도입부는 순수한 소녀의 모습이 그려지는 듯했다. 또한 비킹구르 올라프손의 연주와는 달리 유연하고 부드러우나 중간중간 강세가 독특하게 드러났다.
 
이것이야말로 건반 위에 그림을 그리는 듯 탁월한 연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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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뒤티외의 ‘코럴 변주(Choral et Variations Op. 1)는 변주곡답게 웅장하고 묵직한 느낌을 주는 연주였다.
 
심오한 인간적 내면을 묘사하는 것이 특징인 이 음악가의 곡에 어쩐지 환희의 가벼움을 표현하기도 한 것 같아 독특한 연주였다. 어떨 땐 통통 튀기도 하고 다른 땐 가라앉는 인간의 감정 기복을 나타내는 듯했다. 특히 연주를 마무리할 때 전세윤 피아니스트의 강렬한 연주 동작도 인상 깊었다.
 
음악을 온몸으로 표현해내는 예술가의 모습을 본 듯했다.
 
브람스의 ‘피아노 소나타 제3번(Piano Sonata No. 3 in f minor Op. 5)’은 소나타 형식이나, 감상해보니 웅장한 변주곡의 분위기가 드러나는 연주였다. 특히 처음부터 흐름이 끊기지 않고 묵직한 느낌을 주어 최고로 집중했던 연주였다. 브람스의 대표곡인 '헝가리 무곡'과는 다른 웅장함을 지니고 있었다. 민속풍이 드러나지 않고 클래식한 단조로움의 매력이 있어 마지막까지 집중하고 피아니스트와 호흡을 함께 할 수 있었다.
 
마지막까지 음악을 온몸으로 즐기고 표현해내는 모습과 뛰어난 연주를 보여준 전세윤 피아니스트에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내고 싶다.
 
 
[황희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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